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장미꽃 좋아해?” “나는 외할머니 집 앞에 백합꽃이 잔뜩 피었더랬어. 할머니 치마폭 같아서 좋고 그 옆의 도라지 꽃에선 말린 굴비 지금 쪄낸 맛이 풍겨와.” 담장에 붉은 장미가 후드러지게 펴서 옷깃에 막 스치니 엄마가 만지셨다.
엄만 내 외증조 할머니를 무지 그리워하셨어. (내 외증조 할머닌 학교 선생님들 하숙을 치고 백구두 외증조 할아버진 딸만 내리 뒀다고 첩을 보셔서 아들을 얻었다.
그래서 막둥이였던 내 외할머니마저 여아로 태어나니 바로 엎어놓아서 이 할머니가 손이랑 발이 장애를 갖게 되셨다. 그래도 워낙 유지인 탓에 내 외할아버지는 친할머니까지 모시고 장가를 왔고 데릴사위인 비위가 고되게 드세니 6.25사변 때 의용군으로 스스로 지원해 나가셔서 전사하셨다. 내 엄니는 외증조할머니 집에서 거의 자라셨다. 외할머니는 이모랑 외삼촌을 키우시고... 그래서일까? 그 내력이 있어서인 듯 내 친가 쪽도 그렇고 아기를 그닥 따시게 받아들이지 않고 차갑다. 할머니들이 쌀쌀했다. 그리고 내 아이들은 더욱 아이를 안 갖겠다고 선포했다. 나에게서 받은 상처일 게다. 사실 나도 자식의 소중함을 늦게 안거 같다. 이건 중요한 성격 형성을 기반하는 기본 환경을 일컫는다. 이것은 팩트다.)
하늘 별이 되시기 한 해전 아버지랑 엄마 모시고 외증조 할머니 산소에 다녀왔으나 엄마의 바램처럼 영흥도에 모시지 못했다. 그 땅을 밟는 순간은 뉴스로 뜬 이슈와 같은 상황? 이 때 뉴스의 화제였다. (땅을 밟는 순간 대가를 치러야 해.)
“어헛 이러려면 우리가 자주 가 뵐 수 있는 곳에 모시자.” 불구덩이를 싫다 셨지만 어쩔 수 없으니 차라리 한 번 뜨겁고 말아요.
이름표가 붙은 항아리 안에 모셔졌다.
집에서 지근거리라 자주 뵈니 좋잖아. 엄마 오줌통 갈기 힘드니까 엄마더러 어서 가라던 아버진 TV 다이 옆에 엄마 사진을 쭈욱 깔아놨어.
“엄마 하늘나라에선 좋은 남자친구 만나! 엄마의 행복을 찾고 살아요!” 내가 갈 때마다 이렇게 말을 붙여준다.
구월동으로 이사하기 전엔 사진 찍은 거 스캔 뜬 후 편지를 같이 써서 ‘하늘나라 우체통’에 몇 번 부쳐 드렸는데 이제 이 시를 엄마 가슴에 옮겨 드린다. 엄마 보러 가는 길은 내가 산책이 되는 길.
지난주는 엄마아들, 엄마남편, 나 그리고 소현이 이렇게 넷이서 흑염소탕을 먹었어. 집 가는 길에 소현이가 그러네. “엄마 아까 할부지 옆에서 밥 먹는데 엄마가 아기처럼 보였어.” ‘엄마! 어른 앞에서 자식은 아기같이 보이나 봐. 마냥.’
우리도 곧 이어서 떠나게 돼. 영원한 생은 없어. 난 하늘을 실컷 보게 잔디구장에 깔아줘. 그리고 내 엄마랑은 조금 거리 있게 해 줘. 그래야 할머니가 반가워하지, 싫증 안 내시고 그래도 엄마 사랑합니다. “내 어머니 언 손 비벼서 손빨래하시고 오뎅볶고 까나리 왕멸치 볶아서 자식 놈들 도시락 몇 개씩 싸시냐고 애쓰셨어요. 그리고 사나운 시어머니의 길고 고된 시집살이와 예민하면서 식성까지 까탈한 해병대 출신 아버지 비위 맞추냐고 고생 많으셨어요. 제가 잘못해서 미움이 된 거, 지청구에 낑겨져 있던 거, 몽땅 다 털어서 엄마 가신 날 같이 불속에서 녹았길요.”
엄마 보고프면 내가 울지.
1370(차량번호) 분한테 여쭤봤다. 내 엄마가 더 생각이 나서. “어머니 그리우실 때 있으세요?” 눈시울을 창가로 대시더니 “보고 싶죠. 지금 더 안쓰러운 마음이 가네요.” 며칠 후 이번엔 6359(차량번호) 분이 그러신다. “울 엄니 보고 싶어요. 때때로, 이 나이 됐어도요.”
세월의 연륜이 뭔 상관있을까? 다들 엄니를 그리워함은 가슴에 갖고 있구나!
엄마 생신 단오가 지났어.
별똥별 지게에 싣다.
업어 드리게.
올해의 첫 매미가 울었다.
풀벌레의 울음도 같이 첫 번째로 띄는 것은 무조건 “후” 하고 불어 드리자.
맏이에 대한 나의 글이 끝맺을 즈음 작은아이 소현이가 세 살 터울 제 언니 나해한테 선뜻 “언니!”라고 불러줬다. 아이 이쁘다! 내 사실 이야기는 내 아이들의 우애가 더 돈독해졌다는 것 만으로도 난 아주 감사한 일이다. 어떻게 31년 만에 언니 소리가 나올 수 있지? 대뜸.
그리고 큰 아인 지 동생한테 큰 쿠키 하나를 내주며 “네가 좋아하는 맛이야, 먹고 알려줘. 괜찮았는지.” 그런데 이게 내가 방 안에서 출근하고서 나왔다. 후 훗!
비스킷은 쿠키보다 얇고 단단하다. 먹짱 둘째가 알려줬으니 이건 부드러운 촉감의 쿠키. 내가 먹어 버렸네. 지 언니가 ‘박끄’라고 부르며 따로 준 건데 박끄가 내 가방에 넣어준 거.
박끄는 별명으로 작은 아이가 어릴 때 “이름 뭐야?” 물으면 “박끄”로 발음되서 붙여진 거고 둘은 서로 간에 ‘쪼다’와 ‘쪼무래기’로 저장을 해놓고 있다. 내가 엄마를 ‘호랑이’로 저장해 놓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