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언덕을 비비다
싸라기눈 어깨를 때리다
희미해진 열두 달의 걸음을
털어주려는가 보다
닳아서 뭉개진 생각이 미끄러질까 봐
차가운 볼 때려주는데
흐리멍덩 닳은 걸 겹겹이 옷으로 가리나
신발에 닿은 질척임은
미끄러움을 방치하니
조심을 딛고 있다
빛을 먹어 반짝이는 먼지가 더 많이 앉아
다 털어내고 새것을
담아야 하는 신년 맞이
내가 가진 꿈보다 크게
보폭이 빠른 것은
달갑지 않은 추위를 끌어안음이라
살아야 하는 이유
한 발짝씩 떼는 희망
이걸 담기 위해서다
* 얼음덩이 마주한 지 한 시간 정도인데 싸락눈이 어깨를 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