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플 나무와 엄마

추석에 떠오르는 엄마냄새

by 블루참

갓 자른 메이플에서는 엄마의 한증막 냄새가 난다. 허리케인 래리가 쓸고 간 아침 동네 몇몇 집에서 나무가 부러져 나갔다. 부러진 나무들의 대부분이 메이플이었는데 이는 나무가 단단하고 커다란 잎이 많이 달리는 나무라 그런 듯하다. 잎이 무성한 나무를 동네 사람들의 표현으로는 loaded 되어있다고 하는데 바람을 더 많이 받는다고 한다. 메이플은 가지를 무성이 뻗는 수종이라 때맞춰 가지를 정돈해 주지 않으면 사방팔방 어지럽게 자라게 된다. 그렇게 되면 바람을 더 많이 받고 부러지기 쉬워진다. 우리 집 앞의 애쉬 – 물푸레나무-는 큰 가지는 부러지지 않고 잔가지만 떨어져 나갔다. 잔가지가 매우 약해 손만 대도 떨어져 나가는 물푸레나무는 큰 바람이 들이치면 가지를 포기하고 몸통이 살아남는다. 게다가 야구방망이를 만들 정도로 단단하면서도 탄성이 좋은 편이라 쉽게 넘어가지는 않는다.


나무가 타는 모습은 저마다 다른데 물푸레나무는 타면서 탁탁 터지며 오줌냄새가 나고 메이플은 불티도 튀지 않고 묘한 단내를 내면서 - 메이플 시럽냄새 - 재도 남기지 않고 뜨겁게 탄다. 캐나다의 메이플은 덕이 많은 나무라 살아있을 땐 좋은 그늘이 되고 메이플시럽도 만들고 죽어서는 좋은 기타가 되고 좋은 장작이 된다. 단단한 나무이지만 장작을 팰 땐 마치 처음부터 두 조각이었던 것처럼 부드럽게 쪼개진다. 이렇듯 메이플은 여러모로 좋은 나무이지만 비싸고 구하기는 힘들다. 그래서 누구네 집에 태풍에 메이플이 넘어갔다는 소리를 들으면 동네 남정네들은 일단 체인톱과 맥주를 들고 모인다. 높이 하늘에 꽂혀 있을 땐 작아 보였던 나무도 땅 위에 끌어내리고 보면 꽤 크고 묵직하다. 부러진 나뭇가지들은 정리해 트럭에 실어 내다 버리고 큰 둥치들은 겨울에 쓸 장작이 된다. 기왕에 공짜 장작이 생겼으니 동네 남정네들은 신이 난다. 대롱대롱 매달린 가지들을 잘라내고 큰 둥치는 16인치에 맞춰 토막을 낸다. 미리 약속이나 한 것처럼 16인치로 자르는 이유는 대부분의 벽난로가 16인치를 사용하도록 디자인되어 있고, 또 16인치를 세줄로 나란히 놓으면 48인치, 즉 4피트가 되는데, 장작을 쌓을 때 흔히 사용하는 팔레트의 규격과 (4x3.5)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기왕에 일을 시작한 김에 사람들은 다음 태풍에 넘어갈지도 모를 나무를 미리 자르기를 권한다. 여벌의 장작이 생기는 것은 덤이다.


차곡차곡 일정한 길이로 자른 나무를 차에 가득 싣고 돌아오는 길에 문득 그리운 냄새가 났다. 어릴 적 우리 집 근처에는 한증막이 있었는데 그곳을 지날 때면 항상 묘한 나무 냄새가 났다. 굳이 설명하자면 젖은 거적때기가 마르는 쿰쿰한 냄새였다. 항상 허리가 아팠던 엄마는 자주 한증막에서 시간을 보내곤 했는데 한증막에 다녀온 날은 엄마한테서도 한증막 냄새가 났다. 젖은 지푸라기 마르는 냄새. 멀리 지구 반대편에서도 엄마 냄새가 나는 것을 보면 추석은 추석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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