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익명의 고슴도치 Jun 20. 2020

다시 태어나는 방법



깊은 밤을 지나오면 어느덧 아침이 된다. 잠에서 깨어 눈을 뜨자마자 창가에 드리워진 햇볕의 따뜻함을 느낀다. 잠시 따스하게 데워진 발가락을 꼼지락대다가 지저귀는 새소리를 들으며 잠깐 명상을 한다. 명상을 하며 어젯 밤에 널어놓은 이런저런 생각과 걱정의 잔해들을 바싹 말려서 없앤다. 녹차에 얼음을 몇 개 띄워 마시며 오늘 새로이 태어난 나의 감정을 새로 다잡는다. 그리고는 ‘오늘 가장 하고 싶은 일’을 먼저 떠올려 본다. 일주일 내내 읽고 싶었지만 펼치지 못한 책이 있었다. 그 책을 먼저 읽어야겠다. 책을 한두 장 넘기다 보니 적어두고 싶은 문장을 발견했고, 그 문장들을 적다 보니 그리고 싶은 그림이 떠올랐다. 책을 잠깐 덮어두고 그림을 그린다. 오늘은 세밀하고 정교한 작업보다는 마음에 드는 푸른색을 골라 시원하게 칠하는 것이 좋다.



여기 또 다른 아침이 있다. 어젯밤, 아니 그제밤에도 미처 정리하지 못했던 무거운 불안과 걱정들이 덕지덕지 딸려온 아침이다. 이것들은 몸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나를 짓누른다. ‘오늘 해야만 한다’는 가면을 쓴 ‘하기 싫은 일’들이 눈을 뜨는 속도보다 빠르게 떠오르면서 점점 일어나기 힘들어진다. 어제 미처 하지 못했던 하기 싫은 일들과 내뱉었던 못된 말들과 비수처럼 날아와 꽂힌 쓰레기들, 실수했던 일들과 하지 못한 말들까지 같이 한꺼번에 떠오른다. 뭐가 그리 소중하다고 오늘 아침까지 두 손 무겁게 질질 끌고 왔을까. 아침에 이런 것들이 먼저 떠오르면 도저히 해결할 기운이 나지 않고, 처리를 미룬 것들의 무게에 눌리고 질식하여 또 기절하듯 잠들기를 반복한다.



똑같은 상황의 아침일지라도 어제의 부정적인 나를 처리하지 못하면 죽지도 않고 오늘 또다시 눈을 뜬다. 어제 죽었어야 했던 것들은 되도록 빨리 해치우고 보내주는 것이 나에게 이롭다. 아침을 망친 기분으로 남은 하루마저 망치는 것이 바보 같은 일이듯, 소중한 어제를 잃었다고 광광울면서 오늘까지 잃어버리면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그러니 어제 이미 썩어버린(?) 나는 밑거름으로 파묻어두고 오늘 하루라는 새싹을 키워내자. 참고로 아침 시간에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가장 먼저 떠올리고 가장 먼저 해보는 것만으로도 하루의 활력이 달라질 수 있다.

자꾸 잠이 오는 것은 내 과거를 버리고 새로 태어날 때가 되었다는 몸의 신호일지도 모른다. 어제 썩었던 나는 오늘의 나와 관계가 없다. 자고 일어난 나는 한 번도 썩었던 적이 없는 것이다. 어제는 어제의 최선을 다했고 오늘은 오늘의 최선을 다하면 된다. (그럼 그럼)


그렇게 다시 태어난 순수하고 정갈한 몸과 생각과 마음으로 하루의 가능성을 열고 만끽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온갖 편견과 감정의 찌꺼기들, 새로운 삶과 활력을 방해하는 불필요한 생각들의 허물을 그날그날 벗어 던져야 한다. 매일 밤 모든 불이 꺼지고 의식의 끈을 놓아질 때 그런 것들을 같이 하나씩 끊어내도록 한다.

매일 아침 나는 새사람이 되기로 한다. 오늘도 새로운 하루를 얻었으니 감사하며 귀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오늘 밤도 자고 일어나면 다시 태어나는 걸로-










쉬는 거 좋아..




작가의 이전글 나의 진지한 취미생활, 타로 카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