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교장 임용 연수에서 발표했던 원고다. 서이초 사건이 일어나기 전이었다. 교장 임용을 앞둔 선생님들께 여러가지 제안했는데 지금 다시 읽어봐도 꼭 필요한 내용인 것 같다.
1. 들어가며
최근에 광주교육청 소속 한 교감 선생님께서 ‘혁신학교의 성공과 실패’란 책을 집필하셨는데 관련 기사를 읽고 책을 주문하였다. 저자는 책에서 혁신학교를 통한 마이너스 정책은 성공했지만 플러스 정책은 실패했다고 분석하고 있었다.
마이너스 정책은 교사 행정 업무 줄이기, 학교 내 교장 권한 줄이기 등이고 플러스 정책은 주로 교사의 수업 전문성, 학생과 교직원들의 배움, 민주적인 자치 공동체 등으로 나누고 있었다. 저자는 마이너스 혁신은 성공했지만 플러스 혁신은 한계가 존재했고 결국 혁신학교 최종 목표인 수업 혁신 정책은 실패했다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모든 부분을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 부분 공감이 되는 내용들이 많았다. 저자는 혁신학교에서 6년을 근무한 분으로 실제 경험에서 도출한 결론이기에 강한 설득력을 갖게 되는 것 같다. 저자는 문제 제기를 통해 혁신학교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 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충분히 필요한 문제 제기라고 생각한다.
나도 혁신학교에서 저자와 비슷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개교하면서 혁신학교로 출발한 서정초에서 혁신업무를 비롯하여 혁신교육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역할을 하였고 교육청에서 근무하다 8년만에 다시 서정초 공모교장으로 돌아왔다. 경기도교육청의 정책 변화와 상관없이 14년차 혁신학교를 운영하고 있지만 다시 돌아와 보니 처음 혁신학교를 만들어갈 때의 철학과 문화가 상당히 유지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많았다. 학교 혁신이 발전한 측면도 있고 후퇴한 측면도 명확히 존재하였다.
당연한 것이 아니겠는가? 공립학교의 특성상 교원들은 끊임없이 계속 바뀌어 가는데 일관되게 유지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내가 근무했을 때 이후에 무수히 많은 과정속에서 학교 혁신을 이어가기 위한 피나는 노력이 존재했음을 들을 수 있었다. 성공도, 실패도, 보람도, 갈등도 밀물과 썰물처럼 드나듬이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다시 근무하면서도 계속 그런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더 나은 교육을 위한 노력만이 유일한 해결책이기에 오늘도 안주하지 않고 고민하고 실천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그런 관점에서 저자가 밝힌 ‘혁신학교의 성공과 실패’는 그 분석 내용에 어느 정도 동의는 하지만 학교 혁신은 완료형이 아니라 진행형이라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이에 학교 혁신의 지속적인 추진 필요성에 주안점을 두고 논해보려고 한다. 혹자는 혁신학교는 끝났다고도 말하지만 그걸 학교혁신으로 바꾼다면 쉽게 끝났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실패라는 표현보다 그만큼 학교 혁신은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한 과제라고 하는 것이 우리에게 필요한 관점이다. 학교 혁신은 학교가 존재하는 한 끊임없이 추구해야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혁신학교는 학교 혁신을 위한 하나의 틀이었고 학교 혁신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도와주는 존재였던 것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었다. 시대상황에 맞게 변화가 필요했을지는 몰라도 학교 혁신은 멈추어서는 안 되는 과제인 것이다.
혁신학교를 통해서 학교 혁신의 가능성을 열었고 많은 발전을 이루어냈지만 안타깝게도 코로나 19를 거치면서 지금은 학교 내외적인 부분에서 전혀 경험하지 못한 어려움들에 처해 있음을 다들 인식하고 있다. 지금은 현재 우리 학교가 처해 있는 상황속에서 학교 혁신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기 위해 어떤 과정과 노력이 필요한지를 함께 짚어봐야 할 시간이다. 학교장으로서 풀어가야 할 숙제가 더 늘어났음을 알아야 한다.
