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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지니 Jan 02. 2024

사람 때문에 지쳐요

진짜 인간관계 잘하는 사람들의 특징, 주언규

오늘도 '한 때' 조울증을 앓았다고 말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사람마다 생각의 차이는 있겠지만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일보다 더 힘든 것이 인관관계라는 점은 이견이 없을 거예요. 주변 지인들이나 친구, 연인, 전 직장의 직장 동료들과 같은 인간관계는 사실 흔히 말하는 '시절 인연'으로 묶을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그들도 오랜 시간 함께 했거나 정을 떼기 어려울 정도로 마음을 나눈 상태라면 실망하는 일이 반복된다고 해도 쉽게 인연을 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제가 가장 끊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인간관계는 '가족'입니다. 사실 가족이 아니라면 이제는 더 이상 상처받고 싶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방어기제가 잘 발동됩니다. 저의 경우는 지칠 때만큼 버티고 참다가 터지면 회피하거나 상대방과 선을 긋고 거리를 둬버리는 문제점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족은 서로의 약점을 아주 잘 알고 있다는 점이 문제가 됩니다. 그보다 더 문제는 그래봤자 가족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인식을 갖는다는 점입니다. 그런 생각은 함부로 대하는 것. 제대로 사과하지 않고 어물쩍 넘어가는 방식으로 발현되곤 합니다. 가까울수록 예의가 필요합니다. 솔직한 것과 무례한 것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부끄러워해야 할 일입니다. 모두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부모가 자식을 대할 때 그런 문제가 더 크게 발현되고는 합니다. 부모가 갖고 있는 결핍들이 자식에게 투영되는 경우가 많고, 크고 작은 감정의 쓰레기통 역할을 하게 하기도 합니다. 이런 문제가 본인의 건강에도 무리가 올 정도로 문제가 된다면 부모가 주는 경제적, 정신적인 안락함을 포기하고 '잠시' 혹은 '오래' 연락을 끊고 거리를 두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의 생각과 똑같이 해보는 것이죠. '그래봤자' 가족이라면 이런 나도 이해해 줘야지 하고 말입니다.


이 과정에서 싸움이나 갈등은 불가피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 제가 인간관계에서 가장 힘들다고 생각하는 상황은 갈등이나 싸움에 휘말릴 때입니다. 싸우고 언성을 높일 바에는 내가 참고 넘어가거나 안 보고 말지 할 정도로 말입니다. 그럼에도 피할 수 없을 때는 누가 됐건 간에 '다시 안 볼 각오로' 이야기하곤 합니다. 물론 그 과정까지 오기 전에는 수많은 순간 참아왔던 서운함과 이해되지 않는 말과 행동들에 대한 깊은 고민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싸움을 피할 때는 사실 이런 생각들도 많이 했습니다.


'똥이 더러워서 피하지, 무서워서 피하냐?'

'내가 저런다고 같이 화내고 싸우면 똑같은 사람이 되는 거야'

'사람은 변하지 않아. 안될 거면 빨리 버리는 게 답이야'


제가 인간관계에 성숙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여유'가 있는 사람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문제에 처했을 때도 쉽게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인내심이 강하고, 생각이 깊고 불합리한 상황도 지혜롭게 풀어나갑니다. 갈등 상황이나 의견 대립의 상황도 불평을 줄이고 차분하게 문제를 해결해 내곤 합니다. 문제를 회피하고 침묵을 택하거나 도망가는 것과는 다릅니다. 감정이 가라앉고 때가 되기를 기다리는 것도 문제 해결의 과정입니다. 그들은 어떻게 감정의 완급조절을 할까요? 그들이 살아온 삶의 방식이 결정적이겠지만 위안이 되는 건 노력으로 바뀌는 점이 분명히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은 변하지 않습니다. 성격은 쉽게 바뀌지 않죠. 하지만 삶을 대하는 태도나 방식은 일시적이든 장기적이든 변하도록 노력할 수 있습니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최근 나름의 굴곡을 겪고 다시 활동을 하고 있는 유튜버 '주언규'님의 쇼츠를 보던 도중에 와닿았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몇 가지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느꼈던 진짜 인간관계를 잘하는 사람의 특징은 'Fade out'을 잘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여전히 저 사람과 친하다고 생각하고 말하고 다니지만, 상대방은 조용히 손절한 상태인 것이지요. 만나서는 기분 좋게 웃으면서 상대방을 대하지만 다시 보진 않는 거죠. 기분 나쁘지 않을 핑계를 대면서요.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언제가 됐든 기분이 좋을 수 없을 겁니다. 제대로 이야기도 안 해보고 좋은 사람인 척 거리를 둬버리는 사람들이라며 욕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반대 입장이라면 서로 기분 나쁘지 않게 서서히 멀어지는 것이 어쩌면 배려가 아닐까 하고요. 슬프지만 받아들일 부분은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현실이지 않을까 하고요. 오는 사람을 막을 수 없듯이 가는 사람도 잡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게 마음먹는다고 깨끗하게 정리가 되면 인간관계로 힘들어하는 사람은 없겠죠.



그렇다면 마음처럼 되지 않는 인간관계에서 진정으로 'Fade out' 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요?



제가 찾은 오늘의 치료법입니다.


결국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사람으로 치유받아야 합니다. 좋은 마음으로 베푼 것들은 꼭 그 사람이 아니더라도 생각지도 않았던 사람들에게서 돌려받을 수도 있습니다.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나와 결이 비슷한 사람, 나의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사실 마음을 다 알아줄 필요가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저에게는 제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 조용히 들어주고 따뜻한 손으로 가슴께를 천천히, 둥글게 쓰다듬어 주는 단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비슷하게는 안아주고 미세하게 떨리는 등을 쓸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됩니다. 저는 한참을 그 손길 위에서 쌓인 감정을 토로하며 울음을 내뱉은 뒤에야 안정을 찾았습니다. 힘들 때일수록 사람의 온기가 더욱 필요합니다. 힘들다고 말하세요. 오늘의 힘듦을 들어주고 같이 울어 줄 친구가 꼭 필요합니다.


김창옥 교수의 강연 중에 들었던 이 말이 참 와닿았습니다.

구름은 바람 없이 움직일 수 없고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오직 사랑이다. -병천순대


사람들은 병천순대라는 상호명에 웃음을 터뜨렸지만, 마냥 웃어 넘기기엔 참으로 통찰력 있는 글귀를 붙여놓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힘으로도 움직이지 않는 것이 사람입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문제들이 돈이나 권력, 명예로 해결되곤 합니다. 그럼에도 설명되지 않는 것은 그 모든 것을 갖춘 사람들도 괴롭고 외롭고 힘들어한다는 점입니다. 결국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사랑입니다.


갑진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연락하고 싶은 사람이 떠오르나요? 그렇다면 용기 내어 따뜻한 국밥 한 그릇 하자고 말해보세요. 그보다 더 따뜻한 사람의 온기를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어쩌면 그들이 당신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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