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16
퇴근 시각에 이르러 정자동으로 향했다.
막히지 않는 시간에는 20분이면 충분히 가는 20km 거리였지만, 퇴근 시간과 물리면 그 시간은 대폭 늘어난다. 관련 내용은 정확히 리서치해야 알겠지만, 면적 대비 자동차 수가 높은 한국이라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듯하다. 직장을 고를 때 이런 통근 시간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는데, 결국 사람이 하루에 쓸 수 있는 체력의 총량은 한정되어 있고 한정된 면적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며 일정 거리를 이동하는 것은 결코 무시할 수 있는 태스크가 아니다. 나는 학교를 다닐 때도 그런 의미에서 학교 앞에서 자취를 하고는 했다. 해당 관점에서 정자-판교 지역은 다소 매력도가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차량이 많은 것의 또 하나의 문제점은 도착해서도 주차할 공간이 마땅치 않거나 주차료가 상대적으로 비싸다는 점이다. 이 부분을 해결해줄 기술 또는 정책적인 혁신이 등장하기를 소소히 바라본다.
정자동은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모든 지역이 제각각 고유의 특색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면 과장이겠지만 일단 정자동 '거리'는 확실히 고유의 느낌이 있다. 우선 건물이 높지 않다. 2차선 내지 4차선을 사이에 두고 양쪽에 있는 상점들은 주로 1-2층 높이이며, 한 건물을 공유하는 일이 잘 없다. 그리고 노란 조명을 많이 쓴다. 아마 면적 대비 조명 수를 계산했을 때 서울-경기 근교에서 가장 높은 지역일 듯 싶다. 간판명에 외국 도시명이 많이 붙어있으며(헬싱키, 시카고 등), 스시를 비롯한 일식을 취급하는 곳의 비율이 유의미하게 높다. 그만큼 찻집도 많다. 그 중 하나에 들어가서 잠시 커피를 마셨는데, 커피와 차와 디저트 값이 비싸다. 비싼만큼 양이 많냐면 그런 것도 아니며, 맛도 오히려 시중 프렌차이즈점에 미치지 못하고 심지어는 그 흔한 라떼 아트도 해주지 않는 무심함이 있다. 디저트 조명이나 플레이팅에는 반의 반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의자는 지나치게 푹 꺼지거나 딱딱하거나의 양 극단이다. 어느 쪽이든 오래 앉아 있기에는 부적합하다. 막상 이렇게 적고 나니 내 자신이 그간 꽤나 까다로운 사람으로 변했구나 하는 감상이 든다.
그래도 그 모든 것의 변명이 되어주는 분위기가 있다. 인테리어가 세련되었는데, 그 지붕 아래에서 차를 한 잔 마시는 것만으로 내 자신이 꽤나 교양 있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다음 기회에는 즐비한 이자카야 중 한 군데를 가봐야겠다. 그곳에서 정자동은 내게 첫 인상에 대해 만회할 기회를 가지리라.
돌아오는 길에 타르트를 좀 샀는데 외견은 예뻤지만 맛은 평범했다. 마치 정자동과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