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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지니 Jan 01. 2024

간지럼과 가려움의 차이

감정 어휘, 유선경

오늘도 '한 때' 조울증을 앓았다고 말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병이 가져다준 후유증은 더욱 감정에 예민해졌다는 점을 들 수 있겠죠. 여전히 저는 작은 일이나 말에도 쉽게 무너지곤 합니다. 다시 회복하는 데는 수많은 트라우마와 스트레스를 이겨내야 합니다. 

다시 아프지 않기 위해서 '감정을 가두는 일'이 중요함을 잊지 않고자 합니다.




마음이 길을 잃고는 한다.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내가 뭘 원하는지 모르겠어.",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어." 나아가 이런 생각으로 괴로운 이도 있을 것이다. "나는 왜 내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지?", "나는 왜 행복하지 않지?"


우리가 살면서 몇 번쯤이고 자문하는 앞서의 질문들은 사실상 '감정'에 대한 물음이다. "네 마음이 어때?"라는 질문보다 "네 감정이 어때?"라고 묻는다면 희미하게나마 가닥을 잡는다. 그러나 쉽게 답하지 못할 것이다. 당연하다. 우리는 오랫동안 '감정'을 깊숙이 파묻고 '이성'이라는 널빤지로 못을 쳐놓고 살았다.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버려야 한다고까지 세뇌받았다. 감정은 숨기고 다스리고 제어해야 할 작은 악마 같은 취급을 받았다.


이러는 동안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자기 삶의 나침반이다. 자신의 감정을 '좋다', '싫다', '나쁘다' 정도로 뭉뚱그리지 않고 기쁨, 슬픔, 분노, 증오, 불안, 기대, 신뢰, 놀람 등으로 구별하고 그에 알맞은 어휘를 붙여 불러주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안정되고 후련해진다. 나아가 나침반이 되어 앞으로 가야 할 길을 알려준다. 각각의 감정은 내 인생의 징후이며 각기 다른 해석과 해결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가렵다'와 '간지럽다'를 구분하지 못하겠노라 했던 지인이 있었다. '간지럼'이 뭔지 모르냐고 물었더니 아는데 그게 '가려움'과 어떤 차이가 있느냐고 되물었다. 긁고 싶으면 가려움이고 웃기지도 않은데 웃음이 나면 간지럼이라고 답했던 것 같다. 간지럼을 타지 않는 사람도 있으니 딱히 맞는 답은 아니었다. 


그런데 만약 이 둘을 구분하지 못하고 

간지럼을 타는 사람을 박박 긁어주면 어떻게 될까. 반대로 가렵다는 사람한테 간지럼을 태우면 어떻게 될까.

감정에 있어 대표적으로 '슬픔'과 '분노'가 그러하다. 우리는 자신의 감정을 부지불식간에 스스로 속이고 왜곡한다. 여기에서 크고 작은 고통이 생겨나고 마음이 갈 길을 잃어버린다.


감정에는 선도 악도 없다. 옳고 그름 역시 없으며 판단의 대상이 아니다. 자신이 그런 감정을 느끼는 것에 수치심이나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는 소리다. 마음의 고통은 감정이 아니라 자신이 생생하게 느끼는 감정을 숨기고 억누르고 부정하는 데서 생겨난다. 인간의 감정은 복잡해서 같은 일을 겪는다고 모든 이가 같은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 또 한 가지 일에 여러 가지 다양한 감정을 한 번에 느끼기도 한다.


나는 '행복'을 감정이라기보다 '태도'에 가깝다고 여기는 편인데 감정 어휘를 알맞게 표현하는 방식이 행복이라는 태도를 지니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믿는다. 자신이 어떤 상황에서 기쁨, 슬픔, 분노, 증오, 불안, 기대, 신뢰, 놀람을 느끼는지, 또 어떻게 흘러가는지 인지하고 올바르게 표현한다면 우리는 삶의 파도를 예측할 수 있고 믿을 수 없게도 가뿐하게 올라타 즐길 수 있다.


