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나를 움직이는 세 가지

남편, 달리기, 그리고 브런치

by 뉴잼 NEW JAM

첫 번째, 남편.


남편은 나를 일으키는 존재다.

말 그대로 아침에 같이 일어나 하루를 시작한다.

(남편이 문 밖을 나가자마자 다시 누운 적도 있다.)

내 출근 시간이 없으니,

남편 출근 시간에 맞춰 규칙적으로 살아가며

하루를 길게 썼으면 하는 것이 남편의 바람이다.


그리고 질문을 많이 한다.

"오늘은 뭐 해?"

"오늘은 뭐 했어?"

"내일은 뭐 해?"

계획이 없었어도, 남편 질문에 대한 답을 위해

할 일을 생각하고,

만약 하루 종일 한 일이 없었다면 반성을 하며

다음 날은 더 열심히 살리라 다짐한다.


때로는 감독을 자청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내 작업공간 한편에 캠핑 의자를 펴고 앉아

글을 쓰라고 하거나

음악을 연주해 달라고 하거나

무엇인가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켜봐 준다.


이외에도 전날 달리기를 하다 운동화가 더러워졌으면,

다음 날 아침 화장실에 운동화를 넣어둔다거나,

해야 할 일을 미루지 않도록 독려를 해준다.


남편을 생각하는 나의 마음 역시 나를 움직인다.

맛있는 음식을 만들고, 빵을 굽고,

남편의 행복을 위해 게으른 몸을 움직여본다.


퇴사 후 한없이 늘어질 수도 있는 시간을

남편 덕분에 소중하게 사용 중이다.



두 번째, 달리기.


작년 10월 러닝을 시작한 이래

꾸준히 달려본 적이 없다.

최근 러닝 기록을 살펴보면,

7월엔 0km,

8월엔 풀코스(42.195km) 마라톤 포함 57km,

9월엔 21km가 전부이다.


대회가 아닌 평소에 달리러 나갈 때는

엄청난 결심이 필요하다.

막상 달리기를 시작하면

분명히 기분도 좋아지고 에너지가 생기는데,

결심을 하는 것이 참 어렵다.


그런데 올해 10월,

처음으로 꾸준히 달리고 있다.

10월 26일 현재 103km를 뛰었으며,

10월 말까지 목표 마일리지는 150km이다.

11월 해남 풀코스 마라톤을 대비하는 것도 있지만,

달리기를 해야 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퇴사 후 불안한 현실에 대한 스트레스가

나도 모르게 쌓여가고,

움직임이 줄어드니 몸은 무겁게만 느껴진다.

뛰는 결심을 하는 것도 어려웠지만,

불안함에 머물러 있는 나를 보는 것은 더 어렵다.


달리기를 하며 나름 의미 있는 생각들도 많이 하고,

거기서 얻은 에너지로 여러 도전을 한다.

달리기 덕분에 삶에 활기가 생긴다.



세 번째, 브런치.


퇴사와 동시에 브런치를 시작했다.


갑자기 글을 쓰게 된 것이 아직도 신기하다.

수능 볼 때 가장 자신 없었던 영역이 언어였고,

취업 준비 할 때 가장 자신 없었던 단계는

자기소개서였다.

글 쓰는 것이 너무 어려웠고,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퇴사를 고민하던 시기에

브런치에서 퇴사 관련 글들을 많이 봤었는데,

그때 작가 신청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내가 퇴사 후 하고 싶은 것들은

모두 결과가 나오기까지 오래 걸리는 일들인데,

비교적 결과가 빨리 나오는 '작가 신청'에

문득 도전해보고 싶었다.


내가 좋아하는 다양한 것들에 대해

솔직 담백하게 써서 냈더니,

며칠 뒤에 합격 통보를 받았다.

오랜만에 느낀, 작지만 소중한 성취감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20개 넘는 글을 써왔다.

글 하나하나 쓰는 것 역시 작은 성취였다.

좋아요 하나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조회만 하고 넘어갈 수도 있는데,

하트를 누른 것은

조금이라도 좋은 느낌을 받았지 않았을까 하는.

구독은 그야말로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다.


글을 쓰면서 경험을 정리하고,

나를 돌아보고,

미래를 그려나간다.

지금은 글이 곧 나이다.

내 글이 성장하기를,

그 글을 사람들이 더욱 좋아해 주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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