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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W LIFE 뉴라이프 Oct 24. 2023

뇌의 비밀: 명상과 수면의 차이

Neuro Meditation

지금까지 '명상과 뇌내 물질 세로토닌의 관계(*1)'와 '이완명상과 뇌내 물질 도파민(*2)'에 대해 소개하며, 명상을 하면 '뇌에 분명한 물질적 차원의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증명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아무 생각 없이 무념무상의 명상을 하는 것'과 '아무 생각 없이 잠을 자는 것'은 어떻게 다를까? 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도 예전에 수업이나 세미나에서 졸고 있을 때 '명상을 하고 있었다'고 속인 적도 있습니다(혼났지만, 졸음의 핑계로 삼으면 안 되겠지요). "명상을 하면 잠이 든다", "잠을 자면 명상 효과가 있나요?" 라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이번에는 '명상 상태와 수면 상태의 차이'에 대한 연구를 소개합니다.





논문 제목은 'AN ELECTROENCEPHALOGRAPHIC STUDY ON THE ZEN MEDITATION (ZAZEN): 선명상(좌선)에서의 뇌파 연구(*3)'로 도쿄대학 부속병원의 카사마츠 의사 등이 보고한 연구입니다. 현대에는 '뇌파는 공부 중에는 알파파가 우세하고, 명상 중에는 세타파가 우세하다'는 것은 기본적인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이 논문은 1966년(지금으로부터 50여 년 전)에 출판된 것으로 '명상의 기본 중의 기본을 명상의 기본 중의 기본을 밝혀낸 연구'에 초점을 맞춰보고자 합니다.


이 연구 실험의 협력 대상자는 선종(조동종, 임제종)의 승려(고승부터 젊은 수행자까지) 48명, 연령은 24세~72세까지 고르게 선정되었습니다(24세~70세: 20명, 70세~80세: 12명, 80세~90세: 16명). 좌선 명상에 숙련된 이들 피험자의 머리에 뇌파계 전극을 부착하고, 선 명상 중 뇌파를 기록하였습니다. 뇌파계 전극은 전두부, 전두-두정, 두정, 후두-두정, 후두부 등 명상에 집중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고안되었습니다. 선 명상 실험은 평소와 다름없이 선 수행장에서 진행되었습니다(그림 1).


좌선 명상 방법은 선 수행과 마찬가지로 다리를 꿇고 앉은 자세로 눈을 뜨고 앞을 바라보며 양손을 모은 자세(그림 3)로 1회 약 30분간 수행합니다. 비교 대조군으로 18명의 연구원(23~33세)과 4명의 고령 남성(54~60세)이 선정되었습니다. 이들 22명의 비교대조군들은 모두 좌선이나 명상 경험이 없지만, 실험 대상인 선승들과 동일한 조건에서 뇌파를 측정했습니다.


그 결과, 먼저 20년 이상 숙련된 스님들의 명상 시 뇌파를 그림으로 나타내었습니다. 명상 전은 보통 눈을 떴을 때의 의식 상태이며, 뇌파에 특징적인 파형은 보이지 않습니다(그림 2a). 그러나 선명상을 시작하자마자 몇 분도 지나지 않아 뇌파에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진폭이 40~50μV이고 주기가 11~12/초인 알파파가 전체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그림 2b). 그리고 1분 후부터는 알파파의 진폭이 60~70μV로 큰 파형이 출현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그림 2c).



이어 명상 시작 후 27분이 지났을 때 주파수가 7~8/초인 리드미컬한 파형이 1~2초 정도 나타나기 시작합니다(그림 3a). 그 후 20초 후에는 주파수 6~7/초, 진폭도 70~100μV의 큰 세타파가 관찰되기 시작했고, 명상 종료 시까지 세타파가 출현하는 상태가 지속되었습니다(그림 3b). 그리고 명상이 종료된 후에도 평상시 뇌파로 돌아가지 않고 알파파가 지속되는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이 뇌파의 지속도 선명상에 의한 뇌에 대한 효과로 생각됩니다.


