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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동문 Jul 24. 2019

나를 정말 힘들게 했던
아이와의 대화

  나는 화를 잘 내던 사람이었다.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예전에는 아이들이 잘못을 해서 열 번 화나면 열 한번 화를 냈다. 매번 그렇게 화를 내고 나서 심했다 싶으면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하고, 내 마음도 불편하여 사과를 했다.(물론 사과는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을 담았다.) 이런 내 모습을 조금이나마 바꿔보고 싶었다. 

  대략 9년 전 부터 접하기 시작한 스님들의 글과 말씀은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교사 역할 훈련’ 책으로 알게 된 ‘나 대화법’을 시작으로 여러 생활 교육 책, 교사로서의 마음가짐을 다질 수 있는 연수와 자료를 찾아 공부했다. 화가 났음을 인지하고 감정을 조절하기 위하여 노력했다. 소리를 지르기 보다는 복식호흡을 하면서 거칠어진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애썼다. 요즘은 열 번 화나면 세 번 정도 화를 내는 것 같다. 그러나 여전히 그 세 번이 문제다. 다음은 몇 년 전에 있었던 일이다.     


나 : (계속해서 혼자 딴 짓을 하는 아이에게)경수야, 알림장 쓰자.

경수 : (못들은 건지 듣고도 모른 척 한 건지 대답과 변화가 없다.)

나 : 경수야, 알림장 써야지.

경수 : (교사가 못마땅하다는 표정과 함께 나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쓰고 있다고요!     


  여기서 나는 ‘알림장을 쓰고 있었는데 내가 두 번 이야기해서 기분이 안 좋은 거니?’라고 공감해 주었어야 했을 것이다. 그러고 나서 아이의 말과 행동에 대한 내 생각을 이야기해야 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내 역량이 부족했다.      


나 : (목소리 크기가 높아지며)다른 사람한테 손가락질 하면서 그렇게 이야기하는 거 아니야!

경수 :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는 표정으로) 제가 언제 그랬어요? 그리고 손가락질 하면 왜 안 돼요?     

  여기서부터 정말 화가 나기 시작했다. 참고로 이때가 5학년 2학기 때였다.      

나 : 방금 그랬잖아. 손가락질 하면 기분이 나빠.

경수 :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기분이 나쁘다고요?     


  그 아이는 매번 이런 식이었다. 정말 기억이 안 나는 건지, 더 혼날까봐 거짓말을 하는 건지 매우 무례하고 개념 없는 행동을 하고 나서도 ‘그런 행동을 한 기억이 없다, 그런데 왜 그런 행동을 하면 안 되는 거냐.’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그것도 기분이 안 좋은 표정과 함께.     


나 : (화가 난 감정을 애써 가라앉히며)수업 끝나고 잠깐만 선생님하고 이야기하고 가자.

경수 : (답답한 표정으로) 저 피아노 가야 해요.

나 : 시간 그렇게 안 걸릴 거야. 잠깐 이야기하고 가자.

경수 : (화난 표정으로) 저 피아노 가야 하니까 빨리 끝내 주세요.     


  아이가 발달이 늦어서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정말 모르는 것일 수 있다, 피아노를 가야 하는데 남아야 하는 게 싫은 감정을 이해해 주어야 했다. 하지만 한학기가 넘도록 반복되는  상황에 이미 나부터가 무척이나 지치고 화가 나있던 상태였다.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서 발생한 상황에 대하여 설명하고 가정에서의 지도를 부탁했다.

  다음 날 아이에게 사과를 했다. ‘어제 네가 나에게 예의 없게 구는 것 같아서 화를 내었다. 친구들 앞에서 화낸 건 미안하다. 더 노력하겠다.’고. 아이는 무기력한 태도와 무표정한 모습으로 어제 집에 가서 맞았다는 이야기를 흘리듯이 했다. 아이 행동의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학습 능력과 타인 공감 능력이 또래보다 한참이나 낮은데 집에서는 아이의 수준을 넘어서는 공부만 시킨다. 인터넷 게임이나 유튜브 시청은 중독 수준이다.(엄마가 조절하려 해도 아빠가 허락한다.) 조그마한 잘못만 해도 심한 꾸지람과 체벌이 이어진다. 아이의 몸과 마음, 영혼은 망가져 갈 수 밖에 없다.

  1년간 아이의 엄마를 여러 차례 만났다. 어떻게 생활해야 하는지에 대해 열심히 이야기했다. 실제로 아이는 예체능 활동이나 생태활동을 충분히 하고 나면 매우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엄마는 머리로는 받아들이지만 본인도 힘들기 때문에 마음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워하는 모습이었다.          

  사실 이런 아이들은 전문 기관의 치료와 상담이 필요하다. 내 능력이 뛰어나고, 내가 어떠한 상황에서든지 나의 감정을 다스릴 수 있는 온화한 사람이라면 나의 힘만으로도 아이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자신과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아이를 어떻게 교육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과 공부 이전에 내 마음속의 평화와 안정을 잃지 말아야 한다. 교사 역할 훈련, 학급 긍정 훈육, 회복적 생활 지도 다 중요하고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내용들을 공부하고 실천하는 사람의 마음이 (비록 어쩔 수 없었더라도) 순간의 분노와 화로 차 버린다면 교육이 제대로 이루지기 힘들다는 건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욱 내 자신의 감정과 마음을 다스리는 연습과 훈련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독서, 명상, 운동 그리고 글쓰기처럼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교사는 아이를 마주보며 대화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매우 중요한 일을 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항상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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