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가족'은 여름의 청량함 속에서 진심 어린 사랑이란 무엇인지 대답한다
‘가족’이라는 단어에서 떠오르는 이미지는 대체로 비슷하다. 아빠와 엄마, 형제나 자매 등이 우리가 알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형태이다. 피로 맺어진 이 관계는 물보다 진하면서도 애증을 넘나들며, 익숙하지만 애틋하고 편안하지만 조심스럽다. 하지만 여기 ‘어느 가족’은 아무도 핏줄로 이어져 있지 않다. 단지 모종의 이익을 위해 가족의 형태로 만들어졌을 뿐이다. 또한 영화의 원제목인 <만비키카조쿠(万引き家族)>, 즉 ‘좀도둑 가족’이라는 말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생필품을 도둑질해서 충족하고, 추운 겨울날 베란다에 앉아 있는 한 소녀를 데리고 와 다시 집으로 돌려보내지 않는다. 이 가족이 생계를 꾸려나가는 방법은 평범함과는 거리가 멀다.
제3자의 시선에서 이들 가족이 생활하는 환경은 지극히 비정상적이지만 겉으로는 할머니, 아빠, 엄마 그리고 자녀들로 구성된 일반 가족과 같다. 그러나 겉모습이 아닌 사회적으로 완벽한 가족이 되고자 오사무(릴리 프랭키)는 끊임없이 아빠라는 말을 듣고 싶어 한다. 러닝 타임 내내 위태롭지만 무사히 하루하루를 보내던 이들은 결국 뜻하지 않은 계기로 위기를 맞이한다. 이때 감독은 마치 관객이 영화 속 주인공들에게 취조하듯 질문을 던지는 장치를 마련한다. 관객들은 마치 주인공들과 우리끼리만 알고 있자며 나누었던 비밀을 한꺼번에 들킨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그리고 행복했던 시간은 아픈 기억들로 모습을 바꾼다.
감독은 전 작품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서 가족끼리 함께 보내는 시간과 관계의 깊이를 이야기하고 <바닷마을 다이어리>에서 연대를 통해 진짜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다루었다. 그 가운데에는 미약하게나마 혈연이 존재했다. 그러나 이번 작품 <어느 가족>은 누군가가 주워 온 사람들이 모여 있는 모습으로 핏줄로 이어진 관계가 전혀 없는 가족을 만들었다. 사회에서 흔히 말하는 루저들의 오합지졸과도 같은 이 가족은 한없이 따뜻하고 천진난만하다. 그 때문에 관객들은 가난하게 살아가며 도둑질하는 이들의 나날을 그저 우스꽝스럽고 가엾게만 여기고, 조금은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게 된다.
할머니 하츠에가 멀리 떨어진 그들을 보면서 “다들 고마웠어.”라고 읊조리는 장면은 특히 먹먹한 여운을 남기며 관객들에게 명장면으로 손꼽혔다.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평생 연기를 이어온 배우 키키 키린의 애드리브로 만들어졌다는 이 장면은, 공교롭게도 지난 9월 15일 그녀의 별세 소식이 전해지며 배우로서 남긴 작별 인사가 되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특유의 담담한 연출은 이 장면에서도 관객이 주인공들의 감정에 무리하게 이입되어 신파로 흐르는 것을 막는다. 다만 관객들이 그들의 유쾌하고 소박한 가족 놀이를 지켜보게끔 한다. 여름의 청량함 속에서 진심 어린 사랑이란 무엇이고 가족이란 무엇인지 답변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