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선물
방학이 되면 비엔나를 떠나
선생님 댁에서 머물며 함께
마주 앉아서 공부했던 때가 문득 생각난다.
몇 년 전 돌아가신 내 선생님은
내가 만난 어떤 사람보다도 골초였기 때문에
평생 들이마실 예정이었던 니코틴을
나는 이 시기에 모두 빨아들였지 싶다.
선생님의 설명이 길어지면 집게와 검지 손가락 사이에 있던 담배가
스스로를 태우며 하얗게 주름진 몸을 드러냈다가
이내 내 악보 위에 떨어져 모두 부서져 버린다.
선생님은 아주 무심히 곧바로
그 잿가루를 손으로 두 번 치우면서도
설명을 멈추지 않았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모두가 선생님의 담배 때문에
가까이서 접근하기를 꺼려한다고 들었다.
그걸 참고 마셔가며 수업에 집중한 나는?
선생님께 보여드려야 할 도리 때문이었던가?
그런데 그게 왜 그다지 불편하지 않았을까?
그토록 소중한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독일어 실력과 눈치와,
이해력과 배려 같은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서
그의 지난 시간과 노력을 흡수하려 노력했다.
그래서 내 악보에는 , 내 노트에는,
선생님의 글씨체가,
평생을 무대에서 날아다니셨던 그 시간의 흔적이,
꼭꼭 눌려 내려앉아 있다.
당시에는 머리로만 이해할 수 있었던 글이
이제는 직접 피부로 와닿는다.
이렇게 시간을 응축해 놓은 선물이
10년도 지나서야 마구 풀어져 뒹군다.
선생님, 보고 싶습니다.
그저 공부하러 방학 때마다 들렀던
한 동양인 학생을 위해
밤늦은 시간에도,
저를 위해 할애해 주신 시간, 이야기가
요즘따라 정말 소중히 느껴져서요.
수업이 아니라 그저 지나가다가 들러도
자식처럼 그저 따뜻하게 맞아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저의 이 눈물이, 감사가,
선생님이 계신 곳에 전달되어서
오늘은 한 번 더 웃으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사랑합니다,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