Ⅱ. 학교 혁신의 어려움과 극복 방안
그 어느 때보다 학교가 처한 현실을 직시해야 나아갈 방향이 보인다. 드러내고 공유하고 머리를 맞대는 방법만이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하나씩 짚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1. 빛을 잃어가는 학교
가. 떠나고 싶은 학교
올해 부산일보. 부산교사 노조가 공동으로 부산 교사 1,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에 의하면 교사의 91.2%가 학교를 떠나고 싶은 적이 있다고 답을 했다. 그 주된 이유는 학부모 관련(35.7%), 학생 생활지도 관련(33.0%)으로 조사되었다. 학교를 떠나고 싶은 비율이 이렇게 높았던 적이 있었을까? 선생님들의 고통이 얼마나 크다는 것이 새삼 와 닿는다.
이렇게 된 원인을 성토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선생님들의 마음은 학교와 점점 멀어져만 가고 있는 현실이 우리 앞에 놓여 있을 뿐이다. 보람을 잃어버린 선생님들의 교육실천이 그나마 갖고 있던 생기마저 잃어버리게 될까 노심초사하게 된다. 좀 더 고민하고 한 발 떠 움직이고 한 번 더 아이들에게 다가가고자 하는 교육 실천력이 선생님들의 마음에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도 걱정되는 현실이다.
혁신학교 초기에는 학교 혁신을 갈망하는 교사들의 눈부신 실천과 헌신이 주변의 교사들을 일깨웠다. 해피 바이러스처럼 교육 실천력은 전파되었고 학교 교육을 함께 발전시켜 나가는데 있어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었다. 그런 모습은 지금도 다시 나타날 수 있을까?
학부모에게 민원으로 시달리고 학생들이 교사의 가르침과 지시를 거부하는 현실속에서 교사들은 점점 냉소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학교장으로서 학교 혁신의 실천가들인 교사들을 어떻게 일깨울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숙제가 놓여 있다. 혁신학교 초기보다 훨씬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고 무시하고 모른 체 하고 있기에는 학교도, 아이들도, 선생님들도 너무 위험한 상황이다. 고스란히 그에 대한 모든 책임은 곧 학교장에게 돌아오기에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나. 법에 갇혀 버린 학교
현재 학교는 법에 갇혀 버린 형국이고 이는 교사가 학교를 떠나고 싶어하는 강력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모두 느끼고 있다.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약칭 : 학교 폭력 예방법)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약칭 : 아동 학대 처벌법) 이 두 법이 온통 학교를 옭죄고 있고 학생, 교사, 학부모 모두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모두 필요에 의해서 생긴 법률이겠지만 순기능보다 부작용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아동 학대 처벌법은 교사의 지도를 심리적으로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교사들이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좀 엄하게 훈육하는 순간 아동 학대로 고발되는 사례가 주변에서 자주 나오다 보니 교육적인 방향으로 지도하는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다.
또한 코로나 19를 겪으면서 단계적인 성장이 지연된 학생들 중에서 과잉 행동이 나타나는 경우가 예전보다 훨씬 늘어났지만 교사의 지도가 전혀 먹히지 않는 경우가 많아 교실에서 수업 자체가 안 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교사들의 한숨은 늘어나고 있고 큰 학교에서 조용히 작은 업무만 맡고 지내려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반면 관련 민원이 증가함에 따라 관리자들은 너도나도 보다 작은 학교에서 근무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학교의 변화 기대할 수 있을까?
다. 팽배해진 개인주의 문화
혁신학교 정책을 통해 중요성이 부각된 전문적 학습 공동체는 팽배해진 개인주의 문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학년 부장들은 교육과정을 함께 고민하고 수업을 설계하고 싶지만 동료교사와 함께 모일 수 있는 시간을 잡기 힘든 경우가 많다고 호소한다. 어느 순간 자유로워진 조퇴 사용으로 인해 일어나고 있는 현상으로 이젠 관리자들도 제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교육과정과 수업의 발전적 운영을 위해 자성적인 제어가 필요한 시점이다.
라. 현장과 괴리되는 교육청
지난 교육감 선거를 통해 교육감이 많이 바뀌다 보니 새롭게 추진하는 정책들이 학교 현장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생겨나고 있다. 현장의 입장을 오판하는 정책들도 나오기도 하고, 본인들의 입장을 강요하는 정책들이 나오기도 한다.
