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잠을 부르는 방법
오늘로 새벽 기상을 시작한 지 892일째가 된다. 성공의 이유를 몇 가지 들자면 꾸준한 기상을 위한 다양한 도구의 활용이었다. 일어나기 위해 이것저것 복잡한 군더더기는 걷어내고, 그냥 일어날 시간을 목표로 정했다. 처음엔 6시! 물론 나중엔 다시 이를 5시, 4시 반, 4시까지 줄여 지금까지 줄곧 해오고 있다.
그리고 보면, 성공의 법칙 중 '명확한 목표' 원칙을 무의식 중에 적용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다음 목표는 얼마큼 자야 아침에 가볍고 쉽게 일어날 수 있을까, 그걸 알아내는 것이었다. 가장 흔했던 정보는 사람에게 필요한 최적 수면시간이 7시간에서 8시간 사이라는 것, 그 이상 자면 오히려 건강에 안 좋다는 것 등이었다.
하지만 대략 기존에 잠자던 시간도 그 정도로 비슷했고, 뭔가 나아져 보려 시작한 일이 미라클 모닝인데, 지금 상태를 유지한다는 건 뭔가 탐탁지 않았다. 그래서 정보를 더 모았다. 결국 최적 수면 시간이란 개인마다 모두 다르고, 실제 해보기 전엔 그걸 아무도 모른단 사실도 알게 됐다. 그들의 말은 그냥 원론적 얘기였던 것이다.
그렇게 찾아낸 나의 최적 수면 시간은 5시간이었다. 새벽 3시 반에서 4시 기상을 목표로 세웠으니 늦어도 밤 10시엔 잠들려고 노력했다. 처음부터 5시간 수면이 쉬웠던 것은 아니었다. 어떤 날은 개운했고, 또 어떤 날은 1~2시간을 더 잤는데도 물먹은 솜처럼 축 처졌다. 이유가 뭘까?
두 번 다시는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젊음을 다 소진하고 깨달은 것 하나는 퇴로가 없고, 등 뒤에 벽만 있을 때가 돼서야 사람은 비로소 아주 강력한 결단력과 명확한 목표가 생긴다는 것이다. 등 뒤에 퇴로가 없는 벽을 느껴 본 사람은 행운아다. 마치 살아있는 듯 생생하게 그때의 상황을 상상으로 재현해 볼 수 있으니까. 그럼 뭐라도 할 수 있게 된다. 두 번 다시는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으니까.
덕분일까. 잠에도 품질이 있다는 걸 알았다. 5시간을 자도 7시간, 8시간 잔만큼 신체와 정신을 회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갈 에너지를 충분히 비축하는 사람이 있고, 7시간 8시간을 잤는데도 헛잠을 자 매번 돌아간 일상에서 골골대는 사람들이 있었다. 소위 말하는 "좋은 잠"이라는 게 있었던 것이다.
그때부터 하나씩 잠 잘 자는 방법과 이론적 근거들을 모았다. 그리고 그걸 깊은 잠을 부르는 방법 15가지와 상쾌하게 일어나는 방법 8가지로 정리했다. 실제 필자도 이리하고 있으며, 이후 5시간의 잠으로 19시간을 잘 살게 됐다. 물론 가끔은 하품이 나고 졸릴 때도 있다. 그럴 땐 30분이 넘지 않게 가벼운 눈 붙임을 하기도 한다.
아무튼 지금부터 공개하려는 깊은 잠을 부르는 방법 첫 번째는 '빛' 다루기 얘기다. 빛과 잠 사이의 사랑도 증오도 아닌 애증관계부터 알아보기로 하자.
현대 사회는 밝다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특히 잘 살면 밝아지게 된다. 하지만 어둠의 대체로 자리를 차지한 이 빛은 하등 수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물론 낮에 깨어 있을 때 30분 이상 쬐는 빛은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를 촉진시켜 우리가 잠자리에 들 때 도움을 준다. 하지만 어두워져서 빛은 그 반대다.
