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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삶조각사 이지원 Feb 20. 2022

이상적인 수면시간이 8시간이라는 빨간 거짓말

깨어나지 않았으면 몰랐을 새벽

이상적인 수면시간이 8시간이라는 빨간 거짓말


하루를 열심히 살며 생긴 피로 푸는데 잠만큼 좋은 건 없다. 충분한 수면은 낮에 쌓인 스트레스를 없애고, 다음 날을 위한 에너지를 충전시킨다. 반면 수면이 부족할 경우 고혈압이나 비만 등 성인병의 유발 가능성이 높아져 신체 건강을 크게 위협받는다. 수면 부족으로 생체리듬이 깨지면서 인체의 면역력이 떨어지고 질병에 걸리기 쉬운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앞서 살핀 바와 같이 잠은 우리 인체의 '항상성 유지'라는 메커니즘의 핵심이다. 잠을 자는 동안 우리 몸은 정상적인 세포분열을 일으켜 손상된 곳을 치유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최적의 몸 상태를 만든다. 하루, 일주일, 한 달, 일 년, 생체리듬을 자연계 리듬에 맞춰 유지하면 우리 면역력은 정상으로 돌아간다. 이처럼 수면은 우리가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데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올바른 수면 습관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은 자신에게 맞는 적당한 수면시간을 가장 궁금해한다. 적당한 수면이라..., 도대체 몇 시간이 적당한 수면인 건지 알려주는 사람도 없고, 이걸 스스로 알아내는 것도 쉽지 않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적당한 수면은 개인의 성향이나 나이에 따라 다르고, 계절, 성별의 영향을 받으며, 취하는 잠의 질과도 크게 연관된다. 그러니까 애초에 적당한 수면 시간이란 딱 정해진 게 없다는 거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우리 몸이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수면량 즉, 수면 시간을 채우는 것은 무척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수면의 질 역시 중요하다. 같은 시간을 자도 얼마나 오래 숙면했는가에 따라 다음날 우리가 느끼는 피로 회복의 정도는 큰 차이를 보인다. 그러니까 질 나쁜 잠을 자는 사람의 수면 시간 8시간은 이상적인 게 아니다. 수면의 질을 높이면 5시간으로도 우리 몸은 다음날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할 만큼 신체 피로를 회복시킨다.


남은 화두는 어떻게 하면 수면의 질을 높일 것인가, 어떻게 하면 최적의 숙면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인가이다. 자는 동안 직접 사용하는 침구류부터 잠들기 전에는 각성효과가 있는 카페인이나 알코올을 섭취하지 않는 습관까지 외부 수면환경 개선과 함께 생활습관 개선으로 수면의 질을 높여야 한다. 또 스마트폰 같은 전자기기를 가까이하지 않는다거나 미지근한 물로 샤워나 반신욕을 하는 등 일상생활에서 숙면에 도움이 되는 작은 수칙들을 자신에게 맞는 것으로 찾아내야 한다.


 적정 수면시간 8시간의 출처


『2012년에 발행된 〈컨슈머 리포트(Consumer Reports)〉에 '수면 시간'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가 실린 적이 있다. 설문에 응답한 사람 가운데 약 60퍼센트가 일주일에 적어도 3일 이상은 잠을 잘 못 잔다고 했다. 잠을 못 자는 가장 큰 이유로 직업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꼽았다. 수면 장애를 앓고 있는 유럽인과 미국인 수는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는 사실도 실었다. 유럽인과 비교할 때 미국인이 더 오래 일하고 더 적게 쉰단다.


그래서일까 미국 질병통제센터 CDC는 개인적인 차이를 감안해 권장 수면 시간을 제시한 적도 있는데, 청소년은 8시간 30분, 성인은 7시간에서 9시간의 수면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의외의 결과도 있었다. 장기적으로 진행된 연구에서 7시간씩 잠을 잔 사람이 기준보다 더 오래 잔 사람들보다 수명이 길었다.』 캣 더프 지음, 서지영 옮김, 《행복한 잠 여행》, (처음북스, 2015), 113쪽, 116쪽)


수면 시간에 관한 조금 어이없는 주장이 또 하나 있다. 24시간을 3 등분해서 8시간 일하고, 8시간 생활하고, 8시간 잠을 자면 우리 몸은 균형을 유지하고 생체리듬도 활성화된다는 거다. 근거도 그럴싸하다. 자연계 리듬 24시간 주기와 생체리듬이 조화를 이룰 때 우리 몸은 균형을 유지하고 최상의 상태가 될 수 있으니 자연계 리듬에 맞추면 8시간이 적당한 수면시간이란 주장이다. 억지스럽다.