그럴수록 더 대화하고 소통하려는 노력이 필요한데 현장 의견 제출은 요식행위에 불과한 경우가 많이 나타나고 있다. 교육청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린 학교는 교육청의 정책방향과 상관없이 운영할 뿐이다. 현장의 의견을 어떻게 반영하고 개선해 나가는지를 공유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한데 과연 그렇게 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
2. 멈추고 있는 학교 혁신
가. 열기가 식어버린 수업 혁신, 전학공
학교 혁신을 이끌어가는 가장 큰 동력은 전문적 학습 공동체였다. 자발적인 전문적 학습 공동체는 공동 수업 연구를 비롯하여 수업 혁신을 이끌어 냈다. 혁신학교 4대 원리에서 가장 핵심을 차지하는 원리였고 학점까지 부여하면서 활성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코로나19가 영향을 미쳤을까? 최근 3년동안 학교들마다 공개수업은 사라지고 수업에 관한 고민과 실천을 사라져갔다.
전학공도 관성적으로 추진할 뿐 의미 있는 연구가 되지 못하고 있음을 현장에서 이야기 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코로나 19는 학교의 연구 문화까지도 침울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더 암울한 건 이런 현상을 극복하려고 하지 않고 일부 교육청들은 형식적으로 하니 정책 자체를 없애버리겠다고 나선 것이다. 다행히 극도의 반대속에 유지해 나가고 있지만 학교의 현실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걱정이 앞설 뿐이다.
활발했던 수업 혁신이 사라지고 마치 예전으로 돌아간 학교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노력해 보고 있지만 한 번 꺾인 열정은 쉽게 타오르지 못하는 것 같다.
나. 현재교육보다 중요시하는 미래교육
경기도의 경우 혁신교육 12년을 통해 얻은 결론은 다시 기본교육이었다.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는 교육은 모래성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학교마다 성장 속도가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학교를 지원하지 않고 계속 새로운 정책 패러다임만 찾아가려고 했다.
교육과정, 수업의 혁신이 가야 할 길이 아직 요원하기만 한데 미래교육을 앞세웠다. 현장에서는 현재교육은 이제 뒷전이라는 생각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현재와 미래를 어떻게 연결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더욱 필요했는데 부족한 채로 미래만 쫓아가려고 했던 것은 아니였을까?
불행하게도 이런 현상은 아직도 계속 진행중이고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코로나 19 때문에 아이들은 2개 학년을 까먹은 듯한 상태라고 전문가들이 진단하고 있는데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인가를 더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 아니겠는가?
다. 다시 높아지는 학교의 문턱
열린교육은 교사를 움직이는데 성공했으나 수업만 바꾸려고 하다보니 한계가 명확했다. 혁신교육은 열린교육과 달리 학교의 총체적인 혁신을 추구하며 교육과정, 수업, 학교 문화까지 바꾸어낼 수 있었다. 나아가 혁신학교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학교를 열고 학부모를 교육주체로 세웠고 마을교육공동체까지 확장하였다. 물론 학교마다 속도차가 존재했기에 어려움이 존재했지만 학교가 지역공동체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것까지 고민하였다. 혁신교육지구와 결합하면서 지자체의 협력을 통해 더욱 학교의 확장을 도모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역시 코로나 19를 거치면서 소통의 어려움이 더해지면서 다시 학교 문은 닫혀져 갔다. 학부모들도 접근하기 힘든 상황이 되었다. 학교의 문턱이 높아지면서 소통 부재로 인한 갈등, 그로 인한 민원은 증가하기 시작했다. 학교도, 교사도 민원 증가로 인해 소통을 꺼려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학교의 문턱이 높아지면 당장은 마음 편할 수 있겠지만 이해의 폭이 줄어들면서 학교에 대한 불만은 커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관리자와 교사의 생각 차이가 여기서 크게 나타나는 부분이란 생각이 든다. 학교에 대한 신뢰가 낮아지면 결국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학교가 짊어지게 된다는 걸 깨달아야 하는데 그걸 받아들일 여유가 없는 상황이다.
3. 다시 시작하는 학교 혁신
가. 다시 수업으로 !
혁신학교를 필두로 수업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수업 문화는 코로나 19를 거치는 동안 무너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수업 공개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수업 협의회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문제는 한 번 무너진 수업 문화는 다시 살리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부담이 되었던 수업 공개와 협의, 연구를 회피하는 경향도 나타난다.
