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는 한 번 더
퇴사 다음 날 로망이 있었다.
아침에 개운하게 일어나서 출근하는 남편을 배웅하고
러닝을 가볍게 한 뒤 발마사지를 받고
조식뷔페를 먹는다.
집에 돌아온 후 맑은 정신으로 할 일을 이어나간다.
남편 배웅을 하긴 했다.
달릴 힘은 없어 다시 누웠다.
그리고 바로 배달어플을 켰다.
고기&냉면 세트를 시키고, 후식으로 티라미수바스크치즈케이크와 망고요거트스무디까지 시켰다.
‘그래 퇴사 다음 날인데 배달음식 정도 시킬 수 있지.‘라 생각하면서도, 예전 재택했을 때처럼 배달왕으로 다시 돌아갈까 봐 불안한 마음도 들었다.
(그 당시 배달비 6,000원도 아까워하지 않고 무지하게 시켜 먹었었는데 그걸로 아직도 놀리는 친구가 있다.)
한참 먹고 있는데 카톡이 울렸다.
친구들이 응원메시지와 함께 선물을 보내주었다.
다시 한번 나의 신분을 인지하며 정신이 차려졌다.
깨끗하게 뒷정리를 하고 소화시킬 겸 글을 한 편 썼다.
그리고 밖으로 나갔다.
그냥은 안 뛸 것 같아 일부러 발마사지 시간을 타이트하게 잡고, 지각하지 않기 위해 뛰었다.
(배가 너무 불러 걷다 뛰다를 반복해 2.5km를 8:00 페이스로 달렸다.)
그리고 다시 집에 돌아와 남편 저녁을 준비하고
나트랑-방콕 여행 출발 7시간 전, 짐을 싸기 시작했다.
여행은 원래 퇴사와 상관없이
남편과 나트랑 마라톤 참여를 위해 계획한 것이었는데
퇴사를 하게 되며 방콕까지 좀 더 길게 가게 되었다.
비행기 값을 줄이기 위해 위탁수하물 없이 7kg에 맞춰 짐을 싸다 보니 평소보다 오래 걸렸다.
어느덧 밤 10시 반, 드디어 공항으로 떠난다.
어쩌다 퇴사여행!
오늘 하루는 생각만큼 열심히 살지는 못했지만,
겨우 퇴사한 지 하루밖에 안 되지 않았는가.
심지어 오늘은 휴가를 써서 그렇지 실제로 퇴사일이다.
내일 나트랑에서 진짜 퇴사 다음날이 시작된다.
내일의 ’나‘가 기대되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