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혁신학교 어떻게 만들어나가야 하는가?
학교와 마을이 제안하는 혁신학교(서정초) 추진방안 제안
서 우 철
(산내초 교감, 건국대 겸임교수)
1. 들어가며
‘마을혁신학교’의 정확한 경기도교육청 정책명은 '학교와 마을이 제안하는 혁신학교'이고 혁신학교의 미래를 준비하는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교육부에서는 '미래형 혁신학교' 란 이름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를 경기도에서는 '학교와 마을이 제안하는 혁신학교'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서정초는 예전에는 경기도교육청 예산만 사용했다면 이젠 교육부 예산까지 투입되고 있는 것이다.
학교와 마을이 제안하는 혁신학교는 3가지 종류로 나누어진다. 개별학교 제안 학교, 학교 간 연계 제안 학교, 학교와 마을간 연계 제안 학교로 나누어지는데 서정초는 학교와 마을간 연계 제안 학교 유형을 신청한 것으로 학교 간 연계에 마을까지 결합하는 가장 어려운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혁신학교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남한초도 가장 간단하다고 할 수 있는 개별학교 제안 학교를 신청했는데 서정초는 덕양중과 함께 가장 어려운 길을 선택한 것이다. 개별학교 제안학교는 21건(21교), 학교 간 연계 제안 학교는 5건(14교)이지만 학교와 마을간 연계 제안 학교는 3건(7교)(고양 서정초-덕양중, 시흥 장곡중-응곡중-장곡고, 남양주 송촌초-조안초)만 해당된다.
그만큼 어려운 길을 선택한 만큼 혁신학교의 실천성을 인정받고 있다고도 할 수 있지만 그만큼 잘 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우리는 그걸 할 만큼의 준비는 되어 있는지도 돌아봐야 할 필요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학교와 마을이 제안하는 연계 제안 학교 3곳 모두를 심사했던 입장에서 본다면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지만 상상력이 충분히 기대가 되는 정도였다.
서정초는 개교하면서 바로 혁신학교를 시작했었다. 서정초 개교를 함께 열었던 교사로서 아직도 그 과정들이 생생히 떠오른다. 그 때도 지금과 같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실천보다 고민을 함께 하는 시간을 더 많이 보냈던 기억이 난다. 충분히 고민했고 과감히 도전했기에 서정의 실천은 실제로 전국의 공교육 학교에 큰 영향을 미쳤다. 서정초에 근무했다는 자체만으로도 전국의 학교로부터 존경받고 서정초의 실천에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는 현장을 많이 목격했기에 그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마을혁신학교 ‘학교와 마을 연계 제안 학교’를 편의상 ‘마을혁신학교’이라고 호칭한다. 마을혁신학교는 혁신학교의 미래라고 할 수 있다. 미래는 주어진 것이 아니고 만들어가는 것이지 않겠는가? 서정초가 걸어가야 할 마을혁신학교 5년은 서정초 교육주체인 학생, 교사, 학부모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혁신학교의 미래인 것이다. 서정초가 개교하면서 아무도 안 걸어가 본 혁신학교의 길을 걸어왔던 것처럼 마을혁신학교도 누구도 걸어가 보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이고, 정답이 있을 수도 없고 하나일 수도 없다. 함께 만들어가는 그 과정 자체가 미래이기에 함께 하고자 하는 의지 그 자체가 제일 중요할 것이다.
마을혁신학교를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지에 대해 함께 만들어가자는 의지가 제일 중요함을 먼저 말하면서 서정초에서 근무했고, 교육청에서 혁신교육지구, 마을교육공동체, 몽실학교 등의 업무를 맡아 정책을 개발하고 실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몇 가지 제안을 드리고자 한다.
2. 서정초의 미래를 논하기에 앞서
서정초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고자 하는 지금, 그에 앞서 우리는 서정초가 걸어왔던 길을 먼저 돌아와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서정초를 떠난 지 벌써 7년이 지난 사람으로서 그런 말을 할 자격이나 되는지 모르겠지만 서정초는 공교육 혁신 그 자체였고 그 때의 경험과 실천을 이어가며 성장해 와서 그런지 떠나도 떠난 게 아니였다. 서정초는 혁신학교 그 자체이기에 서정초를 두고 혁신학교의 과거, 현재, 미래를 많은 사람들과 함께 고민해 왔었다.
