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나지 않았으면 몰랐을 새벽
근대 심리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프로이트는 우리가 꿈을 꾸는 이유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원하는 욕망을 이루기 위함이라고 정의했다. 꿈이란 충동이나 욕구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통로라는 해석이다. 그의 제자인 칼 융은 여기에 더해 꿈이란 꿈 그 자체로서도 중요하고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믿었다.
하지만 오늘 내가 이야기하려는 꿈은 철학적인 내용의 꿈이 아니다. 깨어나지 않았으면 몰랐을 새벽, 그 새벽을 지켜준 질 좋은 잠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 잠 안의 꿈은 실제로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주목해 볼 것이다. 예를 들어, "뇌과학에서 꿈은 낮 동안 우연히 생긴 쓸모없는 연결을 폐기하고, 올바른 연결로만 재구성하는 일련의 과정이다"와 같은 것들이다.
우린 정말 꿈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있는 걸까? 꿈은 대부분 렘수면의 급속안구운동(Rapid Eye Movement: REM) 단계에서 꾸게 된다. 심리적 건강과 기억력 강화에 중요한 역할을 함과 동시에 꿈은 기억력 강화를 위해 무의식과 의식을 넘나들고, 뇌가 뇌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뇌 가변성'에도 기여하게 된다.
꿈에 가장 흔하게 나오는 상징은 음식, 동물, 죽음, 옷, 탈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각각 나타내려는 의미가 따로 있다. 오랫동안 꿈을 연구해 온 심리학자 테레즈 더켓은 꿈이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고, 건강과 안녕을 증진하는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믿었다. 그의 저서 『꿈은 말한다』에서는 개인 무의식을 넘어 태고부터 내려오는 인류 공통의 보편적 생각 즉 '집단 무의식'에 대한 매혹적인 차원의 해석을 내놓기도 하였다.
그러니까 인간에게 있어 꿈은 태곳적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집단 무의식', 인류 공통의 보편적인 생각임과 동시에 '개인 무의식' 차원의 기억력 강화와 심리적인 건강을 일으키는 '뇌 가변성' 현상의 일종이다. 이는 다른 말로 하면 우리가 깨어나 기억하지 못할 뿐이지 꿈을 꾸지 않는 인간은 없다는 말과도 같다.
그렇다면, 모든 인간이 꾸는 꿈, 우린 그 꿈을 왜 꿀까? 일반적으로 사람이 8시간 정도 잠을 자면 수면 단계가 4~5회 정도 나타난다고 보고 있다. 각 주기는 90분이고, 빠른 안구 운동 수면 단계인 렘(REM)과 4개의 비렘(Non-REM) 단계로 구성된다.
비렘 수면 동안 신체는 비활성화되고, 심박과 호흡률이 크게 감소하며 뇌 활동은 급격하게 줄어드는데, 안구 운동은 느리거나 거의 없고 근육 긴장도가 적당한 수준을 유지한다. 8시간을 기준으로 90분씩 이 단계가 4번 일어나게 된다.
반대로 렘수면 상태는 매우 극적이다. 매우 빠른 뇌파를 보이고, 매우 빠른 안구 운동(40~60회/1분)이 나타나는데, 심박과 혈압이 낮고, 감각기관으로부터 들어오는 정보도 거의 없는 상태다. 신체의 근육 긴장도도 매우 낮아져 거의 마비 상태에 이른다. 이때 뇌는 거대한 방전에 의해 자발적으로 작동한다고 보면 되는데, 바로 우리는 이런 렘수면 상태에서 꿈을 꾸게 된다. 꿈을 안 꾼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조차 이때 잠을 깨우면 꾼 꿈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른다. 단지 우린 기억하지 못했을 뿐이다.
수면은 낮 동안 활동하며 쌓인 신체, 특히 뇌의 상처 회복을 돕는다. 하지만 꿈은 조금 다르다. 같은 회복이지만 신체가 아닌 심리 상태다. 앞서 언급한 대로 렘수면 시간에 사람은 거의 100% 꿈을 꾸는데, 어렵지만 나름대로의 이야기가 있고, 마치 실제 겪고 있는 듯 모든 감각이 되살아나 마치 영화같이 생생하다.
