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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룩스 Apr 10. 2020

자기를 이야기하다, 영화 <작은 아씨들>

그 평범하고 특별한 모습들이, 곧 우리 모두의 삶이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이야기를 하는 방법은 나를 이야기 하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쉬운 방법이 있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누구나 할 수 있어서 가장 평범하지만, 누구도 같지 않아서 가장 특별하고 가치 있는 이야기. 많은 작가가 자전적인 소설로 빛을 발했듯이, 루이자 메이 올컷 역시 ‘작은 아씨들’이라는 소설로 자신의 이야기를 남겼고, 조세핀 마치라는 인물로 자신의 모습을 세상에 남겼다. 그리고 그 평범한 소설은 고전 명작이 되어, 7번째 영화화되기에 이른다. 그중 이번에 개봉한 ‘작은 아씨들’(2019)은 ‘작은 아씨들’(1868)을 가장 잘 표현해낸 영화로 평가된다.    


 

작은 아씨들 스틸컷

영화는 원작 작가의 페르소나이자 주인공인 조세핀 마치의 소설 집필 과정을 보여주면서 시작된다. 조는 신문사에 자신이 쓴 소설을 직접 팔러 다니는 아마추어 작가이다. 원고료를 벌고자 자극적이고 대중적인 이야기를 주로 쓰지만, 수입이 잘 되진 않는다. 그나마 그 시대 여성으로서 글을 써서 돈을 번다는 자체가 대단한 일이다. 조는 힘든 꿈과 현실을 이어가다가, 셋째 동생이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집에 돌아와 장례식에서 오랜만에 가족들과 조우하고, 뜻밖에 막내 동생이 자신이 사랑했던 남자와 결혼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조는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 모든 사실을 안고 받아들인다. 그리고 조는 자극적이지도, 대중적이지도 않은 네 자매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기 시작하고, 이를 ‘작은 아씨들’이라는 이름의 책으로 출판한다. 이 영화는 네 자매의 이야기를 조가 회상하며 글로 정리해가는 내용이다.     


작은 아씨들 스틸컷

배우를 꿈꾸는 첫째 메그, 작가를 꿈꾸는 둘째 조, 음악가를 꿈꾸는 셋째 베스, 화가를 꿈꾸는 넷째 에이미는 구체적인 꿈을 가지고 주체적으로 살길 바라는 자매들이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매들은 다양한 모습으로 정착해 살아가는데, 메그는 꿈 대신 사랑을 선택해 가난한 남편의 아내로서 헌신하고, 조는 언니 대신 집안의 장녀로서, 작가로서 자립하려고 한다. 베스는 가장 착한 아이였으나 이웃을 돕는 중 전염병이 옮아 삶을 오래 이어가지 못하고, 에이미는 꿈도, 사랑도 아닌 현실을 선택해 부잣집 남자와의 결혼을 준비한다. 어린 시절 서로 자랑하던 꿈에 비해 너무도 다른 삶으로 흩어진 이들이지만, 살다가 여성으로서 한계를 느낄 때마다 서로 버팀목이 되어주는 자매들의 우애는 변함없이 공고하다.     


작은 아씨들 스틸컷

이 영화는 루이자 메이 올컷이 쓴 이야기를, 시얼샤 로넌과 엠마 왓슨 등이 연기하는 것으로 화제를 모았고, 그레타 거윅은 이 대본과 배우들을 훌륭하게 한 영화에 담았다. 유명한 여성 작가, 감독, 배우들이 뭉쳐서 여성주의가 강하게 배어나올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감독이, 배우들이 영화를 풀어내는 방식은 담담했다. 네 자매를 여성적 한계에 갇힌 인물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조건에서 삶을 헤쳐 나가는 한 사람, 한 사람으로 보여준다. 오히려 작위적인 느낌 없이 네 자매의 각기 다른 삶의 모습을 저마다 동등한 주체로서 긍정하고 있었다.     


작은 아씨들 스틸컷

소설에 등장하는 여주인공은 결혼을 시켜야 한다는 신문사 편집장의 말에, 조는 살짝 찡그렸지만 금세 웃음으로 털어 버리며 ‘그럼, 그럴까요?’라고 말한다. 겉으로는 사회의 통념을 받아들이는 모습이지만, 사실 조는 자신의 결혼을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다. 여성으로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니라, 아픔을 딛고 진실 된 사랑을 받아들여 자기 자신을 극복하는 모습이다. 이처럼 평범한 작은 아씨들의 네 자매 이야기에는, 관객으로서는 긍정할 수밖에 없는 삶의 주체적인 면모들이 있다. 누구도 이 사랑스런 네 자매의 말과 행동들에 거부감을 느낄 수는 없을 것이다. 그 평범하고 특별한 모습들이, 곧 우리 모두의 삶이기 때문이다.



사진 제공 콜롬비아 픽처스, 리젠시 엔터프라이즈, 파스칼 픽처스, 디 노비 픽처스, 소니 픽처스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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