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도 없이 안식년] 안식년 종료

2년간의 안식년을 마치며

by 소소롱

회사를 떠난 지 2년, 안식년을 끝내기로 했다.


짧은 듯하면서도 긴 시간인 2년.

지난 회사의 어떤 동료는 승진을 하고, 어떤 동료는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났다.

너무 여리여리해서 부러질 것처럼 약했던 친구는 배가 불룩 나오더니 벌써 둘째를 낳아 두 아이의 엄마가 됐고, 아이를 셋이나 낳은 친구의 첫째 아들은 초등학교 3학년이 되었다. 그동안 나의 상태는 제자리이다. 아니 오히려 자산이나 체력 등에서는 백스텝 한 것 같은, 예전 그대로의 상태이다. 그래도 나름대로 위안 삼아 본다면, 내 안에서는 많은 것들이 변했다.




사실 그전까지는 '매니저로 승진해야 돼' 목표로 열심히 일하면서 지원부서임에도 불구하고 어렵게 승진도 했다. 우리나라 사람들 사이에서, 그리고 그다음에는 유럽인들 사이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애쓰고 또 애썼다. 사내 정치도 싫어하면서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인정받으면 나의 모든 것이 해결되는 줄 알고 나를 갈아 넣으며 생활했다. 그런데 막상 돌아보니 그게 아니었다. 허무감이 찾아왔다. 남들이 저마다 회사 안/밖에서의 많은 것들을 채워나가고 있을 때, 나는 너무 미련하게 일만 했다.


덕분에 2년 동안은 평소에 읽지 않았던 책들을 읽었고, 잘 보지 않던 경제 관련 유튜브를 보고, 세상에 돌아가는 일에 더 관심을 갖게 됐다. 아무런 투자 없이 매월 받는 급여를 착실하게 예금, 적금으로 돈을 모으는 것만으로는 안 되는구나 깨달았다. 이번에는 자발적 퇴사였지만, 갑자기 직장을 잃었을 때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체감했고 앞으로를 보다 적극적으로 계획하게 되었다. 어딘가에 속하지 않고, 내가 맡은 역할에 대한 책임감 없이 오롯이 '나 자신에 대한 책임감'만을 갖고 생활하면서, 그동안 생각할 겨를이 없었던 자기 성찰의 시간도 보다 가질 수 있었다. 과거의 사건, 과거의 나에 대해 생각해 보면서 '이런 생각, 이런 마음으로 내가 그랬구나' 돌이켜 보기도 하고, 그런 과정에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알게 되었다.


사실 굳이 엄청난 기회비용을 감내하며 퇴사를 감행하고 안식년을 가질 만큼 거창한 깨달음은 아닐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는 많은 것들을 포기하지 않고 그저 그냥 하루하루 생활하면서 얻을 수 있는 지식, 경험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조금 미련스러운 면이 있는 나에게는 꼭 경험하고 체득해야 했던 것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왜 이럴까', '내 인생은 왜 이리 항상 노력해야만 할까' 등과 같은 생각에 힘이 빠지고 우울감이 밀려들기도 했지만 결국 '그게 나'라는 결론을 내렸다. 돌이켜보면 항상 인생이 0점을 뚫고 저 아래 마이너스 쳤다가도 방법을 찾고 다시 올라왔으니까. '나'라는 사람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하고 자부심을 갖기로 했다.


인생의 방향이 다르게 바뀔 것을 기대하고 호기롭게 시작된 안식년이지만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결국 원래 했던 일로 다시 돌아가게 되었다는 점이 솔직히 조금 아쉽기는 하다. 지난 2년간 나름 이것저것 배우러 다니고 여러 가지를 시도했지만, 어딘가에 속해서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생활하는 직장인이 가장 보편적이고, 쉬운 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 속에서 조금 더 나의 역량을 올려보기로 했다. 조직에서 경험하지 못해 본 역할이 아직 남아 있기에 다시 성장을 위해 도전해 보기로.




나는 나중에 내가 죽을 때 "재미있는 인생이었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한다. 커리어 여정도 그렇고, 결혼이나 관계에 있어서도, 혹은 삶의 형태에 있어서도 그렇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일반적인' 것의 범주에서 종종 이탈하는 삶을 살면서 많은 부분들이 점차 down grade 되고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내가 죽을 때를 떠올려 연결 지어 생각한다면 나의 가치관에 맞게 잘 살고 있는 것 같다. '내 방향에 맞게 나는 잘 가고 있다'라는 결론과 함께 지난 2년의 안식년을 마무리하기로 한다.


어떤 일이 생기든 다 헤쳐나갈 수 있는 사람이라는 나 자신에 대한 믿음과 함께.

앞으로도 나의 삶이 계속 성장하고 재미있는 일들로 가득해지기를.


안식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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