일반적인 표준 수면 시간 가이드는 아동기에 8.5 시간에서 10.5 시간, 성인기에 7시간 전후, 노년기에 6시간 전후라는 통계를 담고 있다. 하지만 나폴레옹이나 에디슨의 경우 평균 세 시간을 잤고, 반대로 아인슈타인은 하루 열 시간 이상을 잤다고 하니 사람에게 적당한 수면 시간이란 애초에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Photo by Михаил Калегин on Unsplash


 모두에게 이상적인 수면시간? NO! 나에게 맞는 수면시간이 중요하다!


수면학에서는 하루 네 시간 미만을 자도 괜찮은 사람을 '단시간 수면자(short sleeper)'라고 부르고, 아홉 시간 이상을 자야 하는 사람을 '장시간 수면자(long sleeper)'라고 칭한다. 그리고 이들은 각각 전체 인구에서 5에서 10퍼센트 정도 존재한다. 일설에 단시간 수면자는 외향적이고 그다지 매사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는 정치가형이 많고, 장시간 수면자는 내향적이며 사려 깊은 예술가형으로 구분한다니 참고만 하자.


결국 충분히 잠을 잤는지, 잠이 부족한지는 수면 시간으로 정해지는 게 아니다. 먼저 낮에 행하는 일상생활을 얼마나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지를 따지고, 그러기 위해서 자신에게 대체 몇 시간의 잠이 맞는지 찾아내야 한다. 여기서 수면 시간의 길고 짧음은 큰 의미가 없다. 개인마다 정도의 차이만 있는 일종의 개성이라고나 할까.


이상적인 수면 시간은 보통 여덟 시간으로 알려져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전체 인구의 약 80퍼센트가 여섯 시간에서 아홉 시간 잠을 자는 게 체질인 사람들이니까 가장 적절한 수면 시간으로 그렇게 굳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여러분은 나머지 20퍼센트에 속하는 단시간 수면자거나 장시간 수면자일 수 있다. 이런 사람에게 이상적인 수면 시간이란 여덟 시간이 아닌 거다. 평소의 자신을 가장 기분 좋게 유지해 줄 수 있는 수면 시간이 답이다. 바로 그게 당신의 가장 이상적인 수면 시간이다.


 낮잠 자는 게 좋을까?


밤에 충분히 잠을 잤는데 정오가 지나면 심하게 졸음이 오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땐 5분이나 10분 정도 잠깐 눈을 붙이고 나면 개운해진다. 반대로 이런 경우도 있다. 휴일에 살짝 졸음이 와 낮잠을 한두 시간 정도 자고 일어났는데 오히려 기분이 좋아지기는커녕 나쁘고 '차라리 자지 말껄'이란 후회가 들기도 한다. 이처럼 낮잠을 자면 졸음을 쫓는데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역효과가 나는 경우도 있다.


수면의 단계에 대해선 앞에서 몇 번 언급을 했다. 잠이 들면 얼마 되지 않아 1단계인 비렘수면 단계에 들어간다. 그러다가 5분에서 10분 정도가 지나면 2단계에 도달하고, 이십 분이 지나면 3단계, 삼십 분이 지나면 가장 깊은 잠이라는 4단계에 도달하게 된다. 3단계와 4단계의 뇌파를 살펴보면, 크게 완만한 파형인 서파가 관찰되는데, 이 '서파 수면' 시간은 개인별로 일정량이 정해져 있다. 그러니까 낮에 30분 이상 낮잠을 자게 되면 잠의 단계가 '서파 수면'까지 도달하고, 밤이 되면 서파 수면 단계로 들어서는 시간이 짧아지게 된다. 즉 밤에 자는 잠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그래서 낮잠은 30분 이상 자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이상적인 낮잠 시간은 15분에서 20분이다. 그래야 수면 리듬이 망가지지 않는다.


르네상스 3대 거장 중 하나인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4시간마다 15분씩 낮잠을 자고 항상 맑은 정신 상태를 유지했다고 한다. 한국은 회사원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낮잠을 자고, 그 평균 시간은 16분이라는 통계도 있다. 프랑스는 건강과 생산성에 도움이 된다고 정부가 나서 기업에 낮잠 자기를 장려하고 있다니 낮잠을 잘 활용하면 새벽 기상이나 창의적 글쓰기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도 같다.


낮잠을 자고 맑은 정신으로 일어나는 비법이 하나 있다. 그건 낮잠을 자기 전 커피를 한잔 마시는 거다. 밤잠이 들 때는 카페인이 든 커피를 마시면 안 좋다더니 무슨 말이냐고? 맞다. 분명 밤잠에는 카페인을 마시면 잠의 질을 떨어트린다. 하지만 낮잠에 마시는 커피는 다르다. 혈중에 카페인 농도가 가장 높을 때는 커피를 마신 다음 15분에서 20분 사이이다. 그러니까 짧은 낮잠을 자기 직전에 커피를 마시면 일어난 직후에 카페인 효과가 나타나서 잠도 확 깨고 약간 기분이 업된 상태가 된다. 이럴 때 찬 바람을 쐬면 더 좋다.

