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없는 것들의 쓸모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모든 것의 '쓸모'를 따지며 살게 됐다. 시간을 들이는 일, 돈을 쓰는 일, 관계를 맺는 일조차 '얼마나 효율적인가', '무엇을 얻는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그러나 내 삶을 돌아보면, 내 삶을 이뤄온 것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처음엔 전혀 '쓸모없어' 보였던 것들이었다.
어릴 적 아무런 이유 없이 냇가에서 주워 호주머니에 넣고 다녔던 반질반질한 돌멩이들, 벤치에 앉아 무심히 흘려보낸 햇살 한 줌, 쓸데없이 길어진 친구와의 잡담. 그런 것들은 학교 성적에도, 통장 잔고에도, 이력서 한 줄에도 남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런 '사소함'들이 쌓이고 이어져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정작 중요한 것들은 대단하지 않았다.
우리를 지탱하는 건 늘 사소하고, 쓸모없어 보이며, 측정할 수 없는 것들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나눈 농담, 비 오는 날 듣던 음악, 우연히 걷다 마주친 노을 물든 하늘. 삶은 이런 조각들이 흩뿌려져 이어진 하나의 태피스트리와 같다.
과학자들은 인간의 유전자 98%가 ‘쓰이지 않는 구간’이라고 말한다. '정크 DNA'라고 불리는 이 구간은 오랫동안 쓸모없는 잔재로 여겨졌다. 그러나 연구가 쌓이며 우리는 깨닫는다. 그 '쓸모없는' 부분이야말로 생명의 정교한 균형을 이루는 숨겨진 열쇠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인생도 그렇다. 눈에 보이는 '성과'나 '결과'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수많은 쓸모없는 순간들이 우리를 완성한다.
어쩌면 삶이란, 의도와 목적을 넘어서 '존재 그 자체'로서의 쓸모를 지니는지도 모른다. 나무가 꽃을 피우는 이유가 꼭 열매 때문만은 아니듯, 우리도 살아가는 과정 속에서, 사소하고 하찮아 보이는 조각들을 통해 내면을 채워간다. 자신을 키운 8할은 바람이었다고 말했던 서정주 시인처럼 어쩌면, 아무 쓸모 없는 산책을 지금 나서보는 건 어떨까. 목적 없는 걸음 속에서 우리는 삶의 진짜 쓸모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니 말이다.
세상에 쓸모없음은 없는 건 같아요. 쓸모없어 보이는 나도 당신도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사람일 수 있습니다. 존재만으로도 힘을 주는 그런 사람요. 쓸모없어 보인다고 당신의 삶을 방기하지 말고 누군가의 삶을 폄하하지도 마세요. 우리는 모두 쓸모없지만 쓸모 있는 존재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