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나지 않았으면 몰랐을 새벽
잠은 참 애물단지다. 마음먹은 대로 되는가 싶다가도 잠시 긴장의 끈을 놓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제멋대로 심통을 부린다. 지난밤에는 그렇게 들려고 해도 오지 않던 잠이 열심히 하루 일과를 시작하려는 의욕 넘치는 찰나 눈치 없이 쏟아진다. 눈꺼풀이 천근만근이라는 표현은 이럴 때 아주 제격이다.
생각보다 수면 장애를 겪는 사람들이 많다. 장애 측면에서 보면, 너무 많이 자는 것도 병이오. 잠을 제대로 못 자는 것도 병이다. 걱정거리가 있는 전날은 보통 긴장이 돼 잠이 안 온다. 고민이 생겨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도 마찬가지다. 우린 왜 맘대로 잠들지 못하는 걸까?
UCLA 수면장애센터 프리스카얜 고 박사는 "스트레스에 시달리거나 흥분되는 일이 있으면, 이와 교감하는 신경계통이 반응하면서 혈압이 오르고, 심장 박동이 빨라지며 근육이 긴장하게 되는데 이런 반응 때문에 사람들이 잠들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라고 했다.
아무튼 여러 가지 사정으로 잠을 자고 싶어 죽겠는데 절망적인 상황이라면 다음에 제시하는 전략을 써보자. 나름 오랜 시간 미라클 모닝을 이어오면서 써봤던 것들이다. 사람에 따라 다소 결과의 차이는 나겠지만 제법 잠이 잘 올 것이다. 거짓말 조금 보태면 5분 안에 꿈나라로 간다. 믿어라.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걱정거리는 과대 포장돼 있다. 불을 끄고 눈 감고 생각한다. "내일 할 일이 산더미 같은데 그냥 이렇게 자도 되는 건가?" 산더미? 아무리 일이 많기로서니 산더미라니 너무 하지 않은가. 이럴 땐 평소 할 일 목록을 만들어 사용하거나 자신만의 스케줄 표를 관리해 보자. 과대 포장된 걱정거리가 서서히 실체를 드러낸다. 필자의 경우 에버노트를 이용해 하루 일과표를 만들어 쓰는데 할 일이 명확하게 보이니 쓸데없는 걱정 산더미에 매몰될 일이 없었다. 에버노트와 워크 플로위, 구글 캘린더 조합이면 거의 어벤저스다.
걱정도 필요한 걱정이라면 아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일은 꼭 쓸데없는 걱정에서 터진다. 이 쓸데없는 걱정의 9할은 명확지 못한 목표 때문에 일어난다.
한번 생각해 보라. 걱정거리가 있는데, 안 하면 큰일 나는 일이 있는데 쉽게 잠들 수 있겠는가. 아마 없을 것이다. 하지만 걱정거리가 눈앞에 명확히 보이면 다르다. 비로소 필요한 소요 시간이 계산되는 것이다. 해결하는 데 얼마 만의 시간이 들고, 노력이 필요해지는지도 알 수 있게 된다. 심지어 그렇게 그 걱정거리를 해소함으로써 얻어지는 효용 가치까지 예상해 볼 수 있다.
잊지 마라. 걱정은 우리가 겪어야 할 정도보다 늘 과대 포장되어 있기 마련이다. 침대에 오르기 전 종이를 가져다 쓰던, 녹음기에 녹음을 하던, 나처럼 에버노트, 워크 플로위에 기록하던 구체화 시켜라. 다음 날 해야 할 일, 나를 못살게 구는 걱정거리들을 차근차근 리스트 업 하라. 그리고 적힌 목록을 보라. 순간 자신의 삶을 통제하는 사람이 누군지 분명하게 느낄 수 있게 된다.
스스로 통제 가능한 걱정거리는 문제가 될 게 없고, 당장 통제 불가능한 걱정거리는 극복하기 위한 전략을 짠다. 당장은 버거워 보이거든 시간을 조금 더 투자해 자기 계발을 하라. 협업 가능한 사람이 있다면, 큰 덩어리의 걱정거리를 쪼개고 나눠서 함께 공략하는 것도 좋다. 나머지는 취향이다.
