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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시

(21) 언덕을 비비다

by 블라썸도윤

칼바람이 손끝 콧잔등을 에리는데

앞서가는 젊은이 오색을 몸에 뜸 들이고

뒤를 힐끔힐끔 쳐다보는 건

봐줄 이가 한 명밖에 없어서인 듯

양팔을 쭈욱 걷어붙이고

반바지 아랫선으로 이은

찬란한 과시

동장군을 무시하고서

어깨 가오만 들어갔다


들어보시게

무거운 세월 짊어져 보시게

누구나 낙엽 떨구듯

인생은 잠깐일세

졸수는 아흔이요

망백은 아흔하나인데

백수를 넘겨보는 노친이

아들 보러 병실을 찾았구먼


* 백수를 앞두신 구십 대 중반인 어머니는 아들 면회를 오셨다.

* 자몽을 가지고 내린 뜨거운 차와 차가운 에이드, 색은 다르지만 맛과 영양은 같다. 삶이란 언젠가는 녹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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