다시 수업으로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메시지가 명확하게 필요한 시점이다. 관리자의 의지가 명확하게 제시되어야 한다. 편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인해 저항이 발생하기에 교직의 전문성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자고 학교의 방향을 잡아야 겨우 다시 돌아갈 수 있는 상황이다.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가 교직원들에게 전해져야 할 것이다.
나. 다시 학교 공동체를 세우는 것만이 해답
학교에 대한 신뢰를 세우는 것이 여러 민원을 최소화하는데 가장 큰 도움이 된다. 혁신학교에서 감동을 받았던 학부모들은 학생 교육에 대해 최선을 다하는 교사들의 마음이었고 이를 소통하고자 하는 노력이 컸기에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가 적었던 것이었다.
학교에 대한 문턱을 낮추고 학교를 예전 수준으로 개방하면서 학교의 의사결정을 함께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학부모도 학교의 한 주체로서 자리매김하면서 민원보다 협의를 하고 함께 고민하면서 문제를 풀어가게 된다. 그런 과정속에서 학교 공동체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실제로 지금 근무하는 학교에서는 개교떄부터 그런 시스템을 견고하게 만들어 왔다. 일반적으로 학교들이 실시하는 학교 총회 외에도 학년별 교육과정 설명회를 학기마다 학년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심지어 보다 많은 학부모 참여를 위해 야간에 실시하기도 한다.
그 외에도 학부모 다모임, 교육과정 반성회를 학기마다 학년별로 담임교사들과 함께 진행하고 있고 학년 대표 학부모와 학년부장, 기능부장, 관리자가 참여하는 정기적인 학교운영협의회를 학교운영위원회와 별도로 구성하여 학교 전반에 관한 방향과 문제점을 토론하면서 풀어나가고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쌓아진 학교에 대한 신뢰는 민원을 최소화하는데 큰 기여를 하고 학부모들이 서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데 앞장서고 있다. 학부모와의 소통이 부족했던 학교에서 근무해 보니 그 차이점을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었다. 소통을 어려워하고 거부하는 교사들을 설득해서 관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게 교사들을 위한 길이고 어려움을 줄여 주는 방법이 될 것이다.
다. 스스로 학교 교육을 성찰하고 세워나가는 일은 계속 이어 나가자.
혁신교육이 시작되기 전 학교 평가를 되돌아보면 줄세우기 외부 평가였던 기억이 난다. 학교 교육을 성찰하고 발전해 나가야 할 방향을 찾기보다 평가 점수를 잘 받기 위해 문서를 만들고 실적을 쌓기 위해 발버둥을 쳤었다. 철저하게 평가의 대상이었고 평가의 과정과 결과 모두 학교 교육 발전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래서 바꾼 것이 학교 자체 평가였고 학교 구성원들이 스스로 학교 교육을 돌아보고 문제점을 발견해서 교육 계획을 다시 수립하게 한 것이다. 처음에는 성찰이란 표현이 낯설었지만 제대로 하는 학교들이 거둔 교육적 성과를 상당히 컸다. 학교 교육에 대한 참여도와 자발성을 일으키는데도 큰 도움이 되었다.
왜 이런 자발적인 참여가 높아지는 좋은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정책 방향을 다시 외부 평가로 바꾸고 있다. 학교 자체 평가에서는 질적 평가였지만 양적 평가로 방향을 바꾸는 것도 많은 문제가 발생할 것이 우려된다. 벌써 실적을 어떻게 채울 것인지를 고민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학교 교육은 그 학교 구성원들이 제일 잘 알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학교 구성원이 성찰하는 과정을 통해 더 좋은 교육 계획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다. 교육청 정책 방향과 상관없이 이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라. 지역 혁신 교육 연대로 학교 혁신을 이어가자.
