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봄날 어느 금요일 저녁, 여의도역은 사람이 가득하다.
평소와는 무언가 다른 활발함이 느껴지는 듯하다. '나도 약속을 잡아서 어딘가 갔었어야 했는데' 살짝 아쉬움이 남기도 하다. 그냥 집에 가긴 아쉽지만 너무 소란스러운 곳에 가긴 싫어서 조용한 근처 서점에 간다. 이곳은 오늘따라 더욱 한적한 느낌이다. 아무래도 철학과 심리학 도서 쪽으로 관심이 간다. 열심히 성실하게 살고 있지만 동시에 공허함과 무료함을 자주 느끼는 것이 조금은 불편하고 어색하다.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기분이 든다.
'그 어떤 고통이나 무료함도 없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어린아이처럼 한없이 명랑한 사람이 존재할까?'
이런저런 고민과 번뇌, 그리고 공허함 자체를 없앨 수는 없다. 인간은 그런 존재라고 받아들이고 더 깊이 생각해서 그 자체를 인정하고 사랑하는 방법을 배워가고 있다. 이렇게 내면의 힘을 키워서 긍정적인 마인드 또한 키우려 노력해야 한다. 의식적으로, 의지를 갖고 생각한다. 이러한 마음의 근력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예전에는 몰랐다. 그리서 오늘도 글로서 나의 생각을 정리하며 적어본다. 글로 쓰지 않으면 흐릿해진다.
요즘 들어 '무결정'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 살면서 여러 데이터가 축적되며 선택에 대한 후회와 불만이 생긴다. '게으른 완벽주의자'라는 말이 나에게도 적용되나 보다. 결정에서 오는 불안감이나 선택의 순간 압도감에 집중하기 때문에 결정을 피해버리는 회피형이다. 그냥 편하게 집에 가서 늘 하던 일을 하는 것이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보다 훨씬 쉽다. 결국 같은 일상이 반복되는 것이다. 물론 이 같은 안정감을 좋게 생각하는 사람도 많지만, 나에게 맞는 방법은 아니란 것을 안다. 그래서 결정에 대한 고민보다는 결정 후에 느끼는 후련함, 만족감에 주목해야 한다. 이 또한 의식적으로 행동하고 반복적으로 학습하고 있다. 반복하지 않으면 다시 무결정, 회피형으로 되돌아간다.
결국 나를 바꿀 수 있는 건 나 자신뿐이다. 그래서 공허한 나를 잠재우고 뚜렷하게 의식적으로 행동하는 나를 움직인다. 사람은 계속 움직이고, 반복하다 보면 자연스러운 나의 모습이 나온다. 스스로 생각하는 더 나은 나 자신을 다시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