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도 없이 안식년] 여전히 표류 중

인생이 뒷걸음질만 치고 있다

by 소소롱

불안감에 잠에서 깼다. '70세까지 산다면 앞으로 30년 더 살고, 운이 나쁘면 60년. 근데 돈을 벌 수 있는 나이는 앞으로... 뭘 해야 하나' 잠결에 혼자 머릿속으로 계산을 하다가 문득 눈이 떠졌다. 핸드폰을 보니까, 일요일 새벽 4시. 원래는 꿈을 잘 꾸지 않는 편이었는데 (기억하지 못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더욱 정확할지도 모르지만), 요즘 들어 이런 식으로 새벽 3-4시가 되면 깨는 일이 잦아졌다.


찰나의 시간 같았던 독립생활을 마무리하면서 나만의 공간도 없어지고, 엄마와 관계도 틀어지면서 마음 편히 있을 곳도, 쉴 곳도, 없어졌다. 집에 있는 것이 오히려 마음이 불편하다 보니, 다친 다리가 완벽히 회복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한 달여간은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고 무거운 가방을 짊어지고 밖으로 계속 나돌아 다녔다. 딱히 나가해야 할 일도, 만나야 할 사람도 없건만.




여전히 직업도, 이렇다 할 수입도 없다. 가뭄에 콩 나듯 나는 채용 공고에 지원을 해도 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전부 시절인연이었는지, 주변 친구들은 저마다 가정을 꾸려 각자의 삶을 충실하게 살아가느라 바쁘고, 사회생활을 하지 않으니 기존의 인연들과의 연락이나 만남도 소원해졌다. 오프라인 모임 같은 것에 나가볼까 생각도 했지만, 낯을 엄청나게 가리는 내향인이라 그런 것인지, 직업이 없어 자신감이 (더욱) 사라졌기 때문인 것인지, 아니면 둘 다 인지, 아무튼 고립되어 버렸다. 매일같이 밖으로 나가지만, 세상과 단절된 느낌.




이렇게 인생이 표류한 지 2년이라는 시간이 가까워져 오고 있다. 항상 목표를 갖고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며 생활했다고 생각했는데, 회사만 다녀서 그런지 막상 회사를 나오니까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시도하는 일마다 번번이 엎어지고, 왔던 길로 다시 돌아가려고 해도 커다란 철문에 가로막혀 오도 가도 못하고 있다. 출구가 보이지를 않는달까.


온갖 책들을 읽으며 다시 정신을 차리고 움직이려 하는데, 아직도 방향을 모르겠다. 벌린 일들이 계속 좌절되어서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게 내가 가야 할 길이다' 확신이 들 정도로 마음에 와닿는 일이 없다. '또 내가 괜한 짓을 하는 것인가'하며 계속 의문이 든다. 학생 때는 공부만 하고 해 본 적도 없는 방황을 '미혹되지 않고 갈팡질팡하지 않는다'는 나이에 하고 있으니 "허 참..." 소리가 다 나온다(정확히 말하면 불혹은 내년이기는 하지만).




요즘에도 내가 그때 그만뒀던 이유들을 계속해서 생각해보고 있다. 계속 다녔으면 승승장구까지는 아니어도, 나름 잘 풀렸을지도 모르는데, 나는 왜 그런 결정을 했던 것인지에 대해. 내가 문제가 있는 사람은 아닐까라는 생각에, 혹은 후회가 되어서 계속 곱씹는다기보다 복기를 해 보려고. 나는 어떤 사람인지 조금이라도 더 깊게 나 자신에 대해 알기 위해.


다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참 서글퍼지기는 한다. 모든 생각들과 상황들이 맞물려서, 인생을 길게 보고, 분명 더 좋아지려고 했던 결정이고 시도들이었는데, 자꾸 막혀 버려서 앞으로 나아가는 대신 오히려 뒤로 밀려나고 있으니 말이다. 이렇게 뒷걸음질 치느니 차라리 주저앉아 제자리에 있는 게 훨씬 나을지도 모르겠는데.


동인천 배다리 나비날다책장 (문화상점 동성한의원)에서 발견한 한 구절




그래도 어쩌겠는가. 살아야지. 모든 것은 죽어야 끝나는데, 계속 살아가야지. '도대체 이 정도면 죽으라는 건가' 생각이 들기도 했었는데, 다행히도 그런 생각도 오래가지는 않았다. 계속 쓰고 있는 감사 일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집도 재산도, 직업도, 사람도, 무엇 하나 가진 것 없는 것 같은 기분에 올해 초부터 쓰기 시작했는데, 중간에 공부한다고 잠깐 놓기는 했지만, 그래도 계속 다시 써내려 가고 있다. 그냥 무심코 일기를 쓰다가도 마지막에 몇 줄은 감사일기를 쓰려고 억지로 감사할 점을 쥐어 짜내다 보니,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는 듯한 공허함 가득한 하루 속에서도 좋은 것들이 있었다는 알게 되니 그럭저럭 살아진다.


갑자기 감사일기의 효과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실패 투성이 표류하는 듯한 삶이지만 다시 일어서서 앞으로 나아가야겠다.


x도 없이 안식년 1년 11개월 (곧 2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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