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飛上)의 법칙

15. 알프스의 하늘이 알려준 것

by 불꽃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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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단단히 먹고 신청했지만, 정작 시간이 다가오니 망설여졌다. 다른 곳에서는 모르더라도 알프스에서만큼은 꼭 해야겠다고 작정했던 패러글라이딩. 긴장과 두려움으로 뒤범벅된 마음을 가라앉히려 숙소 앞을 서성였다. 지금이라도 취소를 할까 하고 머리를 굴리던 그때, 업체에서 보낸 픽업차량이 도착했다.


이카로스의 강렬한 호기심 따위는 아니었다. 중력을 거슬러 창공을 날면, 땅에 매인 속박들로부터도 잠시나마 자유로울 수 있지 않겠냐는 소박한 몸부림에 가까웠다. 그마저도 무서워서 포기할까 망설였던 거였고.


잠시 후 패러글라이딩 베이스캠프에 도착했다. 신청자마다 함께 비행할 파일럿이 배정되었다. 내 파일럿은 런던 출신으로 인터라켄에서 7년째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야산을 오르며 그는 가벼운 대화로 긴장을 풀어주었다. 그리고 안심시키듯 세뇌시키듯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달리기 할 줄 알지? 이따가 장비 착용 하고나서 나랑 같이 내리막길로 뛸 거야. 벼랑이 보일 때 주저앉지만 않으면 돼. 뭐만 하지 말라고? 오케이! 주저앉지만 않으면 돼. 그러면 너는 날고 있을 거야.”


탁 트인 언덕이 나왔다. 장비를 착용하고 몇 컷의 기념사진을 찍었다. 파일럿은 다른 팀보다 빨리 하자며 갑자기 몸의 방향을 내리막으로 돌렸다. 그리고는 나를 앞세우고 뛰기 시작했다. 뭐야? 벌써 시작인가! 엉겁결에 열심히 달렸다. 어... 어... 어... 눈앞에 벼랑이 보였고 무의식적으로 무릎이 꺾이려던 차, 그가 외쳤다. 앉지마! 그 소리와 함께, 붕~ 몸은 하늘로 떠올랐다. 알프스의 시원한 파랑이 온몸으로 젖어들었다.


20분간의 짧은 비행을 마치고 착지하던 순간의 짜릿함. 그 느낌은 우주비행사가 지구로 귀환할 때의 감격과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가슴은 뿌듯함으로 부풀고 귓전에는 여전히 그 소리가 웅웅거렸다.


“벼랑 끝으로 달리다가 주저앉지만 마. 그러면 날아오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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