먼저 서정초가 개교 이후 함께 만들어왔던 혁신학교로서의 가치와 철학이 계승 발전하고 있는지를 성찰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이 점은 혁신학교를 비롯한 모든 학교에 해당되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경기도교육청이 10년을 넘게 진행해 온 혁신학교 정책이 제대로 가고 있는지를 돌아보자는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다.
혁신학교가 초기에 잘 운영되었다고 해서 계속 잘 되고 있기는 쉽지 않다. 계속 구성원이 바뀌는 상황속에서 지속 발전 가능성을 가지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그만큼 혁신교육 철학이 구성원들 사이에 굳건히 서서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고민과 그에 따른 노력이 계속 이어져야 하고 혁신학교에 대한 공감대가 튼튼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학교마다 과연 그렇게 되고 있는지를 돌아봐야 할 것이고 교육청은 부족한 부분을 지원하는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만 가기 힘들기에 뒤처지거나 뒷걸음 치고 있다면 더 많은 시간을 함께 고민하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계속 앞만 바라보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적 사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서정초가 개교하면서 가졌던 혁신학교의 방향성은 학생 중심 가치, 수업 중심 가치, 동행 중심 가치 3가지를 추구하는 것이었다. 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단내가 날 정도로 많은 시간을 토의하며 실행 방안을 만들어냈던 기억이 난다. 학교의 중심에 학생을 두자는 학생 중심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학생이 학교에서 비교당하여 자존감이 무너지지 않도록 하자고 하였고 이를 위해 상장 폐지, 자치회 임원 폐지 등을 했고 학생들의 학습을 바로 지원하기 위해 보조교사제도 등을 도입했었다. 보조교사제도는 전국 최초로 시도하였는데 이후 혁신교육지구 시즌 1 사업으로 여러 지역에서 벤치마킹하여 도입되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한 학습 결손을 막기 위해 저학년 과밀학급 협력교사 제도로 교육부에서 추진하여 전국에서 실행되고 있다. 제도의 장단점을 떠나 배움에서 뒤처지는 학생들을 위해 실험적, 혁신적인 도전을 했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
학교에서 더 이상 행정이 아니라 수업을 중심에 두어야 한다는 수업 중심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업무교사제도 도입을 통한 수업과 교육과정 중심의 업무 재구조화, 교육지원실 운영을 통한 교육과정 운영 지원 등을 추진했었다. 이를 바탕으로 서정초는 주제 중심 교육과정이 자리를 잡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학교는 학생, 교사, 학부모 3주체가 함께 운영하는 곳이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동행 중심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온라인 카페를 통한 소통, 학부모 동아리 활성화, 학부모회 운영, 개방적 학교 평가 도입 등을 추진했었다. 이 3가지 가치는 교육적 상상력이 더해져서 점점 풍부해졌었다. 그 실험정신은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전국 혁신학교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많은 혁신학교들이 이 가치들에 공감하고 벤치마킹을 하여 새롭게 발전시켰다. 이 3가지 가치를 실현했던 노력들이 모여 4년 후 1년동안 많은 사람들의 토론과 합의 끝에 서정초 학교 헌장으로 만들어졌다.
이 시점에서 2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첫번째는 서정초의 처음과 비교해 보았을 때 현재 그 가치 실현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는가? 그리고 이제는 어떤 새로운 교육적 상상력을 펼쳐 도전하고 있는가?
마을혁신학교를 신청하고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이 질문들에 대한 충분한 답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래도 돌아보기는 항상 필요하고 그 과정이 과하더라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돌아보기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끊임없이 고쳐 나가야 한다.
3. 마을혁신학교가 왜 필요한가?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사회 참여에 대한 의식을 키워나가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존재한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입시 위주의 교육에서 사회 참여 활동을 자발적으로 하기에는 큰 용기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래도 사회가 급변해 가는 상황에서 청소년들의 사회 참여 역량은 입시의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발전해 왔다.