Photo by Marvin Meyer on Unsplash


 수면시간 얼마나 어디까지 줄일 수 있을까?


이상적인 수면시간이 8시간이라는 말은 빨간 거짓말이다. 새빨간까지는 아니더라도 거짓말인 건 분명하다. 충분히 잠을 자면 건강해진다는 말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할 거 다 하고, 하고 싶은 거 다하면 성공적인 미래는 내게 찾아들지 않는다. 당장 성공이란 걸 하고 싶다면 충고하건대 수면시간부터 줄이는 게 좋다.


1965년 미국 플로리다 대학 와일즈 웹 교수는 다소 극단적으로 보이는 실험을 하나 했다. 공군의 지원을 받아 '8일 동안 3시간만 잠을 자면 어떻게 되는가'에 대해 실험을 한 것이다. 목숨을 걸고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전투기 조종사에게 "인간에게 필요한 수면시간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가"와 "고난도 임무를 완수하려면 최소 몇 시간을 자야 하는가"라는 매우 중요한 문제였다.


여기서 우린 아주 중요한 인사이트를 얻게 된다. 웹 교수는 수면 시간이 3시간 이하인 상태가 지속되면 깊은 잠을 자는 비렘수면이 부족해지고, 얕은 잠을 자는 렘수면 시간 역시 현저히 부족해져 우리 신체는 결국 생활에 필요한 피로 회복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일단 이 실험을 결과로 3시간 이하의 수면시간은 옳지 않다. 자연이나 생체 리듬에도 전혀 맞지 않는다. 그럼 업무나 공부에 최고의 능률을 발휘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면 시간은 어느 정도일까?


『수면학으로 유명한 취리히대학의 알렉산더 보벨리 교수는 최소한의 수면 시간을 알아보기 위해서 규칙적으로 8시간 잠을 자는 사람에게 일주일 중 4일은 4시간만 자고, 3일은 8시간을 자도록 했다. 실험 결과 4일 동안 4시간 자면 깊은 잠을 자는 비렘수면은 유지되었지만 뇌가 잠을 자는 렘수면은 약간 부족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보벨리 교수는 4일 동안 4시간만 자더라도 하루만 보통 때 자던 만큼 자면 부족한 잠으로 회복되지 않은 신체가 회복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엔도 다쿠로 지음, 임정희 옮김, 《4시간 반 숙면법》, (이아소, 2011), 30쪽


사실 필자의 수면 시간은 이런 공부의 결과다. 대충 때려 맞춰 4시간에서 5시간 사이가 된 건 아니었다. 앞서 살핀 바와 같이 3시간 이하는 옳지 않다. 4일 동안 4시간을 유지하고, 하루 정도는 보통 때처럼 6시간에서 7시간 정도 잠을 자 부족했을지 모를 수면 빚(Sleep debt)을 보충한다. 참고로 '수면 빚'은 4시간보다 적게 되면 누적되어 쌓인다는 게 통설이다.


여기서 '수면 빚'이란 개념은 수면 부족 시간이 쌓이는 것을 말한다. 정상적인 시간 잠을 자면 '수면 빚'은 없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수면 빚'이 쌓인다고 본다. 애초 규칙적으로 정한 수면 시간을 기준으로 갑자기 '수면 빚' 보충한다고 2시간 이상을 더 자면 오히려 신체리듬이 깨져 다음 날 더 피곤하게 된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적당한 수면 시간은 사람마다 다 다르다.


자신에게 맞는 수면 시간은 솔직히 대부분 스스로 직감하고 있다는 게 필자의 주관이다. 특정 시간을 정해 규칙적으로 자면서 줄여 나가 보면 유독 피곤해지는 구간대를 만날 수 있다. 이때 특정 시간보다 2시간을 더 자보고 피로가 회복되는 정도를 가늠해 본다. 휴일이라고 잠을 몰아서 잔다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건 건강에 좋다고 물을 충분히 마시라 했더니 술을 잔뜩 마시는 꼴과 같다. 절대 해선 안된다.


마지막으로 필자는 불을 정말 소등하고, 그것도 부족해 보여 안대까지 한 후 잠을 잔다. 가능한 한 수면에 방해되는 요인을 찾아 차단하고, 차단된 상태에서 잠을 잔다. 잠을 청하는 시각은 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늦어도 밤 12시 이전에는 잠을 청하는 게 좋다. 필자의 경우는 새벽에 필요한 시간을 3시 반에서 4시로 정하고, 역산으로 계산해 밤 10시에서 11시 사이에 잠드는 걸 꾸준히 해오고 있다. 여러분의 새 삶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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