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나지 않았으면 몰랐을 새벽
사람은 평균 여섯 시간에서 여덟 시간 잠을 잔다. 사람보다 짧게 잠을 자는 말이나 소 같은 동물도 있는데, 이들은 두세 시간밖에 잠을 자지 않는다. 반대로 사람보다 길제 자는 동물들도 있다. 개는 열두 시간을 자고, 쥐나 고양이는 열세 시간에서 열네 시간, 나무늘보 같은 경우는 스무 시간에 가까운 잠을 잔다. 같은 포유류라고 하더라도 수면 시간은 크게 차이가 난다.
일반적으로 초식동물은 대체로 수면 시간이 짧고, 육식 동물은 수면 시간이 길다고 알려져 있다. 육식 동물의 주식인 고기는 고단백, 고열량 식품이라서 한 번 먹이를 먹고 나면 배고파질 다음 시간의 간격이 길다. 그래서 수면 시간 역시 길다는 것이다.
그럼 초식동물은? 풀이란 먹이는 쉽게 구할 수 있는 대신 열량이 낮기 때문에 대량으로 먹어야 한다. 따라서 필연적으로 깨어 있는 시간이 길고, 수면 시간 역시 짧아졌다는 설이다. 다른 의견도 있다. 천적인 육식 동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경계 태세를 갖춰야 하기 때문에 얕은 잠을 짧게 잔단다.
신기한 동물도 있다. 돌고래는 수면 시간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잠을 잔다고 봐야 한다. 사람은 잠들면 뇌도 함께 휴식 상태에 들어간다. 그런데 돌고래는 '단일 반구 수면'이라고 해서 좌우의 대뇌가 번갈아가며 잠을 자는, 깨어 있지만 뇌의 반은 잠을 자는 신기한 수면 방법을 취하는 것이다. 돌고래만이 아니다. 물개나 거북이, 알바트로스 같은 동물도 헤엄을 치거나 날면서 잠을 잔다.
단일반구 수면을 하는 동물도 따지면 잠을 자는 것이나 진배없으니 결국 수면 시간만 차이가 있을 뿐 전혀 잠을 자지 않고 살 수 있는 동물은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에서 설명한 대로 실험용 쥐를 재우지 않았더니 2주에서 4주 후에 전신이 쇠약해지고, 체온이 저하됐다가 합병증으로 죽음에 이르기까지 했다.
인간 역시 마찬가지다. 잠을 자지 않으면 살 수 없다. 수면 부족 상태가 계속 이어지면 활용해야 하는 낮 시간에 계속 졸리고, 집중력과 판단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이어 식욕 부진과 함께 위장 장애가 일어나고, 무기력 등 위태로운 증상이 연이어 나타나게 된다. 상태가 여기까지 이르면 매사 모든 일에 차분히 대응하기가 어려워진다. 뒤따라 의욕이 저하되고, 정신 상태까지 불안해지면, 면역 기능까지 떨어져 감기와 같은 질병에 걸리기 쉬운 몸 상태까지 되는 것이다.
수면은 인간에게 꼭 필요한 3가지 욕구, 식욕, 성욕, 수면욕 중 하나다. 단순히 잠을 잔다는 것만으로 이 수면욕이 충족된다고 보긴 어렵다. 반복해서 설명했듯 수면에도 질 좋은 수면과 질 나쁜 수면이 있기 때문이다.
앞에서 가장 질 나쁜 수면 중 하나가 바로 필요 이상으로 잠을 자는 '과잉 수면'이란 설명도 했다. 잠을 많이 자면 오히려 더 피곤하고, 아침에 일어나가기 더 힘들어진다. 일반적인 상식으로 잠을 많이 자면 피곤이 더 잘 풀릴 것 같고, 아침에 가볍게 일어날 것만 같다. 그런데 이 '과잉 수면' 습관이 계속되면 처음 서너 시간만 깊은 잠이 올뿐 이후에는 질 나쁜 얕은 잠만 자게 된다. 그래서 충분히 잤다고 생각하며 일어났는데도 썩 기분이 좋지 않고 몸도 천근만근 피곤해지기만 하는 것이다.
이런 원인을 모른 채 또 그 피곤을 떨치기 위해 매일 오랜 시간 잠을 자면 잠의 깊이가 이젠 전체적으로 얕아져 간다. 심지어 '중도 각성'이라는 중간에 잠이 자꾸 깨는 장애가 생긴다. 이렇게 되면 수면 효율은 급격히 떨어진다. 그 영향으로 수면과 각성의 구분이 사라지면서 아침에 일어나기 힘든 것은 물론 밤이 돼도 늦게까지 잠들지 못하는 그래서 낮에는 매일 꾸벅꾸벅 조는 수면 장애를 갖게 된다. 수면 장애가 무서운 것은 결과가 항상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장애가 계속되면 우울한 기분이 들고, 삶에 대한 의욕까지 떨어진다.
'사람은 왜 자야만 할까? 자는 시간을 줄이면 좀 더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것은 처음부터 말이 안 되는 이야기가 되는 거다. 아침을 상쾌하게 맞이하고, 하루를 의욕적이고 진취적으로 보내, 다가올 미래를 성공으로 새기려면 좋은 잠을 자야 한다. 아예 안 잘 순 없다. 하지만 최대한 적게 자도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고, 아침을 상쾌하게 맞이해 하루 온전히 자신이 가진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다면? 그렇다. 우린 어떻게 해서든 질 좋은 잠을 자야 한다. 그래야 아침을 상쾌하게 맞을 수 있고, 하루를 충실해 자신이 가진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