어떤 사람은 침대에 오르기 전, 다음 날 스케줄을 모두 정리하고 난 뒤, 자신의 이메일에 직접 메일 하나를 보내 둔다고 한다. "OOO! 당신은 그 누구보다 능력 있는 사람이다! 오늘 하루도 힘내!" 간단한 응원의 글과 함께 전송된 하루 일과는 기분을 가볍게 하고, 걱정에서 벗어나 하루의 시작을 유쾌하게 만들어 준다.
하루 종일 시달린 업무와 일과, 다 마무리 짓지 못한 일에 정신을 뺏기면 근심은 줄줄이 굴비 엮듯 달려 올라오기 마련이다. 여기에 빠지면 잠이 안 온다. 이때는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려보라.
노하우라면 아주 즐거운 상상이나 추억이 즉효약이다. 상상도 복잡한 것은 금물이다. 아주 직관적이고 떠올리면 저절로 미소 짓게 만드는 것이 아주 좋다. 이쯤이면 웬만한 일들은 그냥 별것 아닌 거라고 느낄 만큼 기분이 전환되는 기억 혹은 상상을 떠올린다. 전문가 코넬 대학 수면의학센터 소장 폴락 박사의 충고도 그렇다. "전혀 관계없는 어떤 곳에 자신이 있다고 상상하며,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짜는 데 집중해 보라. 좋아질 것이다."
예를 들어, 사랑하는 연인, 가족들과 함께 떠났던 여행, 그때로 돌아가 피부에 느껴지는 해변의 따끈한 모래사장, 시원한 바닷물, 여기저기 즐거워하는 사람들의 행복한 모습 등 보기만 해도, 상상하기만 해도 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장면을 떠올리는 것이다. 이왕이면 감각적인 디테일을 자세히 떠올리는 것이 좋다. 그러면 서서히 자신을 붙잡고 잠들지 못하게 만드는 애매한 상황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게 된다.
잠을 잘 자려면 무엇보다 빛 조절이 중요하다. 낮에 깨어 있을 때 하루 30분 이상 햇볕을 쬐면 수면 유도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분비되어 밤 숙면에 아주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인체의 생체리듬 중 수면주기와 같은 일부 리듬이 바로 이 빛에 의해 조절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해가 떠 있는 낮 시간 햇빛을 보면, 우리 몸은 자연스럽게 생체 리듬에 자신을 맞추게 된다. 나아가 약 30분 정도 가벼운 산책으로 몸을 움직여주면 숙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 분비를 촉진시킨다. 한낮 햇빛에 30분 노출되는 것만으로 오는 밤에 숙면을 취할 수 있다니 한 번 안 해볼 이유가 없다.
햇볕에 일정 시간 노출된 우리 몸은 신진대사율이 증가하고, 이어 뇌의 움직임이 빨라져 활기차 진다. 사정상 자연광에 노출되기 어렵다면, 인공조명을 적극 활용하라. 인공태양을 활용하면 마찬가지로 우리 몸은 숙면을 돕는 멜라토닌 분비를 촉진시키고, 밤에 잠들기가 수월하다. 필요한 건 2000 lux 이상의 강한 빛이다.
반대로 잠자리에 들 땐 빛을 차단해 주는 게 좋다. 잠은 소등한 채로 들고, 가능하다면 눈은 안대로 가려 준다. 분비되어 몸에 쌓인 숙면 호르몬 멜라토닌을 불러내는 마법의 주문이 바로 잠자리 '빛의 차단'이다. 기억하라. 낮에 햇빛으로 숙면 호르몬을 쌓고, 밤엔 다시 빛을 차단해 이 숙면 호르몬을 불러낸다. 낮 동안 충분한 햇볕을 쬐는 것은 밤에는 꼭 잠을 자겠다는 내 몸의 예약 버튼을 미리 누르는 것과 같다.
