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 중소기업에서 도망치는 이유
8월 19일 졸업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구직활동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나도 대기업위주로 서류를 작성하다 계속되는 광탈을 겪으며 멘탈이 피폐해져갔다. 결국 지난주부터 중소기업으로 눈을 돌리게 되었다. 사실 나는 돈과 업무시간은 상관이 없다. 그것 때문에 중소를 기피했던 것이 아니다. 정보의 부족때문이었다. 대기업은 익히 들어봐서 무슨일을 하는지 쉽게 감을 잡을 수있지만 중소기업은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내가 무슨일을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급한 놈이 우물판다고 나는 부랴부랴 중소기업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네이버, 구글에도 잘 안나와서 주로 잡플래닛을 이용해 자료를 모았다. 그리고 30군데의 중소기업에 서류를 제출했다. 서류통과율이 한자릿 수도 안되던 대기업 공채와 달리 나는 7일이 지난 지금까지 총 25군데에서 연락을 받았다. 그리고 그 중 7군데에서 면접을 보았다. 면접을 다니면서 느낀 것은 사무실에는 그 회사의 분위기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에게 중요한 것은 그 분위기였다. 그리고 아마 그것은 대부분의 20대들의 생각이지 않을까.
K역 근처 골목으로 깊이 들어가니 작은 상가건물이 나왔다. 그 건물 2층에는 작은 홍보대행사가 있었고 나는 그 곳으로 올라갔다. 벽은 밝은 연두색으로 칠해져있었지만 사무실은 공기는 삭막했다. 고요한침묵과 어두컴컴한 조명때문에 사무실은 스산한 느낌마저 들었다. 나는 어두컴컴한 회의실에서 대기하고 있었는데 곧 대표님과 나의 사수가 될 AE분이 들어오셨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데 대표님이 나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는 기분이 들었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압박면접이었을 수도 있고 정말 내가 마음에 안들어서 그러셨을 수도 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대표님이 던진 질문이 참 충격적이었다. 아직도 마음에 남는질문이다.
"한 달 내내 야근하면 어떨 것 같아요?"
야근이 좋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난 Liar! 야근하는 것에 거부감은 없습니다. 저는 일을 배우는 입장이니 일을 빨리 배울수 있어서 좋을것 같습니다. ^^*****라고 대답했다.) 전부 거짓말은 아니다. 솔직히 배우는 입장에서 야근을 한다면 압축성장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복지좋은데서 일하는 애들이 8시간 일할 때 난 12시간 일하는는 거니까. 1.5배 일을 더하고 1.5배 더 빨리 성장하겠지. 이거시 압.축.성.장. "
이렇게 말하니 웃기지만 나는 그 회사에 가고 싶지 않았다. 야근이 싫어서가 아니라 대표님의 다음 말 때문이었다.
"다들 처음엔 배운다고 좋다고 해요. 근데 그렇게 말해놓고 한 두달 지나면 자기들이 나보다 홍보를 더 잘 아나봐 이건 아닌거 같다고 금방 그만둬요. 흠..아마도 요즘 젊은친구들한테는 저녁있는 삶이 중요한 거 같아요. 그래서 요즘 다들 공무원 준비하는건가."
홍보업계 특유의 낮은 초임과 긴 근무시간은 이미 유명하다. 홍보대행사에 인턴으로 입사한 초년생이 야근의 각오도 없이 입사했을 리가 없다. 대표님과 한 시간 가량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는 왜 그들이 입사를 포기했는지 알게 되었다. 그것은 비전의 부재였다.
갑갑한 사무실, 어두컴컴한 조명, 젊은이들의 태도를 비꼬는 대표. 이 사무실에서 12시간씩 있는다면 그 누구라도 회의감이 들지 않을까? 나의 일년 후 모습이 내 옆의 선배 모습이고 선배의 표정에는 생기가 없다. 나의 20년 후 모습이 옆방에 있는 대표님의 모습이라니. 화려한 업력을 가졌지만, 어두컴컴한 사무실에서 밤낮없이 일하는 워커홀릭의 삶. '나'의 미래는 저렇게 정해진 걸까?
무거운 발걸음으로 매일 집을 나섰을 그 청년들을 생각하니 내 마음이 아팠다. 아마 청년은 미래를 알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희망을 가지고 싶다. 내 미래의 종착역이 '내가 꿈꾸는 나'이길 바라는 희망.
친구들 중에는 대기업에 입사한 친구들도 있고 중소기업에 입사한 친구들도 있다. 근데 요즘 무슨 유행인 마냥 퇴사하는 친구들이 늘고 있다. 심지어 (경쟁률 100:1은 우숩게 넘기는) 대기업을 다니는 친구들도 언제 퇴사할까 매일 고민을 한다. 그 친구들이 가장 불만을 갖는 것은, 미래였다. 왜 젊은이들은 미래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리는 걸까.
대기업에서 근무하는 친구들은 선배를 보며 느낀다고 한다. 선배들의 말을 들으면서 입사동기 200명 중 5명 만이 지점장이 되는 승진구조를 배운다. 그리고 '나는 어디까지 승진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시작하면서 승진과 후퇴에 대한 두려움이 생긴다고 한다. 작은 회사에 다니는 친구들도 다르지 않았다. 대표님을 보며 '우리 대표님의 삶이 내 종착이겠구나'라는 생각을 하면 우울해 진다고 한다.
아마 과거의 직장인들(약 20년전)은 롤모델이 없었을 것이다. 회사와 함께 성장하며 미래를 그리며 자신의 종착점을 만들어 갔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젊은이들은 느끼고 있다. 내 옆의 선배가, 저 옆방의 대표님이 나의 미래임을. 그리고 그 나이에도 끊임없이 일하고 나의 삶이 없음을 알게 된다. 여기서 일하면 내 인생의 종착역이 당신이겠구나. 그 이유가 젊은이들이 스타트업으로 이직하는 이유가 아닐까싶다. 나의 롤모델에 만족하지 못해서. 함께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미래'를 만들어내고 싶은 것 아닐까.
그래서 조직의 리더가 중요하다. 뛰어난 리더가 아니라면, 조직원에게 저녁이 있는 삶을 보장해주어야한다. 조직원에게 너의 인생을 회사에 전부 쏟아라고 강요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 회사가 나의 전부라면, 그러니까 일이 나의 전부라면 그 미래가 기대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 조직원은 '일'이 아닌 '자신'의 삶을 보며 희망을 가져야한다. 그 조직안에서 미래에 대한 불안함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회사 밖에서 나의 롤모델을 선택하여 끊임없이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아버지'로서, '연인'으로서 '친구'로서 아니면 그냥 '나'로서 말이다. 그렇게 불안함을 없앤다.
젊은이들이 도망치는 이유가 정말 대기업을 바래서일까. 왜 중소기업에서 도망치려할까. 미스매치 그것은 누구의 잘못일까. 젊은이들에게 미래를 주지 못하는 '롤모델'때문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