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1.28
어제 늦은 밤, 잠을 자기 전 '오늘 레슨에서 뭐 하실 거예요', 하고 또 물으면 뭘 할지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다.
지난주 경기를 하면서 파트너를 했던 주니어선수의 움직임이 인상적이어서 계속 머릿속으로 되감기를 해보던 중이었다. 그 친구는 어제 배운 발밑 공과 비슷하게 강하게 몸 쪽으로, 그것도 아래쪽으로 날아오는 나는 거의 포기하다시피 하는 공을 아주 자연스럽고, 전혀 서두르지 않는 모습으로 자세를 낮춰 그 공을 받아냈다.
여기서 핵심은 <자세를 낮췄다>는 건데 이걸 실제로 보면 거의 엎드리는 것과 같은 느낌을 줘서 그렇게 자세를 낮춰도 되는 건가 싶은 궁금증이 일었다. 그 누가 자세를 낮추면 안 된다고 하지도 않았는데 나는 피클볼을 하면서 상대방이 테니스 파워로 치고, 탁구 스핀을 먹이고, 배드민턴 속도를 내는 게, 다른 데서 배운 기술을 왜 여기서 써먹는 건지 아무것도 못하는 나로선 살짝 억울한 감정이 들 때가 있어 그와 비슷한 느낌으로 자세를 낮추는 게 약간 변칙처럼 느껴졌었다.
코치님께 간단히 그 상황을 말씀드리고, 자세를 낮춰 깊게 오는 공을 받고 싶으니 그렇게 쳐달라고 하고 의미하는 바를 좀 더 자세히 설명코자 리셋의 다른 버전인 거 같다고 했더니 리셋은 수비방식이지 이름이 아니라고 해서 또 잠시 버퍼링이 걸렸다.
피클볼에서 리셋(Reset)은 ‘샷을 치고 난 뒤 바로 다음 공을 받기 위한 준비 자세로 빠르게 복귀하는 타이밍’을 뜻함(출처 : 네이버)
어제 배운 건 정확히 하프발리, 이건 테니스 용어고 피클볼에선 숏홉, 일명 따닥 공이라고 했다. 이렇게 들으니 그동안 이해 안 됐던, '오는 방향으로 쳐라'란 말이 좀 구체화되는 듯했다.
이제 원하는 바를 배우기 위해 두 가지를 이해해야 한다.
1) 중간은 어떤 위치라 했나?
- 나는 지난번 메모했던 부분을 기억해 내며 '수비에서 공격할 준비가 된 것을 알리는 위치'라고 자신 있게 대답했다. 단어는 비슷하게 들어갔는데 내용이 섞였다고 했다. 중간은 트렌지션 공간이고, 그 뒤는 데드존이라 뒤로 갈수록 불리해서 상대방이 나에게 압박감을 주지 못하도록 공격을 하겠다기보단 최소한으로 지켜내야 하는 위치다.
2) 가운데로 오는 볼은 왜 두 손으로 치나?
- 질문을 잘하면서 왜 이건 안 물어보냐고 혼났다. 곧장 가운데로 잘 보내기 위해서? 아니란다. 가운데 앞쪽은 기존 하프발리로 치면 되지만 더 깊게 올 경우 네트에 걸릴 수 있으니 오른 손목을 살짝 까딱이는 스쿱자세를 가미해줘야 하는데 이건 한 손으로 할 수 없다. 그래서 두 손이 필요하고, 이게 익숙해지게 두 손으로 하는 연습을 하라고 했다. 신나게 스쿱처럼 퍼올리다 또 혼이 난다. 기본공, 좀 멀다 싶은 건 그냥 기존처럼 쳐야 한다.(옛썰!)
그리고 언제나 기억해야 하는 타이밍.
공격과 수비는 시소와 같다고 했던 말을 기억하냐고 물으신다. 알 거 같으면서도 알쏭달쏭해하자 공격이 손을 올리면 내 손은 내려간다, 명심! 나는 이 준비가 안되었고 주니어선수는 그게 됐을 거라 말씀하셨다. 미리 안 내려가 있으면 그 누구도 칠 수 없다. 이게 왜 인제 보이냐, 이제라도 보여 다행이다. 입으론 괜찮다 하는데 눈빛이 욕을 한다.
코치님은 답답해하다 만족해하고 답답해하다 칭찬을 하며, 진즉에 개인레슨 받으며 이해하고 넘어갔으면 더 빨리 늘었을 텐데 듀엣 하면서 핵심 못 잡고 시간이 흘러 너무 아쉽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또, 이제 될 때가 돼서 되는 것도 있을 거라고 내가 아닌, 본인 스스로를 납득시키는 듯한 말씀을 중얼거리셨다. 그런데 다른 얘기 다 좋지만 이 타이밍에 대한 이야기가 나 또한 너무 공감이 간다. 내가 더 빨리 피클볼을 알았더라도, 더 많은 시간을 투자했더라도 더 잘했었을 거란 확신은 없다. 지금과 같은 마음이 아니었기에 상황과 여건이 되고 마음이 동하니 지금이 때인 것뿐이다. 다만 금방 그만두고 흐지부지 만들고 싶지 않은 것만큼은 '타이밍'보다 더 중요한 것이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라는 걸 세월이 알려준 것도 있다.
발밑으로 쉴 새 없이 몰아치는 공을 곧잘 받아치자 잘했다, 발을 잘 움직였다, (작은 목소리로) 진흙에 발 빠진 사람처럼 안 있고란다. 이게 칭찬이 맞나? 잠깐 멈칫했지만 (상상해 보니) 발을 못쓰는 나를 표현하기에 이보다 더 와닿는 표현이 없을 거 같아 웃었다. 다음번엔 또 무슨 말을 듣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