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이 강을 따라갔을 때|리처드 T. 모리스
밤에도 흐르고, 낮에도 흐르는 강이 있었어.
강이 어디로 가는지는 '아무도 몰랐지'
"곰이 강을 따라갔을 때"는 리처드 T. 모리스가 쓴 그림책으로, 자연과 모험을 주제로 한 이야기다. 이 책은 곰이 강을 따라 여행하면서 겪는 다양한 경험과 관찰을 담고 있다. 곰은 강의 물소리, 주변의 식물과 동물, 그리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탐험하며 성장해 나간다.
그림책의 좋은 점은 아이들에게 주는 단편적인 교훈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 곳곳에 녹아있는 나의 결핍, 아픔, 부족함, 혹은 반대의 감정들. 충만함, 편안함, 평온함 등의 감정까지도 다시 생각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곰이 강을 따라갔을 때"를 읽자마자 정말 오랜만에 '이거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채색, 흑백으로 보이는 배경색에서 새파랗고 쨍한 채도를 가진 강물이 흘러내린다. 보기만 해도 시원해 보이는 강물이다. 이 강물이 어디로 흘러가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곰은 '그저 궁금해서'라는 이유 하나만을 강을 따라가다 첨벙 빠져버린다.
나는 금세 곰의 입장에서 강을 바라보고 있었다. 물이 너무 새파래서 무섭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렸을 적 물에 빠져서 아무도 모르게 죽을 뻔한 기억들도 있었고, 잔뜩 물을 먹어서 물의 무서움을 새삼 느꼈던 적도 있었기 때문이다. 물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새파란 물속이 마냥 즐겁지 만은 않다는 점에 다들 공감할 것이다. 살아가다 보면 우린 이렇게 위기로 보이는 순간을 맞닥뜨린다. 어떨 때는 금방 빠져나오지만 어떤 때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푹 빠져버려서 잠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얼어버리기도, 바닥까지 깊게 빠져버리기도 한다.
La Vita E Bella, 인생은 아름다워. 이 순간이 이 문구가 가장 적절하게 들어맞는 순간이 아닐까 한다. 곰은 친구가 없어 외로워하는 개구리를 만나서 새로운 세상을 알려준다. 친구가 무척 많다는 것을. 내가 경험한 것 외에는 위험한 것이 많다는 사실만을 알려주는 거북이들에겐 통나무배를 함께 타며 얼마나 재밌는지를 알려준다. 타고난 선장인 비버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이들에게 이정표가 되어주지만 뜻밖의 변수가 생겨서 그 길로 가지 못했을 때 둘러 가는 길도 있다는 것은 몰랐다. 너구리들은 신남을 온전히 즐길 줄 알았지만 조심해야 통나무배에서 다들 떨어지지 않는다는 건 몰랐다.
뚝.
모든 것은 일장 일단. 이것을 잊지 않고 살아간다.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다. MBTI는 성격을 16가지 유형으로 분류하지만 실제로 성격 유형은 그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넘쳐나는 테스트들을 재미 삼아하다 보면 일을 할 때의 나, 일상생활의 나, 개인적인 일에 관련될 때의 내가 다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실제로 MBTI가 다 다르게 나온다. 그것은 어느 하나의 성격 유형으로 나를 정의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신뢰가 가지 않는 점은 아무리 솔직하게 선택한다고 하더라도 내가 되고자 하는 바로 결과값이 흘러갈 수밖에 없다는 것.
그럼에도 배울 점은 있다. 내가 어떤 유형에 가깝고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되는지 보인다는 점이다. 나는 본인의 MBTI와 반대되는 성향을 기르기 위해 노력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요새는 그냥 성격유형으로 나오지 않고 퍼센트로 각각의 성향을 분포를 확인한다. 중앙값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왜 나는 저런 점을 갖지 못할까? 왜 이렇게 부족할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상담 선생님과 함께 사과나무에 사과를 따는 사람을 그릴 때가 있었는데 굉장히 큰 충격을 받았다. 내가 그린 그림은 사과가 사람보다 크고, 하반신 없는 사람이 손도 없이 나뭇가지로 사과를 따고 있었다. 이상을 좇아 현실에 해야 될 것을 놓치는 타입. 말을 굉장히 잘하는데 반해 통합적인 사고가 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결과를 얻었다. 그런 거에 비해서는 굉장히 잘 살고 있다는 말을 듣는데 머리가 띵했다. 나는 지금 내 삶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하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공부하려고 노력하는데 잘 안 되는 이유가 뭔가 나에게 진짜 문제가 있다는 것인가?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을 맞닥뜨린 느낌이었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디테일을 챙기는 것이 굉장히 지치고 귀찮고 힘들게 느껴진다던지 무기력해지는 원인들이 여기에 있나 싶었다. 이건 나에 대한 정확한 자기 객관화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점인데 말이다. 정말 살아도 살아도 알 수 없는 것이 인생이고 나 자신인 듯하다. 이럴 때면 자괴감이 들고 괴롭다.
하지만 최근에 오후 3시면 항상 울리는 알람이 있다.
'저 사람은 참 잘한다. 하지만 나도 잘한다.'
- 왜 당신은 다른 사람을 위해 살고 있는가?,
고윤 지음 중에서-
처음에 말했듯이 정답은 일장일단. 장점이 있으면 바로 그것이 그 사람의 단점이고 맹점이라는 것이다. 나는 비록 통합적 사고가 부족하고, 이상만을 좇는 사람이지만 그로 인해 다른 사람이 느끼지 못하는 것까지 바라보고 느낄 수 있다. 그게 내가 글을 쓸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실제로 한번 영감을 받으면 글을 쓰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그리고 어떤 목표를 이루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 다른 장애물들은 일단 잊어버린다. 그게 내가 이제껏 살아오면서 진심으로 원하는 것들을 하나씩 이룰 수 있었던 이유인 것이다.
곰과 강물을 따라다니면서 만난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저마다 따로따로 살아왔고, 여기 이렇게 함께 있게 될 줄 몰랐다. 나는 이 그림책이 단순히 자연과의 연결의 중요성만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수많은 탐험과 위기가 있다. 또한 그것을 기회로 만드는 것은 일단 끝까지, 온전히, 몸을 맡기고 흘러가 보는 것. 내가 채우지 못하는 것들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내 곁에 있는 다른 친구가 채워줄 수 있다는 점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인연의 소중함을 모르고 나만 옳다는 생각에 빠지는 순간, 나의 맹점을 채워줄 누군가는 떠나고 없다는 점을 잊지말자. 그렇다고 그 친구의 장점과 나의 단점을 비교하느라 자존감을 바닥으로 떨어뜨리지도 말자.
'저 사람은 참 잘한다. 하지만 나도 잘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