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남에게 보여주려고 인생을 낭비하지 마라 - 쇼펜하우어
쇼펜하우어의 말과 표현 중 좋았던 부분을 남기고, 제 의견도 조금 섞어서 책 리뷰를 적어봅니다. 좋아하는 철학자 중 한 명으로 언제나 쇼펜하우어를 뽑고 있습니다. 인생과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의문이 생기던 시절 그의 글을 읽었습니다. 답답했던 부분이 해소되는 기분을 느꼈고, 그 이후로도 고민이 있을 때 늘 찾게 되는 철학자입니다.
재치 있는 사람은 무엇보다 고통과 근심이 없고 안정과 여유를 찾고자 노력할 것이다. 그러다 결국 고요하고 겸손하면서도 논란을 일으키지 않는 삶을 추구한다. 이런 사람은 타인과 어느 정도 친교를 맺은 뒤 위대한 정신을 위해 은둔하고 나아가 고독해지는 길을 택한다. 정신적으로 가진 것이 많을수록 외부에서 필요한 게 적고, 그렇게 생긴 시간적 여유 속에서 온전히 자신으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2장 개인의 본질' 중)
어떤 삶을 추구해야 할지, 어떤 마음가짐으로 버텨내야 할 지에 대한 답을 주는 것이 바로 철학이라고 생각됩니다. 결국 사교적인 사람보다는 고독함을 추구할 줄 알아야 고통이 없는 삶이 된다고 하는 말인데요. 많은 책에서 비슷한 내용을 말하지만, 이렇게 명확하게 마음에 와닿는 표현은 많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모호함을 그냥 모호함으로 내버려 두지 않고 답을 찾을 때까지 생각하고 또 적어나가는 게 바로 철학이 주는 기쁨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완벽하게 서술할 목적은 다른 장에서도 없었지만, 이 장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완벽해지자면 테오그니스와 가짜 솔로몬 왕부터 라로슈푸코까지 모든 시대의 수많은 사상가가 확립한 부분적으로 훌륭한 삶의 규칙을 반복해 설명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판에 박힌 말의 진부함을 피하지 못한다. 완벽을 추구하면 체계적인 정리가 거의 불가능해진다. 완벽함과 체계적인 정리가 수반되면 필연적으로 지루해진다는 사실에서 위안을 얻길 바란다. ('5장 권고와 격언' 중)
글을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종종 너무 완벽을 추구해서 지루해진 글을 보거나 쓴 적이 있습니다. 일을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간혹 너무 많은 일을 완벽하게 정리하려고 하다 보면 오히려 핵심이 없는 진부한 보고서가 되곤 합니다. 이러한 통찰을 편하게 서술한 내용이 인상 깊었고, 꼭 기억해 두고 싶은 부분입니다.
인간이 하는 모든 일에서 가장 신경 쓰이는 일은 다른 이의 생각이다. 가만히 살펴보면 인간의 걱정과 두려움의 절반은 타인에 관한 생각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자주 상처를 받고 병적으로 너무 예민한 자존심은 허영과 오만불손함은 물론이고, 과시욕과 허풍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런 걱정과 집착만 없다면 사치는 지금의 10분의 1도 안 될 것이다. ('4장 개인의 외면' 중)
이 부분은 남들 눈치를 보며 경쟁 속에서 사는 현대 사회를 간파하는 통찰이라고 생각됩니다. 지금도 충분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언제나 남들과 비교해서 자신을 괴롭히는 것이 인간의 특성이라고 말하는 그의 말에 크게 공감했습니다. 이는 반대로 생각하면, 한 발 떨어져서 혼자서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끊임없이 남들과 비슷한 소비를 하도록 유혹하고 그 소비를 하려면 필요 이상으로 돈을 벌어야 합니다. 굳이 내가 필요하지 않아도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사치를 하도록 매일 주입식 교육과 세뇌를 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누가 정해 놓은지도 모르는 그 어떤 삶의 기준을 맞추기 위해서 평생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렇기 때문에 우리는 끊임없이 좋은 책을 읽고 통찰과 현명함을 유지해야 앞에서 말한 '고요하고 겸손하면서도 논란을 일으키지 않는 삶'을 추구할 수 있기에 오늘도 몇 글자 남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