레슨장 코치님이 요청한 단 한 가지

by 유화

아이가 야구부에 들어갔을 때 윗학년은 당연하고 아이 동기들도 대부분 레슨장을 다니고 있었다. 나는 그게 왜 필요한지 알지 못했고 무얼 배우러 가는 건지도 몰랐다. 아는 레슨장이 없었던 건 아니기에 다른 사람들이 어디 레슨장을 가고 서로 소개받고 하는 과정에 한발 물러서 있었다. 언제든 필요하다 생각되면 도움이 가능하단 믿음도 있었고 세세한 부분까지 공유하며 휩쓸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외부 레슨장에 대한 이야기가 더 자주 들려오고 훈련이 끝난 아이들이 장비를 챙겨 들고 또 어디론가 가는 것을 자주 목격하게 되었다. 이 힘든 훈련을 끝마치고 또 훈련을 하러 간다는 게, 그것도 일주일에 한 번도 아닌 두세 번씩 주말까지 간다는 게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아이가 야구부에서 어떤 훈련을 하고 무얼 배우고 어떤 점이 부족한지 아직 잘 모르는데 외부에서 무언가를 또 추가해서 배우는 게 신기했다. 그래서 친한 어머님들께 물어보니 당연히 레슨을 받는 게 좋다고 하셨다. 공부하는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면서 사교육을 받는 이치라고 했다. 그렇다면 나는 일반학교에 보내는 동안 공부로는 사교육을 따로 시킬 생각이 별로 없었으니 레슨도 따로 안 시켜도 되는 건가?(앨리스 시절 나는 맘에 안 드는 게 정말 많았다.)


내가 이런 의문을 제기하자 레슨장을 하는 지인도 시간이 되고 여력이 되면 레슨장을 추가로 다니는 게 좋을 거 같다는 의견을 조심스레 냈다. 그럼에도 내가 별 움직임이 없자 내 지인과 또 친분이 있는 시즌아이 아버님이 본인 아이 레슨하는 시간에 레슨 체험을 시켜주기 위해 아이를 데리고 출동하셨다.


아이는 형이 훈련하는 모습이 보는 게 좋았고, 그 레슨장에서의 새로운 훈련이 좋다고 했다. 더욱이 그 레슨장은 내 지인이 운영하는 레슨장의 지점이어서 심적으로 편한 마음도 있었다. 그렇게 체험을 한 번 하고 내 마음속에서도 작은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학교에서의 훈련은 단체로 함께 합을 맞춰 보는 것이라면 세세하고 정밀한 기술은 각자 습득해 와야 한다는 누군가의 말에 조금씩 수긍이 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시기상 일 년은 딱 학교 훈련만 하고 4학년 겨울방학, 5학년이 시작되기 전 외부 레슨을 시작했다. 가기 전 어떤 훈련을 받아야 할지, 어떤 부분을 신경 써야 할지 모르기도 하고 전문가에 맡기는 편이 좋을 것 같아 대략적인 의견만 말씀드렸다. 아이가 전반적으로 다 부족하고 지금 외야를 보고 있긴 하지만 촘촘한 수비연습을 위해 내야 수비를 먼저 받고 싶다고.


그렇게 한분과 10회를 채우자 코치님 변경되고 두 번째도 10회를 채우자마자 코치님이 그만두셔서 마음이 급해진 나는 스스로 물색에 나섰다.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알아본 건 아닌데 어느 날 내가 알바로 앉아있던 데스크에서 거짓말처럼 공 소리가 들렸다. 분명 야구공 치는 소리였다. 그 소리를 따라가 듣도 보도 못한 레슨장 하나를 찾아냈고 그곳에서 지금 코치님 두 분을 만났다.


많은 코치님을 만나본 건 아니지만 타격 코치님의 에너지와 투수 코치님의 섬세함이 좋았다. 그분들은 처음 아들에 대해 크게 칭찬도 별다른 말씀도 없이 무척이나 열심히 가르쳐주셨다. 아들은 신체적인 조건이 좋아지기도 하고 타이밍 좋게 잘 맞는 분들을 만나면서 많이 성장할 수 있었다.


년 넘게 거의 2년을 함께 하며 그분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하신 말씀은 하나다. 아이에게 기술, 멘탈 이런 관리들은 본인이 할 테니 아이 살을 찌워 오라는 것이었다. 체격이 좋고 덩치가 있어야 부상을 당하지 않고 그래야 롱런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누군가에게는 별일 아닐 수도 있는 그 숙제가 평생을 말랐던 아이에게는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래도 해내야 한다면 또 엄마는 해야만 했다. 아예 방법이 없진 않을 것이다. 식단을 짜면서 코로나시절 내 퇴직금을 털어 떠난 하와이에서 매일 소고기를 먹고 잠깐 살이 쪘던 기억을 해냈다. 답은 고기다 싶었다. 운동하는 아이니 그동안에도 고기를 안 먹은 건 아니지만 이제 소고기는 선택이 아니고 필수였다.


등굣길에 셰이크 한잔, 매일 저녁 끼니마다 종류를 바꿔가며 고기반찬을 해 나르고 공복기간이 길어지지 않도록 간식을 제공했다. 집에 별다른 주전부리가 없고 간식을 즐겨 먹지 않는 엄마라서 이것도 공부처럼 생각하고 무얼 먹여야 할지 연구했다. 비염 때문에 유제품보다는 쌀음료를 수시로 먹이고 오렌지음료가 살이 찐다고 해서 물처럼 마시게 했다.


먹성이 좋아지고 본인도 살찌는 재미가 생겼는지 아이는 매일매일 체중을 챘다. 실제로도 살이 찌고 힘이 생기니 볼끝도 좋아지고 자신감도 많이 붙었다. 그래서 체중을 체크하고 부족하다 싶으면 조금이라도 더 먹고 스스로 노력했다. 아이는 올해 키도 많이 크고 몸무게도 10kg가량 찌웠다. 안 될 거 같은 그 한 가지를 해내고 나니 또한 번 관문을 통과한 기분이 든다. 중학교 가기 전 이번 겨울도 사육모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