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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익명의 고슴도치 Feb 22. 2020

어떤 말들은




오랜 상처는 말의 형태로 마음에 남겨져있었다. 그리고 이를 달래어 잠재우는 것 또한 어떤 말들이다.






‘내가 너를 더 이해하려고 노력할게.’

나의 시작에서 흐르는 낮은 말소리를 듣고는, 잠시 숨을 멈추어 그 의미를 헤아려보다가, 이내 목이 멘다. 아주 오랫동안 기다린 말이다. 눈물이다. 사랑이다. 내 몸이 자라는 만큼 커져가던 마음속의 차갑고 단단한 덩어리가 모두 녹아내려서 영영 보이지 않을 만한 곳으로 흘러간다.


아무리 애써서 깨뜨려도 다시 더 큰 모양으로 굳어가던 덩어리였다. 이 말을 듣기 전까지 꽤나 지난한 날들이었지. 외로웠다. 혼자 덩그러니 남아서 모든 것들을 이해해야만 했다. 스스로 이해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믿어야 살 수 있는 상황의 연속이었고, 무엇에게 받아들여짐을 완전히 포기하려던 참이었다. 그 순간.

이제야 비로소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혼자서 뭐든 다 할 수 있는 줄 알았던 나는, 여태 결국 약하고 어린 존재였음을 받아들인다. 홀로 이겨낸 듯이 보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그만큼 강하다고 착각했음을 이해한다. 나의 모든 걸 받아들이는 순간이 되어서야 너의 모든 걸 받아들이며 단단해진 마음이다.


내게는 여전히 나를 이해해줄 네가 필요하고, 괜찮냐고 물어봐줄 네가 필요하고, 티 내지 못했던 울음을 따뜻한 품으로 오랫동안 받아들여 줄 네가 필요하다.

이토록 네가 간절하기에 나는 계속 살아갈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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