청소년 역량지수 측정 및 국제비교 연구 김태준 외(2018)에 의하면 ICCS2009와 ICCS2016에서 측정된 우리나라 청소년의 사회참여역량을 ‘적극적 참여형’, ‘행동지향적 참여형’, ‘소극적 참여형’, ‘지적 방관주의형’, ‘제한적 참여형’으로 유형화하였는데 2009년과 2016년에 뚜렷한 변화가 확인되었다고 한다.
2009년도에는 지적 방관주의형(37.1%)의 비중이 가장 컸으며, 지적 방관주의형, 제한적 참여형과 함께 전체 빈도의 98%를 차지할 정도 지배적이었지만, 적극적 참여형(0.7%)과 행동지향적 참여형(1.3%)의 비중은 매우 미미하였다고 한다. 당시 청소년들은 사회참여에 대한 시민적 가치와 지식이 부족하였고 사회적 참여활동에 제한적이거나 소극적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2016년에는 적극적 참여형(50.6%)이 지배적인 유형이었고, 행동지향적 참여형(41.7%)과 함께 전체 빈도의 92.3%를 차지하였다고 소극적 참여형(2.7%), 지적 방관주의형(2.3%), 제한적 참여형(2.6%)의 비중은 매우 미미하였다고 한다. 2009년에 비해 2016년에는 시민적 사회참여에 대한 가치 및 지식수준이 높고 이에 상응하는 사회적 참여 행동 수준을 보이며 비록 가치신념이 미성숙하고 지식수준이 낮더라도 행동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사회참여활동에 관여하는 경향도 확인되었다고 한다.
몇 가지 더 밝혀진 내용을 살펴보면, 부모의 정치사회적 관심도의 경우, 관심도 수준이 높아질수록 시민의식 및 시민지식 수준이 높아지고 참여적 행동의 수준 또한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학교의 교사 참여적 풍토와 교사의 태도는 그 수준에 따른 차이가 2009년에는 없었으나, 2016년에는 청소년들의 사회적 참여에 대한 가치 수준을 높이는데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난 걸로 나타나 교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짐을 알려주고 있었다. 학교의 지역사회 연계 사회활동 수준의 경우, 그 수준이 높아질수록 시민의식 및 지식수준에 상관없이 사회적 참여활동에의 적극성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나타나 학교와 지역사회 연계의 필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학교의 자치성의 경우, 그 수준이 높을수록 사회적 참여에 대한 의식 수준이 높아지고 참여적 행동의 적극성이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 연구에서는 우리 나라 청소년들의 사회 참여 의식이 높아진 이유는 역량중심의 교육과정 운영(이미경 외, 2016), 학생들의 주체적 참여활동을 강조하는 자유학기제의 시행(교육부, 2015.11.25), 학교의 지역사회 연계 활동의 확대 등과 같은 교육적 노력의 효과라고 추측하고 있다. 참고로 이 연구에 참여했던 대만, 홍콩의 청소년들은 변화가 거의 없었다.
이 연구의 정책 제안은 인지 중심의 학습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경험적 학습을 통하여 시민 참여적 가치체계를 정립하도록 교육적 환경을 조성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시민성과 관련한 주제별 교육프로그램의 개발, 정부 및 지역사회 자원을 활용한 다양한 사회활동 프로그램의 제공, 학교의 참여 지향적 풍토 조성 등과 같은 학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하고 있다. 또한 학교 밖 사회는 청소년들이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시민적 참여기회가 존재하며, 이러한 기회의 경험을 통해 민주 시민적 참여에 대한 의식의 폭을 넓힐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치적, 사회적 효능감을 향상시킬 수 있으므로 학교 밖에서도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가 지역사회 기반으로 마련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이 연구의 내용을 보면 청소년들의 사회 참여 역량 개발을 위해 해 나가야 할 일들이 명확하게 보인다. 학교는 2015 교육과정이 지향하는 역량기반 교육과정을 충실하게 운영해 나가야 하고 자유학기제를 비롯한 다양한 참여 중심의 교육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학교에서 지역사회와 연계한 교육활동도 더욱 활발하게 기획하고 운영해 나가야 할 것이다. 교사는 의미있는 사회적 참여 활동을 기획하고 지역사회와 연결하며 학생의 삶과 연결된 지역사회를 만나게 해 주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학교만의 노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 청소년들은 학교와 학교 밖의 구분 없이 총체적인 삶의 경험을 통해 성장한다. 학교 밖에서 경험하는 비형식적 교육 역시 중요한 성장의 동기가 될 수 있다. 따라서 학교와 지역사회가 각자의 존재성을 바탕으로 청소년의 성장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함께 협력하는 공동체가 되어 함께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학교와 지역사회의 협력을 추구해 나가는 것이 바로 마을혁신학교인 것이다. 마을혁신학교는 학생의 성장이라는 목표를 위해 학교와 마을이 협력하도록 하고 있고 이를 통해 앎과 삶이 하나되는 학습을 통해 총체적인 성장을 추구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 연구논문 결과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자유학기제만으로도 학교와 지역사회가 협력하여 이렇게 사회참여역량을 성장시킬 수 있다면 마을혁신학교를 통해서 초중학교를 거칠 경우 그 효과가 얼마나 클지 기대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쉽게 수치화하기 어려워 잘 체감이 안 될 뿐이지 아이들 내면의 성장은 정말 크게 기대가 된다.
