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역할
일주일 전부터 잠투정이 심해진 딸을 달래느라
아내와 나는 밤새 뻐근해진 팔근육과 함께 아침을 맞이한다.
분유를 먹이고 속을 달래 준 다음 잠에 드는데
요즘은 늘어난 투정을 끝으로 힘들게 눈을 ’ 감아준다 ‘.
“잠에 빠지기 전의 나른한 기분을
아이는 매우 낯설어한단다. 그래서 투정이 있을 거야.”
“그럴 때일수록 네가 더 꽈악- 안아주어야 한단다.”
아버지께서 나에게 말씀해 주신 게 문득 생각났다.
잠투정이 시작되자 나는 아이를 힘주어 더 꼭 안아주었다.
예상대로 안정을 느끼며 잠에 들기는커녕
자신의 몸을 옥죄는 느낌을 받았는지
더 크게 울기만 할 뿐이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어떤 각도의 어떤 자세가 되면
1초도 안되어서 울던 인상이 풀리며
온몸의 힘이 빠져서 팔다리가 너덜너덜해지더니
바로 잠에 드는 게 아닌가?!
‘나도 이랬던 거 같은데…?!’
이런 딸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오롯이 지금 주어진 환경을 믿고
온몸에 힘을 빼서 늘어뜨릴 만큼
나에게 안정감을 안겨주는 상황이라면
정말 아무런 문제 없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지 않을까?
아이는 두 팔로 감싼 공간에 나에게 의지하며 편안히 누워있듯이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업무 환경을 내가 마련해 줄 수 있다면
오케스트라도 편안히 일을 할 수 있을 텐데…!
내 본연의 임무인 곡을 지휘하는 것에만 집중을 했던 게 오히려 문제다.
내 역할은 이것이 전부라고 생각했지만
너무나 당연하면서도 하는 일의
최소한(의 영역)이라고 느끼는 순간
그동안의 내 모습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매우 소극적으로 보였을 것이라는 생각에
너무 부끄러웠고 한심하게 느껴졌다.
직책에 맞는 업무는 당연히 수행하는 것이고,
업무와 관련된 부수적인 일들도 직접
‘보살펴야 ‘ 함을 가슴이 저리게 깨닫는 순간이다.
구성원이 안정을 느낄 만큼
편안하지만 강인해야 하고
마음껏 직무를 펼칠 수 있을 만큼
관대하지만 올곧은 지시와 결정을 내려야 했었는데 말이다.
요즘 이곳저곳에서
작게나마 나에 대해 사람들의 잠투정이 늘어버린 것 같지만
투정의 원인에 대해 생각해보지 못했다.
아마도 훌륭한 리더는
고압적인 카리스마를 가진 사람보다
문제의 원인을 근원적으로 접근해서
자신의 실수를 담담하게 인정해야하는 상황일지라도
이를 깊고 진지하게 대면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닐까?!
40년이 넘도록 살았지만
인생 54일차인 네 덕분에 새로운 사실을 깨달을 수 있음에
내가 얼마나 감사하고 기쁘게 생각하는지 너는 알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