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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익명의 고슴도치 Mar 07. 2020

나의 진지한 취미생활, 타로 카드

요즘의 취미는 타로카드 가지고 놀기다. 타로카드를 간단히 말하면 그림카드다. 글에서 그림으로 나의 표현이 확장되는 시기에 타로카드를 만난 것이다.



타로카드란?
22장의  아르카나와 56장의  아르카나로  카드 패로서, 카드 게임뿐 아니라 점술에도 사용된다. 타로의 점술은 카드에 있는 그림들의 종류와 위치를 이용하여 인간의 미래와 길흉 따위를 점치는 것이다.
출처: 위키백과, tarot card

내가 쓰는 카드는 motherpeace tarot. 인간의 삶에 던지는 굵직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메이저 카드 22장, 자연의 원소로 인간을 해석하는 인물카드 16장, 세상과 인간 사이를 촘촘히 짜주는 마이너카드 40장으로 총 78장이다.


내가 글 작업을 할 때면 생각과 감정을 보기 좋게 절제하여 정리하고, 더 좋은 단어가 있을지 고민하고, 비문이 아닐까 걱정하고, 오탈자를 찾아내어 수정하는 등 글을 쓰면 쓸수록 머리만 많이 쓰게 되었다. 이 작업들이 나를 성장시키는 걸 알지만 한동안은 머리 쓰는 걸 좀 쉬고 싶던 시기가 있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그림 작업이었다. 매일 떠오르는 형태의 과일, 빵, 컵 등의 정물을 손으로 슥삭 그리다가 형태가 불분명한 그림을 자유롭게 그리기도, 그냥 색으로만 표현하기도 했다. 나중엔 그림도 머리로 쓸 수 있으며 글도 자유롭게 그릴 수 있는 걸 알게 되었다.

어쨌든 이런 시기에 가이아에서 운명처럼, 어쩌면 필연으로 고전 여성주의 타로카드 motherpeace tarrot card를 만났다. 카드에 굵은 선으로 그려진 여성신들의 힘 있는 모습이 눈에 가득 들어왔다. 남성신의 이야기를 주류로 하는 기존 웨이트 타로의 직사각형 모양과는 달리 둥그렇다. 그래서인지 더 아늑하게 느껴지고 사용된 색들도 참 따뜻하고 풍요에서 나오는 여유와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특히 star 카드의 색감과 이미지에는 보자마자 눈과 손이갔고 치유받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이때 내가 치유가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기도 했다.

카드를 통해 내 안의 여성성과 남성성의 존재를 인지하고 들여다보게 되었고 사람의 입체적인 모습을 관찰하게 되었다. 음 근데 여성성과 남성성이 무엇인지 규정하는 건 아직 어렵긴 하다. 규정이 필요한지도 모르겠고. 나의 새로운 모습은 발견하고 발견해도 또 발견하는 과정이다. 나라는 인간을 완전히 이해하거나 다 알아버리는 것이 목적은 아니다. 익숙함 속에서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게 그저 재밌다. 이런 취미활동이 계속되면서 사람들의 입체적인 모습도 상상 이상으로 만나게 되었다. 내 생각보다 인간과 세상은 훨씬 다차원임을 새삼 알아가는 중이다.


물리적으로는 똑같이 프린팅 된 그림이 보이는 카드 이지만 보는 사람의 이야기, 관점, 색깔, 방향 등에 따라 해석의 여지가 다른 것이 타로카드의 굉장히 매력적인 지점이다. 사람들이 모두 자기만의 고유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의 방증이었기에 매우 흥미로웠다. 어렸을 때의 나는 다른 사람들이 세상을 보는 관점도 나와 비슷한 줄 알았다. 지금은 전혀 같고도 다르다는 걸 인지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아주 위험하고도 오만한 생각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중이다.


타로를 볼 때는 질문이 중요하다. (갑자기?) 지금 내가 가진 이슈에 대한 질문을 구체적으로 할수록 카드를 뽑았을 때 구체적인 답을 얻어갈 수 있다. 간단히 점괘를 물어보는 것도 재밌지만 내가 뽑아서 나온 그림을 해석하고 내 상황에 대입시켜보고, 카드가 나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귀 기울여 보고 듣는 것도 흥미롭다. 내게 익숙한 시선과는 다른 관점의 이야기를 해줄 때가 있어서다. 그래서 좋다.

내 방식의 생각은 선이 아니라 결국 내게 편리한 방식, 익숙한 방식일 뿐이다. 이타적이라 생각하는 행동 또한 결국 나를 위한 행동일 수 있다. 그런 나의 모순을 적나라하게 깨닫게 된다. 내가 합리화했던 생각들. 사회적으로 학습되어온, 태어나면서부터 심어져 온 사회적 신념, 행하려 할 때 덮쳐오는 어떤 무력감, 두려움, 소외감. 서러움, 상처, 고마우니까 이래야 해, 가족이라면, 친구라면, 애인이라면 응당 이래야 해. 착한X 콤플렉스, 원가족 이슈 등을 가볍우나 진지하게 들여다보며 카드와 친해지는 중이다.







번외. 요즘의 이슈

내가 나를 믿는 것. 타인을 믿는 것을 통해서 나의 중심을 지키면서도 세상을 믿는 것. 안전과 사랑과 풍요는 환상적이며 동시에 무한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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