마을혁신학교를 통해 학교와 마을을 넘나들며 학생이 스스로 배움의 주체가 되어 다양한 사회 참여 프로젝트 활동을 통해 앎과 삶을 이어나가고 나아가 삶의 주체로, 건강한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학교와 마을은 공간과 형식의 한계를 넘어 학습의 장을 확장할 수 있게 지원하는 역할을 해 나가며 지역의 교육력과 함께 지역의 성장까지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마을혁신학교가 그리는 모습은 많은 학자들이 2030 미래학교를 예상한 그림과 매우 닮아있다. 벨기에의 ‘학습 및 재설계 연구소(The Learning and Redesign Lab)’가 2014년에 공개한 “2030년 미래학교: 어떻게 학습과 연구를 더 매력적이게 만들 수 있을까?(The New School in 2030: How can we make learning and working attractive?)”란 연구보고서에는 다음과 같은 2030년 미래학교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여기에는 2030년의 미래학교로 단순히 학교(school)가 아닌 ‘학습공원(learning park)’이나 ‘학습마을(learning village)’ 개념을 제안하고 있다. 지금처럼 연령에 따라 나누어 둔 것이 아니라 마치 공원처럼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어울려 서로가 서로에게 배우는 장소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한 학습공원이 다시 소규모 학습공동체로 쪼개져 지금보다 더 민주적이며 자유로운 학습이 가능하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미국, 핀란드 등 주요 교육 선진국들이 내놓은 미래 학교에 대한 예상 모델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특징이다.
또한 ‘학습공원’은 지역사회와 깊이 연결되어 지역 주민들과 함께 한다는 점에서 지금의 전통적인 학교와 차별된 점을 보이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교육으로 인한 혜택은 사회 전체가 함께 누리는 것이기 때문에 사회 구성원 모두가 교육에 공동 책임을 지는 것을 당연한 일로 여기게 될 것이라고 보고 지역사회와 통합되는 ‘지역기반 협력공동체’라고 보고 있다. 학습공원에 더 많은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참여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학생들이 지역 사람들과 함께 관계를 맺으며 소통이 이루어지는 열린 공간이 될 수 있으며 학생들 뿐만 아니라 학부모들기리 만나거나 지역주민들끼리의 즐거운 교류 공간이 될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또한 일반학교와 특성화고, 대안학교의 구분이 점차 흐려지고 일부 학교들은 다른 학교의 학생들과도 함께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과목을 개편하기도 하며, 초중고등학교의 경계 역시 흐려지며 무학년제로 운영될 것이라고 전 세계의 교육 전문가들은 주장하고 있다.