이에 대해 비교 대조군이 된 사람들의 뇌파를 그림으로 나타낸 것입니다. 이를 보면 앞서 살펴본 베테랑 승려의 뇌파와 다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간혹 알파파가 나타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파형이 미세하고 진폭도 작으며, 일상적인 의식 수준에 가까운 베타파가 지배적이라는 것을 뇌파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명상 경험이 거의 없는 피험자들은 모두 비슷한 반응을 보였고, 명상 전, 중, 후를 통틀어 거의 변화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20대나 60대나 큰 차이가 없었던 것으로 보아 나이에 따른 영향보다는 명상 경험과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연구 저자들은 이 뇌파의 변화를 다음과 같이 분류했습니다. 


Stage 1: 알파파가 나타나지만 약간의 변화가 있다. 

Stage II: 지속적인 알파파 및 진폭 증가 

Stage III: 알파파의 주파수 감소(세타파로의 전환) 

Stage IV: 리드미컬한 세타파의 출현


그리고 48명의 피험자 중 수행 중인 스님 23명을 수행경력별, 정신수준별(상급승의 평가)로 3그룹으로 나누어 뇌파 단계와의 상관관계를 정리한 것이 <그림 5>입니다. 그림에서 알 수 있듯이, 수행자의 경력이 많을수록/ 또는 수행자의 정신 수준이 높을수록 뇌파의 단계가 높고, 알파파에서 세타파로의 전환이 잘 일어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음은 클릭 자극에 대한 반응 실험 결과를 보여줍니다. 이를 위한 실험에서는 명상 중에 '딸깍'하는 클릭 소리를 들려주는 외부 자극을 1분 간격으로 제공합니다. 이로 인해 순간적으로 명상 상태가 중단됩니다. 이때 뇌파에서는 알파파의 차단이 일어나 집중이 끊어지지만 몇 초 후 의식이 명상상태로 돌아오고 다시 알파파가 나타납니다.


그림6은 깨어있는 상태에서 명상할 때와 낮잠을 자고 있을 때 클릭 자극을 받았을 때를 비교한 것입니다. 그림 6a와 같이 상급 승려가 깨어있는 상태에서 명상을 할 때는 클릭음에 의해 일시적으로 알파파나 세타파가 사라졌다가 몇 초 후에 다시 알파파/세타파가 출현합니다. 이에 반해 그림 6b와 같이 기면 시에는 이미 알파파/세타파가 사라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딸깍 소리가 나면서 의식이 돌아와 다시 명상 시 뇌파로 복귀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상급승과 비교대조군에서 클릭 자극에 대한 반응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나타낸 것이 그림 7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명상 중 1분 간격으로 클릭음이 들려오는데, 상급승은 명상 초기에도 20분 경과 시점에도 변함없이 '소리에 반응하여 뇌파의 차단을 보이다가 몇 초 후 다시 알파파/세타파가 출현'하는 패턴을 유지합니다. 이에 비해 비교 대조군인 일반인에서는 "명상 초기에는 소리에 반응하여 뇌파가 차단되지만, 점차 익숙해져 후반에는 수면 상태에서 반응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 부분은 '선명상으로 무심 상태를 유지하면서 외부 자극에 반응하는' 숙련자와 '의식을 통제하지 못해 명상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잠에 빠진' 일반인과의 분명한 차이로 생각됩니다.


이러한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연구진은 명상 상태와 수면 상태를 도식화했습니다. 뇌파의 관점에서 보면, 명상 전 개안시(평상시) 뇌파 상태 → 명상 시작과 함께 알파파 출현 → 알파파 진폭 증가 → 알파파 주파수 감소 → 세타파 출현 → 리드미컬한 세타파 반복, 이렇게 명상이 진행됨에 따라 뇌파의 수준도 앞서 언급한 단계처럼 단계적으로 올라가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잠이 들면 알파파가 감쇠하고 슬로우 웨이브(서파)나 스핀들(방추파) 버스트와 같은 뇌파가 출현합니다. 이는 숙련자의 명상 중 뇌파에는 나타나지 않는 현상입니다.



