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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화 May 01. 2016

영향력과 책임의 관계

내가 잘할 수 있을까?


A는 평소 글을 쓰고 싶다던 남편 L에게 고민만 하지 말고 글을 써보라고 했다. L은 글을 쓰기 시작했고 자신의 재능을 발견했다.


L은 술자리에서 우연히 만난 J에게 자신의 경험을 말했고 J는 곧장 자신의 와이프 Y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그리고 설득했다. 글을 써보라고.


누가 자신의 글을 읽겠냐며 콧방귀를 뀌던 Y는 작가 신청을 하는 순간 무언가에 홀려 진짜 작가가 된 듯한 기분으로 글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여기서 Y는 바로 나다.


그리고 나는 A를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녀의 조언과 결정은 나에게 크든 작든 분명히 영향을 주었다. 게다가 그녀는 나에게 영향력을 끼쳤다는 사실을 알지 못할 터이다.


이렇게 서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끼리 영향을 끼치고 영향을 받는 관계는 얼마나 많을 것일까?


오늘 아침 글 하나가 조회수 8,000을 돌파했다는 알림을 받았다.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지 열흘만에 일어난 일이지만 사실 나는 이 수치가 의미하는 바를 잘은 알지 못한다.


글을 쓰기 전 브런치라는 사이트를 알지도 못했고 글이 관심을 받으면 얼마나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지는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만 스무 명 남짓하는 사람들이 읽어만 줘도 참 의미 있겠다 싶던 내 글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자 이는 나를 조금 흥분시키고 많이 부담스럽게 만들었다는 사실이 남았을 뿐이다.


여기서 몇 가지 가정을 해본다.



1) 만약, A가 남편의 평소 바람을 신경 쓰지 않았다면?


2) 그럼에도 L이 글쓰기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3) 만약, LJ가 술자리에서 만나지 않았다면?


4) 만나긴 했어도 브런치를 소개하지 않았다면?


5) 만약, J가 평소 Y의 글쓰기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면?


6) 설득은 했지만 Y가 브런치의 플랫폼이 맘에 들지 않았다면?


7) 만약에, 그리고 만약에..


너무나 많은 가정들을 지나쳐 사소한 우연과 높지 않은 확률로 나는 글을 쓰게 되었다. 그리고 혼자 쓰는 글과 남들이 읽는 글의 차이를 크게 두지 않고 써 내려가고 싶던 나는 첫 난관을 만났다.


글을 쓰는 데 있어 내가 알지 못하는 구독자들에게 끼칠 영향력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심지어 나의 새 글이 알림으로 전해져 그들의 일상을 파고들 생각을 하면 조금 조심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리곤 자연스레 생각이 미치는 건 결국 아이란 존재였다. 고작 두 시간 정도의 수고로 탄생한 그 글에 이렇듯 부담과 책임이 느껴지는 내가 몇 백일을 품었다가 세상에 내놓은 아이에 대한 책임감을 떠올리지 않을 수는 없었던 것이다.


아이는 내 입맛을 닮고 내 말투를 따라 하며 내 행동을 흉내 낸다. 그런 아이에게 나란 사람이 미칠 하나부터 열 끝까지의 영향력을 생각하니 마음이 갑갑해진다.


나에 대한 자부심과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대체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정말이지 책임에 대한 중압감이 목구멍까지 차올라 이루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을 느끼고 어떤 날은 이유 없이 아찔해지기도 하지만 부담감으로 손 놓고 있을 수 만은 없는 일이란 걸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하루 고민하고 하루 나아가길 매일 매일 반복하고 있다.


지난날 무수히 나에게 영향을 끼치려 했던 것들에서 자유로웠고, 또한 뜻하지 않게 좋은 길로 안내해 주었던 많은 말들과 글들을 떠올리며 영향력이란 결국 그 처한 상황에 맞게 알아서 찾아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A의 말은 결국 내 소망과 닿았기에 영향력이 생겼고, 내 글은 공감하는 사람에게만 영향을 끼칠 것이다. 그리고 아이는 나란 사람에게서 자신의 자양분이 될 수 있는 것만 취사선택하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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