교육청의 변화로 혁신학교 정책이 변화되겠지만 학교 혁신은 지속되어야 한다. 학교 혁신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서로에게 배우고 견인해 주는 역할을 했던 것이 혁신교육 네트워크였다. 학교 안에서 고립될 경우 학교 혁신의 지점을 잘 못 찾게 될 수 있기에 학교간 네트워크는 배움과 자극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틀이 사라져 가고 있다. 그동안 그 틀도 교육청 주도로 하다 보니 자발성이 떨어졌던 것도 사실이다. 이젠 제대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싶은 학교들이 모여서 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경기도는 그런 움직임들이 지역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학교간, 학교급간 교류와 연대가 꿈틀꿈틀 자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어쩌면 이게 제대로 된 네트워크일 것이다. 지역 내 학교 혁신을 함께 고민하는 교육 주체들이 계속 만나고 교류하는 자리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학교의 고립을 막고 교육주체들의 발전을 이끌어내는 좋은 도구가 될 것이다.
Ⅲ. 마치며
혁신학교가 등장하고 학교 혁신에 대한 본격적인 고민과 실천이 시작되는 시기와 지금을 비교해 봤을 때 전혀 성격이 다른 장벽이 느껴지고 어려움이 더 크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그 누구보다도 학교 혁신을 이끌어나가는 학교장의 리더십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관리자로서 역할에 그치지 않고 학교 혁신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는 역할을 하는 입장이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몇 가지 중점적으로 실천하고 노력하고 있는 사항들에 대해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솔선수범하려는 자세가 정말 필요했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관리자보다 같은 교육 실천가라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 학교를 관리하는 차원으로서 역할만 한다면 앞에서 밝힌 어려움들에 처해 있고 열정보다 냉소적으로 변해가는 교사들을 학교 혁신으로 이끌어가기는 어려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교사들이 피하려는 학교 혁신의 지점을 찾아서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만 한다. 예를 들어 수업혁신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이야기하면서 수업 공개 시스템을 다시 만들고 가급적 모든 수업과 협의회에 참여해야 한다. 선생님들이 부담을 가진다고 학교장이 피해 버리면 더 이상 수업 혁신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둘째, 아이들을 좋아하고 함께 하고자 하는 교장이 되고자 했다. 교장실의 무거운 쇼파를 치우고 학생들이 쉽게 다가올 수 있게 열었다. 학생 자치회를 직접 만나고 함께 하면서 소통하려고 노력하고도 있다.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주도성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런 모습은 학부모들에게도, 교원들에게도 학생 중심 교육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다.
셋째, 학부모와의 소통을 위해 더 노력하고 학교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앞장서려고 노력하고 있다. 다양한 학부모 소통 창구를 직접 운영하고 만나면서 학교를 이해할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 학부모 참여를 독려하고 소통하는 시스템을 계속 다져나가는 데 주력하였다. 이는 학교 교육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문제를 함께 풀어가는 문화를 만들어가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
넷째, 기본 원칙에서는 물러남이 없지만 고집은 버리고 의견을 조정하여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많지는 않지만 학교 혁신의 관점에서 지켜야 하는 원칙은 반드시 지킬 수 있게 하고 있지만, 의견 대립시 조정을 통한 새로운 대안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시간이 걸리지만 합리적인 의사 결정에 도움이 되고 있다.
다섯째, 매일 매일 발생하는 갈등을 슬기롭게 조정하고 자신의 스트레스로 만들지 않는 마인드 컨트롤이 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었다. 갈등 상황에서 구성원들의 마음의 상처가 최소화 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였다. 학교 혁신은 갈등을 유발할 수 밖에 없기에 갈등관리에 대한 깊은 고민과 현명한 대처가 필요하였다. 보다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듣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 제일 중요했다.
여섯째, 권한위임도 필요하지만 학교장이 책임진다는 자세로 의사결정을 과감하게 해 주는 태도가 학교 구성원들의 신뢰를 이끌어 내는 걸 볼 수 있었다. 다만, 좀 더 시간을 두고 의견을 충분히 제시하고 교류할 수 있게 하는 인내심도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생각이 충분히 나눠질 수 있게 협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정말 중요했다.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학교를 이끌어가는데 필요한 원칙을 이렇게 정해놓고 항상 학생을 중심에 두고 일관되게 추진해 나갈 때 시간이 걸리지만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는 게 보였다. 학교 혁신은 학교장의 철학과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끊임없이 학교를 혁신해 나가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다양한 대안들을 제시하면서 앞장서서 실천하는 모습을 학교장이 보여줄 때 구성원들은 지지하고 함께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