몸을 움직이는 것도 좋고, 머리를 부지런히 쓰는 것도 좋다. 낮 시간 동안 정말 부지런히 움직여라. 그럼 잠이 잘 온다. 적당한 운동은 숙면을 위해 아주 좋은 처방이다. 필라테스나 크로스핏처럼 움직임이 많고 변화가 심한 전신운동도 도움이 되지만 간단한 스트레칭이나 체조를 꾸준히 해도 아주 좋다. 이는 숙면뿐 아니라 치매 예방에도 아주 도움이 된다니 열 일 제쳐 놓고 챙겨서 할 일이다.
사무실에서 일을 하며, 일과 시간에 마땅히 짬을 내기 어렵다면, 키보드를 치는 중간중간 주먹을 꽉 쥐었다 쫙 펴는 것을 반복하는 것도 좋다. 알림 시간을 맞춰 놓고 시간이 되면 자리에서 일어나 간단한 스트레칭, 차를 한 잔 타 온다거나 하는 움직이는 일을 챙겨서 해보자. 다양한 활동으로 부지런히 움직이면, 이내 밤 잠자리에 들 때 평소보다 수월하다는 느낌이 든다. 실제로 하고 있는 일이니 믿어도 된다.
수면 시간에 너무 집착하는 건 좋지 않다. 수면 시간을 지키려고 억지로 잠을 청하면, 오히려 불안해져 더 잠 못 드는 경우가 생긴다. 과거 필자 초기 모습이기도 하다. 사실 적당한 수면 시간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깊게 잘 자는지, 즉 수면의 질이다.
전략3에서 말했던 빛의 방해를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잠이 안 온다고 무료해서 TV나 스마트폰을 잠이 올 때까지 보는 사람들이 있다.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잠자리에 들어서는 되도록 수면을 방해하는 모든 빛을 차단하고 멀리하는 게 좋다. 일체의 조명을 차단해 방 전체를 어둡게 하며, 심지어 안대를 착용해 새어 들어오는 빛까지 만전을 기하고 차단한다. 이렇게 좋은 잠을 자려는 노력을 꾸준히 하다 보면, 잠의 질은 좋아지고, 결국 수면 시간에 목숨 걸지 않아도 되는 일이 생긴다.
평범한 우린 몰랐지만 이 방법은 전문가들이 말하는 가장 기초적인 잠들기 기술이라고 한다. 원리도 간단하다. "긴장을 다스려야 곧 잠이 잘 온다!" 이게 전부다. 몸의 교감 신경계가 활성화되면 근육이 긴장되면서 정신이 깨어 있게 된다. 이 말은 곧 긴장하고 있으면 잠이 올 수가 없다는 말과도 같다.
침대에 똑바로 눕는다. 누운 채로 자신의 발에 신경을 집중하면서 내가 마치 침대 속으로 가라앉는다는 느낌으로 양발이 아주 무거워진다고 생각하라. 그런 다음 발목의 긴장을 풀면서 온 신경을 거기에 집중한다. 한 번에 하나씩 작은 부위에 느껴 가면서 최종적으로는 머리 정수리에 이를 때까지 아주 천천히 몸을 따라 올라간다. 과정을 다 하는데 1분 남짓 걸린다. 1분 단위로 느낌에 집중하면서 내 몸을 점검한다는 느낌으로 해보라.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신체 부위에 아직 긴장이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면, 순서대로 하지 않아도 된다. 커다란 이불을 세탁할 때 물이 먹이는 상황을 떠올려보라. 아직 물을 먹지 않아 떠오르는 부분이 보일 것이다. 어떻게 하는가? 그곳을 눌러 물에 잠기도록 밀어 넣었다. 그렇게 하라. 해당 부위가 침대에 가라앉을 정도로 무겁다고 생각해라. 천천히 천천히 마인드 컨트롤을 겸하면서 하다 보면 어느새 잠에 빠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