이 외에도 연구진은 '트랜스 상태'와 '최면술사에게 최면에 걸린 상태'의 뇌파를 비교했는데, 모두 세타파가 나타나지 않아 명상 중 뇌파와는 다른 상태라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이 연구를 요약하면,   

- 명상 시와 수면 시 뇌파가 다르다.

- 숙련된 명상가들은 알파파 다음에 세타파가 나타난다.

- 명상 숙련자는 명상 상태를 유지하면서도 의식을 유지하고 있다.

- 경험이나 정신 수준에 따라 뇌파의 질도 변화한다.

- 수면 중에는 명상 중에는 나오지 않는 뇌파가 출현한다. (반대로 명상 중에는 수면시 특유의 뇌파가 나타나지 않는다)

- 명상 중에도 수면으로 넘어가면 명상 중 리드미컬한 뇌파는 사라진다. 

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보면 '명상과 수면의 차이''자신의 의식을 조절하고 통제하면서 내성/내관하는 것'이 명상 상태(접심)이고, '자신의 의식을 유지하지 못하고 생각도 뇌파도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무의식 상태"가 수면 상태(혼수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역시 명상할 때와 수면 시에는 뇌파와 뇌의 상태가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소개한 명상으로 인한 뇌의 변화(*4)도 역시 의식적으로 명상을 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효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숙련도가 높아질수록 명상의 질도 높아진다는 것은 이 연구에서도 과학적으로 입증되었습니다.


이 연구는 1966년, 필자도 태어나기 전의 연구이지만, 명상이라는 '보이지 않는 세계'를 과학적으로 규명하려는 발상과 이를 실제로 논문으로 발표한 실적은 매우 존경할 만한 연구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의 명상 관련 연구의 선구적인 위치에 있는 중요한 연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명상을 해본 경험이 없는 분들도 꼭 명상 습관을 익혀서 뇌의 혁명을 일으켜보시길 바랍니다.



저자: Takuma Nomiya l 번역: Sim Min Aa



Profile


Takuma Nomiya 의사・의학박사

임상의사로서 20년 이상 다양한 질병과 환자를 접하며 신체적 문제와 동시에 정신적 문제도 다루고 있다. 기초연구와 임상연구로 다수의 영문 연구 논문을 집필. 그 성과는 해외에서도 인정받아 직접 학술 논문을 집필할 뿐만 아니라 해외 의학 학술지로부터 연구 논문의 피어리뷰 의뢰를 받기도 한다. 증거 중심주의에 치우치지 않기 위해 미개척 연구 분야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의료의 미래를 계속 탐구하고 있다.




인용문


원본글: NewLife Magazine_명상, 뇌, 행복 호르몬… 의학 시선의 진짜 이야기


인용문헌


*1. 뇌내 물질 세로토닌과 명상의 관계

https://brunch.co.kr/@newlifekorea/16(Korean Version)

https://note.com/newlifemagazine/n/n0a07608b82cd(Japanese Version)

*2. 이완 명상과 뇌내 물질 도파민에 대하여

https://brunch.co.kr/@newlifekorea/25(Korean Version) 

https://note.com/newlifemagazine/n/n67caa776ea39(Japanese Version)

*3 . Kasamatsu A and Hirai T. AN ELECTROENCEPHALOGRAPHIC STUDY ON THE ZEN MEDITATION (ZAZEN). Folia Psychiatrica et Neurologica Japonica, Vol. 20, No. 4, 1966, 315-336.

*4. 명상이 가져오는 뇌의 변화

https://brunch.co.kr/@newlifekorea/2(Korean Version) 

https://note.com/newlifemagazine/m/mb580e4b26aa4(Japanese Ver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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