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zwoo May 28. 2021

사람들이랑 말하는 게 어려워서요

그 당연한 게 왜 나는 어려운지

29년을 살면서 최근에 처음으로 마주한 사실이 있다.

그건 내가 사람들한테 말을 잘 못 건다는 사실이다.

특히, 스스로 못났다고 생각하는 열등감 어린 시기에는 더더욱.


뭐가 그렇게 두려운 걸까

서비스에 기능을 추가할 때는 기존 동작들에 버그가 생기면 안되기 때문에 아주 부득이한 상황이나 아주 자신만만한 실력이 아니라면 많은 논의를 거쳐 조심스럽게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버그로 인해 사용자들이 불편을 자주 겪으면 앱의 매력이 떨어지는 건 한순간이니까.


아마 팀장님이  계셨다면 나는 지금보다  외톨이였을지도 모른다. 팀장님이 먼저 다가와서 말을 걸어주셨고, 왠지 무서운 분일  같다는 지레짐작으로(실제로 그러했) 긴장하는 나에게 부드럽게 대해주신 덕분에 나는 마음을   있었다. 모르는 것을 솔직하게 질문하고, 지적을 받은  반성하고,  못하는 부분을 드러내고 고쳐나갈  있었던 것도 마음이 열린 덕분이었다.


그렇게 회사에 익숙해지고 적응하기 시작하자 처음에는 마냥 신이 났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고비가 기다리고 있었다. 회사는 팀장님이랑 나랑 둘만 다니는 곳이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과 진행해야 하는 업무가 훨씬 더 많았다. 초반에는 내가 하는 업무가 별로 없어서 혼자 하다가 모르는 부분만 조금씩 여쭤봐도 소화가 가능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커뮤니케이션을 해야만 하는 일이 많아졌다.


"처음 예상보다 업무가 ~~이러한 이유로 오래걸릴 것 같습니다. 일정 조정을 논의해주실 수 있을까요?"

"기획에서 이런 이런 부분은 보완이 필요합니다. 이 부분은 제가 잘 모르겠습니다.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서버 통신 테스트를 위해 DB 정보 초기화를 요청드립니다."


등등의 이야기를 나는 하지 못했다.


하지 못했다기보다, 본능적으로 외면하고 있었다.

한번은 내가 습관처럼 이러한 사항들을 팀장님께 요청드렸고, 팀장님의 표정이 굳어졌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민망하다. 지금은 당연히 업무에 앞서 어떤 사항들이 필요한지, 누구와 이야기해야하는지부터 계획에 적어둔다. 첫 두달간은 왜 이렇게 해야한다는 사실을 굳이 생각하려고 하지 않았던 걸까? 뭐가 그렇게 무서워서 회사 사람들과의 대화를 본능적으로 피하려고 한 걸까?


발목을 잡는 기억에서 벗어나기

대학교를 졸업한 직후 6개월   회사에서 계약직으로 일을  적이 있었다. 그때는 사람들에게 말을 거는  약간 떨리기는 해도, 그렇게 두렵지 않았다. 그러나 몇날며칠 집에도  가고 회사에서 잠을 자야  정도로 업무량이 많았고, 체력이 고갈되자 실수도 아졌다. 무엇보다 나의 성격이 그렇게 고분고분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느 샌가 눈엣가시가  듯했다. 하루는 진실의 (?)으로 끌려가서  행실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좀더 시키는 대로 하지 못하는지 머리가 멍해질 정도로 혼이 났다. 전체 메신저에 보고할 때마다 핀잔이 달려서 나는 메시지를 보내는  너무 두려웠었다.  


지금의 회사 사람들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지키는 사람들이다. 내가 뭐 대단히 이상한 말을 꺼낼 것도 아니고 업무 관련된 요청이나 현재상황을 보고하는 것뿐인데 돌연 화를 내거나 무시를 할 이유가 없다.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그건 그 사람이 잘못하는 거지, 내가 상처를 받을 일이 아니다. 회사에서는 이 정도의 미움받을 용기와 배짱은 가지고 말을 건네는 것이 맞다. 평소에 틈틈이 대화를 나누어 관계를 잘 만들어두면, 서로 신뢰할 수 있어서 일의 능률과 품질도 올라간다. 개발만 잘한다고 서비스를 잘 만드는 게 아니다.


이렇게 잘 알고 있지만, 내 생각처럼 몸과 마음이 쉽게 따라주는 것은 아니었다.


어떻게 고치면 좋을까

입사 3개월차, 그래도 많이 고쳐졌다. 나는 심리적 안정을 위한 몇가지 방법을 생각했다.


첫번째, 업무계획표를 작성할 때 그 업무에 필요한 질문들을 적은 후 오늘 몇시 쯤 누구에게 질문을 할지 같이 적어둔다. 그 사람의 업무 패턴을 파악할 수 있거나 미리 확인할 수 있다면 그사람이 여유로울 만한 시간대로 정한다.


두번째, 질문과 요청사항이 섞여있거나, 내용이 많을 경우 말보다 글로 적어서 공유한다. 또는 말로도 전하고 글로도 전한다. 그러면서 나는 당신을 방해할 생각이 없지만 어쩔 수 없이 말할 내용이 많다는 의도를 전달한다.


세번째, 나만의 토템을 만들어서 주머니에 넣어둔다. 상당히 애처롭게 들릴 수도 있지만, 나는 긴장될 때 손에 꼭 쥐고 있을만한 무언가가 필요했다. 내가 좋아하는 영웅은 스파이더맨인데, 스파이더맨 얼굴모양의 에어팟케이스가 있어서 그걸 꼭 가지고 다닌다. 다소 유치하지만 어쩔 수 없다(...)


사람들이랑 말을 하는 게 어려운 건 내가 유별나서 그럴 수도 있고, 경력이 길지 않은 많은 직원들이 겪는 어려움일 수도 있다. 어떤 어려움이든, 방법을 찾으면 조금씩 나아질 수 있다.


화이팅.


Photo by Brett Jordan on Unsplash


TMI .

처음에 입사했을 때 팀장님이 사람들이랑 미리 친해져두라고 하셨었다. 그때 말을 들을 걸.

그래도 뒤늦게 깨달아서 이제 회사에서 대화도 꽤 하고 업무도 제법 잘한다.

      


TMI2.

다음번 글은 진짜 기술관련 글이다 진짜로.









이전 01화 오늘도 잘 못해서 죄송합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