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선수가 책을 읽으면 일어나는 일

by 유화

온양과 홍천에서의 동계리그가 끝나던 날 밤 아이들이 쓴 글이 단체카톡방에 올라왔다. 왜 아들의 글에서만 다른 느낌이 나는 건지 질문이 쇄도했다.


(8박 9일) 7박 8일 15경기(17경기) 정유호 13


온양과 홍천에서 지금까지 15경기를 하면서 초반에는 나 자신이 팀에서 많이 낙오되고 있다고 느꼈다. 다른 사람은 익숙한 듯이 경기를 치르는데 "나는 왜 팀에 도움이 되어주지 못할까"라고 머릿속에 지금까지 맴돌고 있다. 친구들은 경기를 즐기는 듯하였지만 정작 나는 제자리에서 방황하고 있었다. 하지만 친구들의 격려덕에 겨우겨우 안정감을 되찾았다. 중간에도 계속하여 낙오되고 있지만 경기를 치르며 상대선수의 가장 약한 점, 많이 실수하는 것을 알아가며 시합하는 게 중요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가장 문제였던 타격에서는 노리고 치는 게 제일 어려웠다. 온양과 홍천에 가기 전에는 직구 타이밍에 빨리 나가서 직구가 오면 그대로 치고 변화구가 오게 되면 한 손을 놓고 치려 노력했다면 지금은 투수 던질구를 예상하고 노려야 하여 방황했던 것 같다. 하지만 경기를 하면서 투수의 구종, 구질들을 많이 볼 수 있는 기회이고, 공도 많이 던질 수 있는 기회였다고 생각하고 수비들의 도움으로 더 잘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뒷장에도 이어지지만 사진으로 남아있는 건 여기까지다. 다른 동료들이 좀 단편적이고 기록 위주로 내용을 썼다면 아들의 글은 좀 더 서사적이라 인상적이라고 느꼈던 것 같다. 애들이 무슨 '낙오'라는 단어를 쓰냐고 웃는 분도 있었다. 처음에는 뭐 훈련후기를 저리 열심히도 썼을까 의문이었지만 그래도 주변의 반응을 칭찬의 의미로 받아들이고 잘하고 있다고 맘 속으로 격려해 주었다.


그리고 곧이어 아이의 저런 성향이 어디서 나온 건지 생각해 보았다.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평상시에 책을 좀 읽은 게 도움이 된 것 같다. 5학년때까지는 잠자리 독서로 엄마가 책을 읽어주었고, 6학년때는 담임선생님 숙제로 15분이라도 직접 책을 읽었다. 책을 읽으니 조금은 논리 정연해질 수 있고 저렇게 급히 찢어진 노트에 쓴 글로도 기억에 남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책이든 뭐가 됐든 활자로 된 것을 자주 접하고 글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다면 엄마는 그게 인생의 큰 무기라고 생각한다. 남을 해하기 위해 쓰이는 것이 아니라 나를 지키기 위한 도구로 이만큼 든든한 게 또 있을까? 운동선수도 책을 읽어야 하고 책을 읽으면 자신을 표현하고 지킬 수 있는 특기를 하나 더 가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