그런 연유로 전문가들은 깊은 잠을 자려면 거실이나 침실의 조명 밝기를 조절할 수 있게 만들라고 강조한다. 밝기를 조절할 수 있는 조명기구로 바꾸라는 것이다. 이상적인 패턴은 잠들기 두 시간 전 밝기를 200Lux 이하로 낮추는 거다. 보통 거실의 밝기가 300Lux이니 200Lux면 현관에 켜지는 등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최적의 밝기는 계절에 따라 조금 다르지만 크게 개의치 않아도 된다. 만약 이것이 어렵다면 직접 조명이 아닌 간접 조명을 활용해도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럼 왜 조명을 어둡게 하라는 것인지 살펴보자. 이는 앞에서 언급한 뇌의 '솔방울 샘'이란 부분에서 분비되는 수면 호르몬 '멜라토닌'과 연관이 있다. 멜라토닌을 수면 호르몬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체온과 혈압, 맥박을 낮추고, 신체리듬을 제어하기 때문이다. 이 호르몬은 빛이 눈에 들어온 후 14시간에서 15시간이 지나야 분비되고, 어느 정도 양이 비축되어야만 제 기능을 시작하게 된다. 그러니까 낮에는 거의 분비되지 않다가 저녁 이후 어두워지면서 분비량이 늘어난다. 그리고 어느 정도 양이 쌓이면 신기하게도 잠을 부른다.
'솔방울 샘'은 눈의 망막으로 들어오는 빛의 양으로 멜라토닌 분비량을 결정한다. 눈으로 들어오는 빛의 양이 줄어들면, 이를 감지해 멜라토닌 분비를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두워져야 하는 시간이 됐는데 환하다면 이 멜라토닌이 충분히 분비되지 않기 때문에 쉽게 잠들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가장 이상적인 것은 잠들기 2시간 전 조명을 어둡게 해서 멜라토닌 분비를 촉진시키는 거다. 낮에 30분 정도 햇볕을 쬐고, 잠들기 2시간 전 조명을 어둡게 하면 비축된 멜라토닌이 자연스럽게 잠을 유발한다. 어두워진 2시간 후 멜라토닌이 본격적으로 분비되고 축적되면서 무리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잠이 온다.
멜라토닌의 축적량은 새벽 2시쯤 정점을 찍고 그 이후에는 점점 분해되어 줄어든다. 다른 말로 하면 새벽 2시 이후 멜라토닌으로 저하된 체온과 혈압, 맥박이 서서히 상승하면서 상쾌하게 깨어날 준비를 한다. 그런 연유로 필자는 새벽 기상 최적의 시간을 새벽 4시 전후로 잡게 됐다.
숙면을 위한 잠자리 소리 계엄령
빛처럼 소리도 양면성을 갖고 있다. 어떤 소리는 잠을 방해하고 각성시켜 괴롭게 하지만 어떤 소리는 '수면 음악'이나 '리듬'처럼 사람이 잠드는 것을 돕는다. 사소하지만 시계 소리 나 냉장고 소리에도 잠을 방해받는 사람들이 많다. 무슨 소리가 들리면 좀처럼 잠들지 못하는 유형이다.
마침 잠자는 곳이 교통량이 많은 찻길 옆이라면, 밤새 계속되는 소리 때문에 질 나쁜 잠을 잘 수밖에 없다. 익숙해지면 괜찮을 것도 같지만 아니다. 사람인지라 이런 경우 시간이 지나면 비록 소음에 무뎌지기는 한다. 하지만 이 때문에 만성적인 질 나쁜 수면이 이어지게 되고 결국은 아무리 잠을 자도 피곤이 풀리지 않는 상태로 변한다.
몸과 마음이 안정되어 편안한 잠을 자기 위해선 앞서 말했듯 조용한 것이 좋다. 집 전체가 조용하면 좋겠지만 아니면 우선 침실만이라도 조용하게 만들자. 이상적인 소음 정도는 40dB 이하다. 한적한 주택가가 약한 40dB, 작은 소리로 나누는 대화가 강한 40dB 정도이니 이를 감안해 침실 소음을 조절하자.
가능한 찻길에서 먼 방을 침실로 정하거나 방음이 잘 되는 이중창, 소리를 차단할 만한 두꺼운 재질의 커튼 등을 활용해 본다. 작은 소리에도 신경이 쓰일 만큼 예민하다면, 마음이 편해지는 음악을 배경음악처럼 나지막하게 틀어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상쇄시킬 수도 있다. 소음 중에서도 이를 백색 소음이라고 부르는데, 집중력을 높이고자 할 때 흔히 사용한다.
그것으로도 해결되지 않는다면, 귀마개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불규칙한 소리보다 규칙적인 소리가 더 문제다. 째깍거리는 시계 소리 나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처럼 깨어 생활할 땐 거슬리지 않던 소리가 자려고 하면 신경 쓰인다. 주변에 규칙적인 소리를 내는 물건을 치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