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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woo Sep 04. 2020

오늘도 잘 못해서 죄송합니다

프론트엔드 반년차, 신입도 아닌데 못하는 게 너무 많다

누구나 서로에게 힘을 주는 거야. 혼자 강한 사람은 없단다.

- <룸> , 레니 에이브러햄슨 -

"프론트엔드는 뭘 하는 사람일까?"

원래 오늘 제목으로 하려고 했던 문장이다. 반년정도 일한 프론트엔드 개발자로서 나는 무엇을 하고 있나? 그러나 생각을 하면 할 수록, 못한 일만 자꾸 떠올랐다.



API 가 정상적으로 호출되지 않고 404 에러가 발생합니다. 수정 부탁드립니다


백엔드 서버와의 API 통신을 통해 사용자의 프로필정보를 보여주거나 사용자가 전송한 데이터를 받아오는 일은 입사 초기에 내가 가장 어렵다고 생각했던 일이었다. 지금은 이게 제일 쉽다. 어려운 일과 쉬운 일을 나누는 내 주관적인 기준은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가, 없는가 이다. 적어도 API 호출은 스스로 할 수 있다. 필요한 기능은 정해져있고, 에러가 발생하거나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api 는 백엔드 개발자분께 요청을 드리면 된다. api 를 연결하는 업무에서 중요한 것은 효율적으로 시간관리를 하는 것이다. 수정 혹은 제작을 요청해야하는 부분부터 먼저 체크하고, 정상적으로 호출이 확인된 부분은 차근차근 연결해나간다. 그래도 중간중간, 다시 요청해야하는 일이 발생한다. 그렇게 테스트하고, 연결하다보면 밤이 된다. 손이 많이 빨라졌지만 아직도 느리다. 프로젝트 일정을 여유있게 맞추려면 더 빨라져야한다.



새로운 라이브러리를 테스트해본 결과, 커스터마이징이 어렵습니다..! 다른 라이브러리를 찾아보겠습니다.


리액트와 리액트 네이티브는 오픈소스 기반 프레임워크인 만큼, 모든 기능을 백지에서부터 구현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필요로하는 웬만한 기능을 구현해주는 안정적인 라이브러리들이 나보다 더 멋진 개발자들 손에 의해 만들어져 있다. 가령 알림메시지를 띄우는 토스트메시지 라이브러리를 쓰게 된다면, 유명한 것들이 두 세게 정도 있어서 그 중에서 고르게 된다. 문제는 우리 입맛에 맞게 스타일이나 동작을 조금 커스터마이징하는 부분에서 종종 발생한다. 아주 살짝 옆으로 이동시킨다거나, 색상 몇개를 추가하고 싶거나, 약간의 css 애니메이션을 추가하고 싶은데 이게 보기보다 굉장히 어렵고 결과물이 어색해지는 경우가 많다. 기성복을 사서 이쪽을 늘리고, 저쪽을 줄였더니 오히려 처음보다 이상해지는 것과 비슷하다. 그러면 우리 목적에 좀더 부합하는 다른 라이브러리를 찾아보거나,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없는 시간을 쪼개어 직접 구현하고 스타일링을 한다. 스타일링에 소질이 없는 나는 최대한 라이브러리를 찾아보는 편이다. 하지만 리서칭도 만만치 않아서, 나보다 더 눈썰미가 좋은 다른 팀원이 찾아온 라이브러리가 더 적합했던 적이 많았다.



AWS , Firebase 설정 도중 아래와 같은 에러가 발생했습니다... 구글링을 해본 결과 캐시를 지우고 새로 빌드를 하라는 조언이 많은데 이 방법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AWS 는 호스팅, 데이터베이스를 플렉서블하게 임대하는 클라우드 서비스로, 고객사에서 백엔드작업까지 요청하면 AWS 클라우드 서버를 이용한다. Firebase 는 웹애플리케이션 개발 플랫폼으로 우리는 주로 소셜로그인, 구글애널리틱스, 애드몹(앱광고) 서비스를 앱에 연결하는 데에 이용한다. 콘솔이 복잡하게 생겨서 처음에는 이게 남의 일인 줄 알고 다른 분이 세팅하시는 것을 넋놓고 보고 있었는데 그게 바로 내 일이었다(...) 내가 전담하는 일이라는 게 아니라, 그러니까, 각자 개발을 하면서 테스트도 할 수 있어야 하니까 각자의 계정으로 서버에 자유자재로 접속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누가 화면을 그리면 그걸 넘겨받아서 기능을 붙이고 다시 aws 계정을 가진사람에게 토스하고 그런 식이 아니다. 그래서 사내 위키 문서에는 이러한 웹서비스를 우리 프로젝트에 붙이기 위해 세팅을 하는 방법이 상세히 적혀있는 문서가 있다. 하지만 나는 그걸 보고 또 봐도 잘 익숙해지지가 않아서 하던 세팅을 엎고 새로 하는 일이 한두번이 아니다.


얼마 전 본 유튜브 영상에서 한 신입사원이 인터뷰를 했는데, 화가 나거나 억울한 경험도 있었지만 회사에 끼친 손해도 막심하다고 생각해서 죄송하다고 했다. 나는 그 이야기에 공감이 간다. 잘하고 싶고, 꼼꼼히 본다고 보는데도 계속 틀린다. 두번째부터는 실수가 아니라 실력이라고 했다. 나는 정말 실력이 없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에서는 죄송하다는 말은 가능하면 쓰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건 일을 해결하는 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이 수습되고 나서 퇴근할 때 고개를 숙인 채 죄송하단 말을 한 적은 있었다.



CSS 포지션을 fixed 로 잡았는데, 이부분에는 absolute 로 잡는 게 더 적절한가요?


더 놀라운 것은 그렇다고 css 선택자를 자유자재로 다루냐면 그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css 포지션에 네가지가 있는 것은 알았지만 바쁘게 업무를 하는 도중에는 absolute 를 써야할 자리에 fixed 를 써놓고 위화감을 느끼지 못한다거나, ul 태그 안에 div 태그를 넣는다거나 하는 사건사고도 일으켰다. 제이쿼리와 css 가 웹의 기본이었던 몇년 전, 나는 이분야에 전혀 관심이 없었고, 바닐라 자바스크립트와 리액트로 웹을 시작했다. 이미 예전 거라고, 만날 일이 없을 거라고 어디선가 주워들은 제이쿼리는 툭하면 튀어나와 화려한 css 선택자와 함께 내 눈을 어지럽힌다. 주말에 공부하고 주중에 출근하는데도 따라가기가 어렵다는 느낌이 들며 숨이 턱턱 막히는 것을 느낀다. 분명 처음보단 잘하는데, 확 늘지는 않는다. 많이들 만류하는 '퇴사하고 좀더 공부하고 실력을 쌓아 다시 취직' 이 자꾸 머릿속을 맴돈다.



나는 유일무이해지고 싶지만, 팀의 도움 없이는 뭐 하나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공부는 혼자서 잘하면 되는 거였고 열심히 하면 성적도 올랐는데 팀으로 일한다는 건, 그중에서도 실력이 뛰어나지 못한 편이라는 건 내 마음을 불편하게 쿡쿡 찌른다.


-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니까!

- 정말이야?


사실 잘 모르겠다. 내일도 나는 계획을 세워두었다. 하지만 그걸 실천한다고 월요일에 뭔가가 달라질 수 있을까?





Photo by Riccardo Pelati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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