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도 없이 안식년] (본의 아니게) 길어진 안식년

우왕좌왕 불안하기도 하지만 계속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야지

by 소소롱

층간소음으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면서 코피를 벌써 세 번이나 쏟은 독립생활 1개월 차. 엄마 집에서 생활할 때는 걱정할 필요가 없던 아파트 관리비, 각종 생활비, 의료보험료 등을 생각하면 돈을 벌어야 하는데, 이번 주, 3일에 걸쳐 '서류 불합격' 통보를 세 곳에서 받았다. 가뜩이나 지원할 수 있는 채용 공고 자체도 가뭄에 콩 나듯이 올라와서 겨우 지원했는데 그 마저도 떨어졌다(직장생활도 독립하면 좋은데 능력이 마땅치 않다ㅠㅠ).


우울증인가 싶은 정도로 사는 게 버거워서 매일 눈물 쏟아내며 지내다가 안식년을 계획하고 회사를 벗어난 지 어느덧 1년 3개월 가까이 되어 간다(그래서 이제 아예 주간 단위로 카운트하는 것도 포기했다).

일만 하다가 일하지 않는 시간이 어색했던 몇 주, 그리고 여행을 다니면서 몇 달이 흘렀고, 지난해 늦봄 즈음부터 한 군데씩 지원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면접도 몇 군데 보러 다니고. 하지만 결국 전부 탈락. 처음에 생각했던 '1년'이라는 시간도 훌쩍 지나 2025년, 새로운 해도 맞이했다. 내가 너무 자만했던 것일까.


문득 두 권으로 구성된 일본 소설 <세 평의 행복, 연꽃 빌라> 이야기가 생각났다.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무레 요코 작가의 장편 소설 <세 평의 행복, 연꽃 빌라>, 그리고 <일하지 않습니다 (연꽃 빌라 이야기)>. 푸념만 하는 엄마와 진심이 전혀 없는 직장생활에 질려서 퇴사하고 다 쓰러져 가는 연꽃 빌라에서 혼자 새 삶을 다시 시작하는 이야기인데, 두 번째 이야기 <일하지 않습니다 (연꽃 빌라 이야기)>에서는 그렇게 새 삶을 시작하고 3년 후의 모습까지 그리고 있다. 그리고 우리의 주인공 교코 언니는 3년 후 마흔여덟 살이 되셨는데도 아직까지 일을 하지 않는다.


연꽃 빌라 이야기에서의 주인공 교코와 완전히 같은 상황(엄마와의 관계에도 문제가 딱히 없고, 연꽃 빌라처럼 다 쓰러져 갈 정도의 집은 아니다)은 아니지만, 문득 교코 언니와 이야기를 나눠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3년 동안 일을 하지 않고 생활하는 것이 가능했나요?'라고.


물론 책에서 주인공 교코 언니는 하루/매월 생활비를 딱 정해놓고 생활하고 있었는데, 새로 내 집을 마련한 나로서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수준이어서 계속 필요한 것들이 생긴다. 그래서인지 지출을 완벽히 통제하기가 쉽지 않고, 덕분에 줄어가는 통장 잔고에 더욱 마음의 여유가 없어지는 느낌인 것도 같다 (얼마 전 도서관에서 집은 책 <꿈과 돈 : 모든 꿈이 비즈니스가 되는 미래>에서도 돈이 없으면 꿈도 없어진다더니 그 말이 '참말이네' 싶기도 했다).


계속되는 서류 탈락 소식에 '내가 복지 짱짱했던 회사를 그만둔 게 바보 같은 짓이었나 봐'라고 엄마에게 하소연을 했더니 "잘했어.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이고, 지금 여기에서 생각해. 또 기회가 올 거야. 우리 딸은 잘 살 거야"라며 다독여줬다. 멀쩡하게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었으니, 만약 내가 엄마였다면 "그러게 내가 뭐라고 했어. 내 말 들었어야지"하며 책망하는 이야기를 했을 것 같은데 말이다.


지난날의 나의 결정들, 나아가 나 자신에 대해 의심하게 되는 순간에도 나를 믿어주는 가족들이 있어 감사해해야지. 앞이 캄캄해서 보이지 않는 것 같고, 뭐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이 엉망진창인 것 같은 느낌에 불안해서 휘청휘청 대지만,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해하고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해 나가며 조금씩이라도 앞으로 나아가야겠다 다짐해 본다. ‘계속 두드리다 보면, 되겠지’하며.


다음 주가 진짜 새해!

2025년이니까!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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