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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익명의 고슴도치 Jun 13. 2020

당신을 사랑하는 나를 생각해요.

어떤 말들은


당신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나는 지금을 살아갈 따뜻한 힘을 얻어요. 이 세상에 내려와 그런 당신을 만났다는 건 내 삶에 있어서 얼마나 큰 행운인지 헤아릴 수가 없어요.      


내게는 누군가 보내주는 응원조차도 제대로 받을 수 없던 때가 있었어요. 삶은 오롯이 혼자서 견디고 버텨내야만 하는 길고도 지난한 여정일 뿐이었죠. 얼마나 외롭고 고단했는지 가늠이 되시나요. 외로움을 혼자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늘 안타까운 일이에요. 그때는 사실 힘들다고만 생각했지 외로워서 슬프다는 것도 느끼지 못할 정도였거든요. 그저 나의 연약한 모습들을 숨기기에 급급하여 깨어진 마음의 틈으로 줄줄 새어나가는 눈물을 한 방울도 발견할 겨를이 없었지요.      


난 외로움을 잊기 위해 외로운 나를 안아주는 일을 제외한 거의 모든 일들에 매달렸어요. 그러다가 당신을 만났었죠. 그때 나의 외로움은 당신을 괴롭혔을 거예요. 어느덧 궁지에 몰린 나는 결국 사람들과 대화하는 방법을 잊어버리고, 이 세상이 나를 사랑한다는 사실도 잊어버린 채 내가 알던 모든 것들이 나를 미워한다고 당신에게 털어놓았어요. 그랬더니 당신은 나에게 말했죠.     


"그런 마음이 들 때면 당신을 사랑하는 나를 생각해요."


당신의 그 한마디에 내 안의 사랑도, 잊고 있던 세상의 사랑도 다시 싹트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하루를 살아내는 것이 어렵고 버겁게만 느껴질 때 당신이 내게 그런 말을 해주었다는 사실과 감각을 기억해내곤 합니다. 그 말의 온도를 떠올리면서 종종 차가워지는 몸과 마음을 녹이고 있어요.


그럴 때마다 우리는 깊이 이어져있음을 느낍니다. 이어지는 힘으로 나의 삶과 사랑 또한 이어나갈 수 있음에 고마울 뿐이에요. 설령 당신과 내가 그만 멀어질 때가 되어도 나는 그 따스했던 마음을 영영 기억할 수 있어서 다행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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