2030년쯤에는 지금의 공통 과목들이 대부분 선택과목으로 바뀌며 관심사가 같은 학생들끼리 코치의 도움을 받으면서 학습자가 스스로 학습의 주체가 되는 방식으로 프로젝트 수업에 참여하게 된다고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역 사회의 경험 많은 전문가들이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며 각 학급별로 모두 시간표가 같은 현재와 달리 각자 다른 시간표를 가지고 자유롭게 공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교사의 역할은 단순히 자신의 과목에 대한 지식을 단원별로 전달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어떻게 하면 색다르고 재미있는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할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기업이나 지역사회 전문가들과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연계하여 학생 개개인이 자신의 흥미, 열정, 재능 등을 바탕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래학교인 학습 공원에서는 초, 중, 고등학교의 구분이 없어지고 공식적 교육과정(formal curriculum), 프로젝트 기반 교육과정(project-based curriculum), 비공식 교육과정(informal curriculum)의 3가지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운영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먼저 공식적 교육과정이란, 최소 수준의 기본적인 역량에 대한 것으로 시민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지식, 역량, 규범 같은 것을 말한다. 읽기/쓰기 능력, 수학 소양, 과학적 지식, 사회적 기술 등이 이에 해당한다. 두 번째 프로젝트 기반 교육과정은 학생들이 직접 지역 주민센터, 문화단체, 기업, 환경단체, 지차체 등과 연계되어 그들이 처해 있는 특정 이슈에 대한 해결책을 함께 모색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동안 동료 학생들, 프로젝트 선생님들과 소통하며 서로의 의견을 조율하는 능력을 배우고, 지역 사회와 관계된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해 깊이 있게 배울 수 있게 된다. 세 번째 비공식적 교육과정은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하루 24시간, 일 년 365일 진행되는 외부활동을 의미한다고 한다. 지역사회에 열려 있는 학습 공원인 만큼 스포츠클럽, 친교를 위한 동아리 활동등이 교육과정의 일부로 포함되는 것이다.
미래학교 성공의 핵심은 지역 공동체 내의 사람들을 가능한 한 더 많이 참여시켜서 학습공원을 책임지고 이의 운영에 헌신할 책임 공동체를 만드는 일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공동체의 구성원들은 상호 평등한 관계 속에서 학습공원이 기대하는 교육의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책임을 수행한다. 이러한 조직과 비전은 협력 공동체를 통해서만 구현될 수 있다. 결국 지역 공동체가 학습공원에 대해 더 많은 직접적 책임을 지는 형태가 된다. 이처럼 미래에는 학교교육에 대한 중앙정부의 역할이 감소하게 될 것이다. 미래학교인 학습공원의 학습 방식은 지역에서 학습자가 스스로 학습의 주체가 되어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살펴본 바와 같이 학습공원이라고 불리는 2030 미래학교의 모습은 마을혁신학교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지역사회와 함께 하고자 하는 마을혁신학교의 시작이 바로 미래학교로 들어서는 초입에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학교가 발전해 나가야 할 미래이기에 마을혁신학교는 그 필요성을 가지는 것이다. 서정초는 혁신학교 시작할 때처럼 또 아무도 걸어가 보지 않은 길을 걸어가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곧 그 길은 모두가 따라올 길이 될 것이다.
4. 혁신학교에서 마을혁신학교로
혁신학교는 공교육 정상화 전략으로 정책목표를 가지고 시작되었다. 얼마나 비정상적으로 운영되었기에 이런 표현까지 나왔을까 하고 생각하니 씁쓸함을 감추기 어렵다. 공교육은 혁신학교 이전과 이후로 나눌 정도로 혁신학교는 아래 그림과 같이 학교의 패러다임을 변화시켜왔다. 패러다임의 변화는 학교를 학생 중심으로 의미있게 변화시켰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서울을 비롯해서 고양시에서도 혁신학교를 학력 저하 프레임으로 몰아넣고 혁신학교 지정, 재지정을 거부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학생 중심의 교육발전을 막고 과거 행정 중심으로 퇴행하려는 것으로 단호히 거부하고 막아내야 할 것이다. 우리 어릴 때처럼 열악한 교육 환경에 무한 경쟁 교육으로 우리 소중한 아이들을 내몰아서 되겠는가?
한국교육개발원, 교육정책네트워크에서 발간한 교육현안보고서 ‘혁신학교 성과, 어떻게 볼 것인가’ (2021)에 의하면 혁신학교 관련 연구 및 석박사 논문 60편을 분석해 본 결과 혁신학교의 학력 저하 논쟁은 과학적 근거를 결여한 것으로 볼 정도로 성취도에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성장률이 높은 것으로 파악되고 참학력이나 역량, 비인지적 학업 성취의 측면에서 혁신학교는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또한 이 연구에서 분석한 모든 연구에서 혁신학교는 학습자의 배움을 중심으로 교육과정과 수업, 평가를 변화시켰으며 이 과정에서 교사의 전문성이 신장되었고 학교에 대한 만족도가 향상되었다고 보고하고 있다.
