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가 아빠의 딸 1
나에게 딸이 생긴다.
성별을 알게된 이후 거리에 지나가는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들이 눈에 담긴다.
운전할 때 건너편 인도에 우산을 쓰고 횡단보도 앞에 선 따님들,
걸어갈 때 나를 앞지르는 따님들,
버스와 지하철을 탔을 때 내 옆에 눈을 감은 채 에어팟을 끼고 서있거나
언제 열릴지 모르는 출입문에 기대어 휴대전화를 만지작 거리는 따님들을 보면
과연 내 딸은 어떤 모습일까 싶다.
폐지를 모아 쌓은 수레를 어렵게 끌기에 바쁜 한 따님은
차선 하나를 가득 차지하는 바람에
뒤편에 차들이 밀리던 말던
오직 그만의 목표에만 몰두한 모습의 나이든 따님도 있다.
하지만 횡단보도 점멸신호가 붉은 색으로 변할 때쯤
자신의 작은 등과 길지 않은 팔로
정지선 뒤에 출발을 기다리는 차들을 등지며
거동이 느린 친분이 전혀 없는 어르신을 보호하는 따님도 본다.
딸아, 너는 어떤 모습일까?
수업에 늦은 학생이 화장을 못하고
머리를 못 감았다는 이유로 모자를 눌러쓰고
상체를 숙인채 몰래몰래 강의실에 들어오는 따님이 있지만
종이로 낸 과제인데도
마치 레포트에 쓴 글이 나에게 손을 모아 공손히 인사하는 것처럼
정과 성을 들인 과제를 제출한 따님도 있다.
너는 어떨까?
과제를 많이 미루었지만
시험을 잘보아서 기세등등한 따님도 있지만
수업에 열정적이고
내가 생각지도 못하던 신선한 질문에
강의의 품과 격을 한층 끌어올리던 따님도 있다.
너는 정말 어떤 모습일까?
니가 어떤 모습이던
나는 네 애비로서 너를 사랑할 것이다.
하지만 남에게 피해는 주지말자꾸나.
살아서던 죽어서던 계속해서 널 사랑할께
나는 네 아버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