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희의 송가, 희망을 노래하다
퇴사 후 회사 합창단은 당연히 그만두게 될 거라
생각하는 주변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내가 속한 합창단은 한번 정단이 되면
퇴직 혹은 이직을 해도 활동을 계속할 수 있다.
그래서 8월 말 퇴사한 나는
10월 말 합창단 정기연주회에 무사히 설 수 있었다.
합창단은 매해 정기연주회를 열어
희귀난치병 환우들을 돕고 있다.
특히 올해는 20회 공연으로,
역대 최다인 140명의 단원이 무대에 올라
더 많은 관객과 함께 더 큰 나눔을 할 수 있었다.
곡 선정에도 많은 공을 들였는데,
아마추어 합창단으로서 도전하기 힘든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을 메인 곡으로 택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클래식 곡이기도 하다.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파업했던 합창단이 연주의 하이라이트 부분에
노래를 부르며 무대에 등장하는 장면이 잊히지 않는다.
'합창' 포함 총 12곡을 무대에서 노래하기 위해,
합창단은 3월부터 매주 토요일 3시간씩 연습해 왔다.
(출석률 50% 이상이어야 무대에 설 수 있고,
나는 턱걸이로 통과했다.)
단원들의 열정은 정말 대단하다.
지휘자님이 무대 마지막즈음
관객들에게 항상 하시는 말씀이 있다.
"회사 일로 지친 몸을 이끌고 토요일에 와서
누구보다 기쁜 표정으로 연습하는 모습에
늘 감동과 도전을 받습니다."
나도 함께 노래하며, 의미 있는 일에 참여하는 게 좋다.
하지만 옆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내 열정은 그들에 비해 한없이 작게 느껴져
부끄러워질 때가 있다.
신기한 것은 그 열정은 노래할 때만 나오는 게 아니다.
체육대회를 하거나, 엠티에서 게임을 하거나,
송년회 중창대회를 할 때에도 등장한다.
줄다리기하다가 하늘을 날아
아직도 병원에 가는 친구가 있고,
중창대회 공연은 인기가요 무대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있기에,
때로 의견이 다를 때도 있다.
하지만 그 중심에는 '함께 노래하려는 열정'이 있기에,
차이가 다툼이 되지 않고 발전적인 대화가 된다.
살다 보면 '좋은 게 좋은 거'라며 논쟁을 회피하고
대충 넘어가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합창단은 예외다.
한 주제에 대해 언제나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그 덕에 지금까지 성장해 온 것 같다.
이번이 나에게는 네 번째 공연이다.
매년 무대에 서고 연습을 이어오며 참 많이 배운다.
무대에서 느끼는 감정도 해마다 다르다.
그동안은 발이 너무 아파 빨리 끝나기만을 바랐다면,
이번에는 연주 자체를 즐길 수 있었다.
무대 중앙에 선 덕분에
지휘자님의 따뜻한 시선을 바라보며
나 역시 가사 하나하나에 진심을 담았다.
이 노래가 희망이 되기를.
우리가 희망을 노래하기를.
4년 동안 함께해 주신
지휘자님, 반주자님, 합창단원분들,
우리 가족, 관객분들, 환우분들 모두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