혁신학교 지정 이후 민주적 소통과 협력적 문화가 조성되고 있으며, 수업과 학생 그리고 돌봄 중심으로 학교의 조직 풍토가 변화되고 있고 학교장의 리더십이 혁신적이면서 민주적인 방식으로 변화되고 있는 등 전반적인 긍정적 성과가 있음을 보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혁신학교는 몇 가지 결정적인 한계가 존재함을 부정할 수 없다. 첫 번째 한계는 혁신학교 지속 가능성에 대한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혁신학교는 고정된 것이 아니고 학교 내에서 끊임없는 교육주체들의 상호작용속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변화의 의미는 발전도 후퇴도 함께 존재한다는 것이다. 공교육 시스템의 특성상 교육주체의 변화가 생길 수 밖에 없다 보니 변화가 어지럽게 일어나게 된다. 그래서 끊임없이 지속가능성을 고민하게 된다. 혁신교육에 열정적인 선생님들이 더 오랫동안 학교에 머무를 수 있게 하는 방법이 최우선인데 그마저도 여러 문제로 인해 쉽지 않다.
두 번째 한계는 학교 내 혁신교육에 그친다는 점이다. 공교육 정상화 전략이라는 혁신학교 초기 목표는 학교 내 혁신교육의 한계를 태생적으로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혁신학교 일지라도 여전히 학교 내 인프라와 교사의 헌신과 열정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학교 밖을 한 발자국만 벗어나면 아이들의 삶은 혁신교육과 상관없는 경쟁교육에 놓이게 되고 학교가 갖고 있는 교육 인프라의 한계에 갇힌 교육을 할 수 밖에 없다.
개인적인 생각은 혁신학교의 정의나 상을 이젠 좀 더 높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경기도교육청은 혁신학교를 일반화하는 측면에 맞추다 보니 혁신학교 너머를 상상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교육부도 마찬가지이다. 혁신학교 다음으로 ‘미래형 혁신학교’를 설정하고 있는데 그 정의를 다음과 같이 내리고 있다.
< *미래형 혁신학교란? >
❖ 그간의 혁신학교가 거둔 성과 위에 과감한 상상력과 실험으로 ‘학교다움의 최대치’를 구현하기 위한 공교육 혁신의 모델학교 수행
여기서 학교다움을 정의 내리고 있지는 않고 있다. 공교육 정상화 전략이나 학교다움이나 같은 의미로 느껴진다. 최대치라고 한들 학교 내 혁신교육이 목표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는 지극히 학교 중심, 교사 중심의 사고란 생각이 든다. 이젠 학교 중심, 교사 중심 혁신이 아닌 ‘학생 중심 혁신’으로 나아가야 한다. 학생의 삶을 중심에 두고 혁신교육을 고민해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학교와 지역사회는 학생이 필요해서 학습하는 장으로서 의미를 갖게 되고 얼마든지 넘나들 수 있어야 하는 정당성을 갖게 된다. 학생 중심 혁신은 학교 내 혁신교육을 넘어서야 하는 당위성을 준다고 할 수 있다.
