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급 다모임은 학급 회의를 말한다. 일주일에 한 번 금요일 마지막 시간에 함께 대화하는 시간이다. 이 시간을 갖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의 문제를 듣고 함께 해결 방법을 찾기 위해서’이다.
내가 학급 다모임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
1) 서로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기
2) 자신의 의견을 차분하게 이야기하기
3) 자신과 친구들의 문제의 해결방안에 대하여 함께 생각해 보기
4) 평소 수업 시간에 말이 없는 아이들도 부담 갖지 않고 말하기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의자를 동그랗게 배치하여 모두가 마주 보고 앉는다. 음악이 끝나면 교사는 아이들이 돌아가면서 짧게 한 마디씩 할 수 있는 질문을 던진다. 예를 들어 아이들은 ‘지금 기분을 날씨로 표현한다면?(맑음, 보통, 흐림, 비등)’, ‘재미있게 본 영화, 만화, 책은?’, ‘알라딘 램프의 지니가 등장하여 세 가지 소원을 들어준다면 어떤 소원을 빌 것인가?’, ‘좋아하는 연예인, 운동, 음악은?’ 같은 질문에 답을 하면서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들 수 있다. 미리 짧게 생각할 시간을 주는데, 그래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면 ‘좀 더 생각해 볼게요’라고 이야기하고, 옆 사람에게 순서를 넘긴다. 친구들 이야기가 모두 끝나면 ‘친구들 이야기 듣고 나서 혹시 생각난 것 있어?’라고 물으며 한 번 더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말랑말랑한 공을 준비해서 그 공을 들고 있는 사람만이 이야기를 할 수 있다. 먼저 이야기하려 하거나, 다른 사람이 이야기할 때 시도 때도 없이 끼어드는 아이들이 많기 때문에 일종의 발언권을 주는 것이다. 이는 ‘회복적 생활 지도’에서 ‘토킹 스틱’을 참고한 부분이다.
돌아가면서 이야기를 마치고 오늘 이야기할 문제가 있는 사람을 확인한다. 학기 초에 학급 다모임은 ‘친구를 일러서 혼나게 하는 자리가 아니라, 나 혹은 우리에게 발생한 문제를 혼자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에 함께 해결 방법을 찾는 자리’라는 사실을 아이들에게 명확하게 이야기해준다. 아이들은 주로 개인 간의 문제를 이야기하지만 다수에게 해당하는 이야기를 할 때도 있다.
<개인 문제 1>
준수: 승호가 누가 누구를 좋아한다는 말을 자주 해요.
교사: 승호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준수: 그런 말 안 했으면 좋겠어요.
준수: 승호야 준수말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해?
승호: 다른 애들도 많이 그래요. 준수도 그랬어요.
교사 : 혹시 이 문제에 대하여 의견 있는 사람 있나요?
민호: 그런 이야기는 다 싫어하니까 서로 하지 말아야 할 것 같아요.
교사 : 혹시 다른 의견 있는 사람 있어요? 준수, 승호 더 할 이야기 있어?
<개인 문제 2>
민호: 광수가 다른 사람 물건을 너무 함부로 만져요.
교사: 광수야 하고 싶은 이야기 있어?
광수 : 그냥 장난으로 조금 만졌어요.
교사 : 광수가 장난으로 조금 만졌다고 하네. 또 의견 있는 사람?
경희 : 광수가 제 물건도 만지고 다른 사람들 물건도 막 만져요.
교사 : 그래. 혹시 다른 의견 있는 사람 있을까?
지호: 그런데 너무 광수한테만 뭐라고 하는 것 같아요. 그런 장난은 다른 사람들도 많이 하잖아요.
그밖에 ‘친구들이 갑자기 놀라게 하는 장난을 치지 않으면 좋겠다, 수업 시간에 더 집중했으면 좋겠다, 버스에서 조용했으면 좋겠다. 밤늦게 카톡을 하지 말자. 카톡에서는 필요한 말만 하자’와 같이 여러 사람들에게 바라는 점을 이야기할 수도 있다.
교사는 상황에 따라 사과를 유도하고 사과한 친구들에게는 ‘용기 내줘서 고맙다’고 말해 준다. 심각한 경우를 제외하고서는 해결 방안을 직접 제시하지는 않는다. 충분히 들어주고 의견을 모으며 아이들이 스스로 느끼고 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면 ‘제가 사과할게요’라며 먼저 사과를 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문제가 바로 해결되지 않을 때는 ‘각자 서로 이야기 들었으니까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보자’라는 말로 마무리하고 필요하다면 따로 상담을 한다. 이런 과정을 여러 번 거치면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문제가 천천히 해결되거나 비슷한 문제가 되풀이되는 횟수가 조금씩 줄었다.
아이들은 학급 다모임에 대하여 ‘평상시에 하지 못한 말들을 하고,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라는 소감을 많이 남겼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이야기를 마음껏 할 수 있어서 좋아하는 시간이다. 그리고 평소 수업 시간에 말을 안 하던 아이들도 이 시간에는 곧잘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면, 학급 다모임이 여러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임은 분명하다.
아이들이 자신들이 직접 겪은 문제를 공개적으로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기 때문에 서로 먼저 말하려고 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교사는 아이들이 손을 들어 발언권을 얻고 한 명씩 천천히 말할 수 있도록 조율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학년이 낮은 아이들일수록 의자에 오래 앉아 이야기하는 것을 힘들어하기 때문에, 학기 초에 학년 특성에 맞게 시간을 구성하여 연습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