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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화 Jun 07. 2016

둘째를 가질뻔하게 만든 그림책 2권

엄마가 읽는 그림책


"우리 아들 정도 많고 맘도 여린 게 여보랑 닮았어. 나도 닮긴 했는데, 난 좀 모진 구석이 있는데 우리 아들은 진짜 마음이 여리고 착하고 이쁜 거 같아. 의젓하고 우리 아들 같은 애가 하나 더 뽕하고 나타나면 좋겠어."


나도 지금의 아이 모습과 똑같은 둘째가 생긴다면 하나 더 키울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임신과 출산을 다시 겪고 싶지는 않다.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렇게 돌아가고 싶지 않은 시간이지만 오히려 애 낳으면 끝인 줄 아는 엄마들에게 나는 임신기간은 잊으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임신 때보다 백일이 힘들고, 백일보다 돌이 힘들고, 최근까지도 나는 늘 현재가 제일 힘들었기 때문이다. 조금 익숙해지고 수월해졌다 싶으면 정말 신기하게도 새롭게 힘들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주변에 아이를 낳는 지인들이 생기면서 알고 있는 정보를 공유하고 지식을 나누기도 하지만 시기별로 단계별로 공부하고 알아 두었던 것들이 희미해지고 있는 걸 발견했다.


그렇게 또 잊혀 가고 좋았다 추억하겠지만 정말 나에게 육아는 힘든 일이었다. 지나가는 아기가 너무 예쁘다며 우리 아들 저 때가 생각난다고 그래서 둘째를 낳나 보더라고, 힘든 건 다 생각이 안나라고 말을 하는 남편에게 냉정하게 선을 그었다.


"나는 아니야. 나는 다 기억해. 얼마나 힘든지 매 순간 매 순간, 나는 정말 힘들다고 꾹꾹 한 발자국씩 눌러 밟으며 여기까지 왔어. 그래서 난 또 못해."


그렇게 절대로 둘째를 갖는 일은 없을 거라고 쉽게 마음 약해진 적 없던 내가 그림책에 마음이 뺏겨 둘째를 갖는 상상을 잠시 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 마법이 다른 사람에게도 통할지 궁금한 마음이 든다.


첫 번째 책 There's going to be a baby. (동생이 태어날 거야)를 소개한다. 


임신한 엄마가 큰 아이를 데리고 대화를 이끌며 동생이 오게 될 상황을 미리 짐작해보고 받아들일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엄마와 아이의 대화는 침대맡에서도, 눈 오는 거리에서도, 식당에서도, 미술관에서도, 공원에서도 계속 이어진다. 그리고 상황에 맞게 엄마가 제시하는 동생의 행동을 아이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 상상해본다.


동생 모습이라고 가정을 하지만 실제로는 아이가 자라고 커온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다. 그런 자기 모습을 기억해봄으로써 아이는 동생의 탄생과 성장을 가늠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는 친절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엄마, 애기 가라고 말할 수는 없는 거에요? 우리가 그 아길 정말 필요로하진 않잖아요 그쵸?

동생이 생긴다는 설정도 중요하지만 엄마와 아이가 함께하며 일상 속에서 나누는 대화와 '만약에'로 이어지는 아이의 상상력을 표현하는 방식이 더 매력적인 책이다. 자신은 알고 있는 것을 아기는 모를 거라 확신하고 자기도 한 행동이지만 아기가 하면 말썽일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이다워 웃음 짓게 한다. 그러나 결국 그 아기(the  baby)를 우리 아기(our baby)라고 지칭하며 받아들이는 의젓함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그림이 정말 예쁘다. 아이와 함께하는 엄마가 그려질 수 있는 가장 자연스럽고 아름다울 수 있는 모습만 포착해서 담아놓은 것 같다. 그래서 이 그림책은 아이를 위해서가 아니라 엄마를 위한 소장용으로 꼭 한 권씩 사서 집에 두라고 말해주고 싶다. 우리 집에도 거실 책장 중간에 자리 잡고 내 시선이 가장 자주 머무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집에 오는 지인들도 다른 책은 몰라도 이 책은 꼭 한 번 씩 들쳐보며 말한다. "그림이 예쁘네요." 그러면 나도 어김없이 한마디를 덧붙인다. "내용도 좋아요." 이 책을 보면서 아이에게 동생이 있으면 어떨까 정말 여러 번 상상을 해보았다. 좋은 오빠가 되어줄까. 좋은 형일 수 있을까. 상상만으로도 기대가 되는 순간에 설레다가도 절대 안 되는 일이라며 상상 속에서 어렵사리 겨우 빠져나오곤 했었다.


두 번째 책은 あさえとちいさいいもうと (아사에와 작은 여동생)이다.


일본 여행길에 서점에 들러 골라온 그림책이다. 일본어 공부도 할 겸 실제로는 나를 위해 구입한 책인데 그림도 예쁘고 내용도 어렵지 않아 나중에 읽어주면 좋겠다 싶어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한국에서도 '아사에와 작은 여동생'으로 번역되어 꽤 잘 알려진 책이었다. 한국어판으로는 살 생각이 없었다가 동일 작가의 다른 그림책이 생활동화로 읽어주기 좋을 것 같아 시기를 살피고 있었는데 아이가 크면서 관심 있어 하는 분야를 보니 어쩌면 이 책을 영영 구입하지 못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아들보다는 딸에게 적합한 책이다.

첫째가 딸이었다면 좋았을텐데 그랬다면 고민하지 않고 동생을 낳았을 것 같다

엄마가 외출을 하면서 큰 딸아이에게 동생을 보고 있으라고 말한다. 알았다고 말하고 잠시 정신을 판 사이 동생이 사라졌다. 놀란 언니가 동생을 찾으러 다다닥 뛰는 장면이 나오는데 표정에서 아이의 다급함과 책임감이 공존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동생이 있다면 아이가 -매우 힘든 감정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감정을 경험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동생이 없다는 사실이 못내 아쉽다. 하지만 동생과는 숙명처럼 부모의 사랑을 나눠가져야만 한다는 사실에서 자유롭다는 이유로 위로를 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부모가 조금 힘들더라도 형제를 만들어주는 것이 아이에게 최선이라는 남들의 말이 납득은 가면서도 쉽게 따를 수가 없다. 지금 우리 아이는 첫째냐 외동이냐 밖에 선택지가 없기 때문에 동생이 생긴다는 것이 생소할 수도 있고 좋을 수도 있을 것이다. 큰 아이가 원해서 동생을 낳기도 한다는데 아이는 몇 번을 물어도 동생은 아니라고 하니 동생을 원치 않는 것이 -아직까지는- 다행이라고 여겨진다.


동생을 낳아주고 여러 명의 자녀를 키우는 일 혹은 지금의 외동을 유지하는 것, 어떤 선택이 옳았다고는 나중에 시간이 많이 흘러서도 쉽게 말할 수 없을 테지만 그림책을 통해서라도 이런 감정을 읽을 수 있고 자신의 길을 갈 수 있는 아이로 자랐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 마음이 동할까 싶어 한동안은 이 책을 읽을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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