- 감정 어휘, 유선경



조울증을 극복하면서 얻은 후유증은 스스로를 돌보는 데 좋은 알람이 되기도 합니다. 예민해진 만큼 감정의 변화를 세밀히 살피게 되죠. 여전히 힘들다면 오늘의 나의 힘듦의 원인 감정은 무엇인지 곰곰이 되짚어 봅니다. 나의 감정이 '가려움'이어서 긁어주길 바라는 건지, '간지럼'이어서 멈추길 바라는 건지 말이죠. 


남들보다 감정의 소용돌이에 수없이 많이 휩쓸리니 리듬을 타는 법을 배웠습니다. 흐름에 몸을 맡기고 나의 감정에 집중하는 이 시간이 소중합니다. 많은 시간들을 힘듦의 감정 속에 보내왔기에 그를 달래는 수많은 치료법들을 얻었습니다. 오늘 내가 느낀 힘듦의 감정을 그 무엇에도 전이시키지 않고 달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고민했습니다. 힘듦을 단순히 긍정적인 감정으로 이겨내지 않았고, 그럴 수 없음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우울과 슬픔, 분노, 수없는 부정적인 감정들은 '시간이 약이다'가 아닙니다. 평생 지워지지 않는 트라우마로 남기도 하고,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머릿속에 그날의 일들과 감정이 생생히 재생되어 오늘의 힘듦이 아니라 과거의 일들까지 다시 겪고 이겨내야만 지나가는 상황들이 펼쳐집니다. 참는다는 것은 언젠가 터지기 마련이고 이는 자신 또는 타인에게 씻을 수 없는 내상과 외상을 입힌 후에야 지나가기도 합니다. 


사람이 살면서 하는 큰 착각이 2가지 있다고 합니다. 

첫 번째, 잘 나갈 때 계속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 믿는다.

두 번째, 힘들 때 이 힘듦이 영원하리라 믿는다.


다 지나가리라 아무리 되뇌고 마음을 달래 봐도 쉽지 않은 날이 훨씬 많습니다. 

부정적인 감정들이 스스로를 괴롭히고 힘들게 할 때 큰 부상 없이 지나가게 하기 위한 방법들을 차근차근 소개합니다.


오늘의 치료법입니다. 부정적인 감정들은 수용성임을 잊지 말아요. 아무것도 할 의욕도 힘도 없고 두려울 때는 단순하고 가볍게 생각하려고 노력해야 해요. 손 닿는 곳에 물이 있다면 물을 마시며 몸속을 타고 흐르는 물의 흐름을 느껴봅니다. 조금 에너지가 생긴다면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며 가만히 눈을 감아보세요. 어떤 감정이 가장 많이 드는지, 감정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아내기만 해도 오늘의 감정을 해소할 길이 보일 거예요.


뻔하고 진부한 방법이라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이 든다면 왜 그런 감정이 들었는지 생각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될 거예요.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이러한 진부한 방법들이 통했을까? 그런데 왜 나에게는 이 방법이 통하지 않는 것일까?' 궁금증을 가져보는 것이죠. 다음에는 그 방법은 제외하고 다른 방법을 시도하면 그만이니까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그만큼의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나에게 맞는 다른 방법을 시도할 시간을 벌어줄 거예요. 부정적인 감정들에 잠식될 때면 그를 이겨내기 위해 시도할 에너지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이런 시행착오들은 더욱 중요합니다. 감정의 둑이 무너져 흘러내리지 않게 작지만 확실한 기분 전환 거리들을 많이 확보해놓아야만 해요.


감정의 파도 속에서 한없이 침잠할 때 어떻게 온전히 침잠할 수 있었는지 궁금하지 않나요? 그 끝에서 오히려 완전히 고갈되었던 나의 에너지가 조금씩 채워지는 기분을 느껴보세요. 나름대로 찾아낸 나만의 치료법들을 함께 보고 듣고 느끼며 생각들을 나누고자 합니다. 부디 이 작은 시도가 오늘을 힘겹게 지나가고 있는 그대에게 딱 그만큼의 사연만큼만 아프기를, 그리고 별 탈없이 지나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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