그럼 꿈을 꾸지 못하게 방해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실험을 해보니 사람은 신경질과 불안감이 생기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등 장애를 겪는다. 이에 따른 식욕 및 체중이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다. 나중엔 꿈을 더 많이 꾸려는 상대적 '꿈 보완 현상'이라는 것도 일어나는데, 심리적인 문제를 겪거나 월경전 증후군인 여성이 꿈을 더 많이 꾼다. 전문가들은 이를 토대로 잠자는 동안 우린 스스로 심리 치유를 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외에도 많은 연구자들이 꿈꾸는 원인에 대해 다양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 가장 그럴듯해 보이는 것은 안구 운동이나 시각 관련 뇌의 한 부위가 흥분해서 뇌 저장고에 있던 영상들이 우연히 빠져나오게 되고, 이를 자동으로 재생시키면서 꿈을 꾸게 된다는 설명이다.
그밖에도 무의미한 정보는 버리고, 필요한 정보를 잊지 않도록 뇌가 휴지기에 들러가려고 할 때 지각되는 현상, 즉 뇌가 기억을 더 잘 저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복습하는 과정이라는 설도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실제 꿈을 꿀 때 뇌 상태를 보면, 동물에게는 'PGO 파'라는 톱니 형태의 뇌파가 시상하부와 후두엽에 걸쳐서 나타나는데, 이 PGO 파가 해마 등을 자극해서 기억을 끄집어내고 대뇌피질에 꿈을 투영시킨다고 본다.
앞서 일반적으로는 뇌가 활성화되는 렘수면이 절정에 달했을 때 꿈을 꾸고, 비렘수면 단계에서는 꿈을 꾸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 연구들에 의해 비렘수면 중에도 꿈을 꾼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예를 들어 사람이 충격적인 사건을 겪게 되면, 그것이 강한 트라우마가 돼 나중에 갑자기 눈앞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것처럼 또렷하게 떠오르는 일이 생긴다. 이를 '플래시 백' 현상이라고 하는데, 바로 이게 비렘수면 상태에서 일어난다.
필자는 꿈속에 질 좋은 잠의 비결이 숨어 있다고 생각한다. 자주 나쁜 꿈을 꾸는 사람들이 있는데, 전체 인구의 약 5퍼센트에서 10퍼센트 정도가 빈번하게 악몽을 꾼단다. 악몽을 꾸는 원인은 제각각으로 평소 겪는 과도한 정신적 스트레스와 일종의 트라우마라고 생각하면 된다.
악몽을 꾸지 않고 편안하게 푹 자려면, 나쁜 꿈을 꾸는 원인부터 제거해야 한다. 하지만 짐작 가는 원인이 마땅히 없고, 악몽까지 자주 꾼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앞서 사람은 누구나 매일 밤 많은 꿈을 꾸지만 대부분의 꿈은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다. 하지만 악몽은 인상 깊어서인지 기억에 남는다. 좋은 꿈은 잊히고 나쁜 꿈만 기억나니 결과적으로 악몽만 꾼다고 여기게 되는 것이다.
사람이 꿈을 꾸게 되는 시점은 대부분 얕은 잠 상태인 렘수면일 때다. 특히 악몽을 많이 꾼다면, 전체 수면 시간 중 이 렘수면 비율이 많아졌다고 봐야 하는데, 기억나는 잠의 대부분은 이때 일어난다. 그렇게 비렘수면이 일어날 주기에 렘수면이 일어나니 결국 수면의 질은 나빠질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 자기에게 맞는 침구를 골라 바꿔주고, 생활리듬을 개선 깊은 잠을 자면 정말 의아할 정도로 쉽게 악몽에서 벗어나는 일이 생긴다. 꿈은 꿨지만 기억나지 않는다거나 렘수면과 비렘수면이 본래의 주기대로 이뤄지면 우린 양질의 좋은 잠을 잤다고 봐야 한다. 기억하자. 푹 잠들었다는 건 꿈이 기억나지 않아야 한다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