세 번째 한계는 혁신교육이 초중고 연계가 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일관되게 혁신교육 철학을 바탕으로 운영되는 초중고를 이어서 다닐 수 있다면 좋겠는데 정말 어려운 일이다. 경기도교육청도 별의별 방법을 다 써 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위례 신도시에 인위적으로 초중고를 혁신학교로 지정해 보려고 했지만 형식적으로 될 뿐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특히 고등학교 교육은 입시로 인해 혁신학교를 쉽게 받아들이지를 못하고 있다. 서울 삼각산 고등학교의 경우 혁신학교 운영을 통해 입시중심의 교육을 벗어나 배움 중심의 교육을 만들어 갈 뿐만 아니라 진학에서도 큰 성공을 지속적으로도 거두고 있는 사례를 보여주고 있는 점을 볼 때 포기할 일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
도시에서 양평으로 이사가서 아이들을 혁신초등학교를 보낸 학부모들이 단체로 근무하던 몽실학교로 찾아왔던 적이 있다. 찾아 온 이유는 양평이 살기 좋아서 이사 간 것도 있지만 혁신초등학교들이 많아서 찾아 들어갔는데 중학교를 보내려고 했더니 혁신학교가 대부분 아니었다는 것이었다. 몇 년을 준비하면서 중학교를 혁신학교로 만들어보려고 했지만 구성원들의 생각을 바꾸는 게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고 했다. 대안을 찾지 못해 고민하던 중 의정부 몽실학교에서 초중고 학생들이 학교와 나이와 상관없이 학교에서 하기 힘든 다양한 학생 주도 프로젝트 학습을 하는 것을 보고 혁신학교의 대안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찾아왔던 것이었다. 3년 전 일인데 이 분들은 지금도 양평에 몽실학교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 왔고 결실을 맺어가고 있다. 양평은 지역이 너무 넓어 거점형의 공간은 학생들의 접근이 어려워 지자체와 협력하여 12개 면에 작은 마을학교들을 만들어 모두 몽실학교처럼 운영하려는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학교의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워 시도한 도전이었지만 교육지원청과 지역사회가 함께 의미있게 만들어가고 있다. 도교육청에서도 감탄하고 있을 정도로 양평에서 만든 ‘청포도시’라는 지역사회 교육 네트워크가 탄탄하게 지역 교육에 자리매김하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혁신학교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많은 고민과 시도 끝에 마을혁신학교가 나오게 되었다. 마을혁신학교를 통해 혁신학교 실천 경험과 성과를 바탕으로 과감한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게 하고 있고 학교간 연계를 통해 혁신교육의 실천이 이어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학교를 둘러싼 마을이 함께 교육을 고민하고 참여할 수 있게 시스템화하고 있다. 마을이 함께 혁신교육의 토양을 튼튼히 만들어 가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학교 단독의 혁신학교 추진보다 훨씬 더 지속가능성을 높여준다고 할 수 있다. 마을이 함께 함으로써 학교와 마을의 교육력을 향상시킬 수 있게 되어 지역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사실 이 역할을 혁신교육지구가 해 줄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혁신교육지구는 지역 전체 균형 발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 그 역할을 수행하기가 어렵고 지자체와 교육지원청의 특수목적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아 본래의 목적과는 다르게 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혁신학교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토대 구축으로 시작된 혁신교육지구가 처음 설정 경로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교육부는 다시 혁신학교와 혁신교육지구 연계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는 마을혁신학교를 통해 학교와 마을이 연결되어 혁신교육을 발전시킴과 동시에 지역의 발전을 선도하는 모습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를 위한 전제조건이 있다. 마을혁신학교에서 가장 중요하게 세워야 할 주체는 학교도, 마을도 아니다. 학생들이 배움의 주체로 서야 한다는 것이다.
마을혁신학교는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인식하여 이를 변화시켜 나갈 힘을 키우고 학생들이 참여하여 만드는 교육과정을 통해 진정한 배움을 추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학교와 마을은 진정한 배움의 기회와 장을 만들어주고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서야 한다. 학생들을 주체로 명확히 세우지 못할 경우 학생들을 대상화하는 교육만 성행할 수 있고, 학교와 마을은 서로 이용된다는 사고에서 쉽게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마을교육공동체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회자되는 표현이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다'인데 과연 그 말을 계속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된다. 그 표현을 좀 더 들여다보면 아이들을 주체가 아닌 대상으로 보면서 마을은 학생을 교육하는 존재로만 규정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실제로 이 관점하에서 그동안 정책적으로 컨텐츠 중심의 마을학교를 많이 만들어 왔던 것 같다.
혁신교육도 지역화를 주장하는데 지역화의 의미가 역시 학생들을 대상화하여 교육하는 존재로 지역을 상정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느낌이 든다.
마을교육공동체를 ‘마을에 의한, 마을을 관한, 마을을 위한 교육’으로 내리는 정의가 지배적인데 작년 미래형 혁신교육지구 사업을 컨설팅하면서 살펴보니 대부분 마을에 의한, 마을에 관한 내용이 지배적이었다. 마을에 의한, 마을에 관한 내용이 대부분 마을의 역사를 교육하거나 마을 사람들이 교육에 참여하는 내용이었다.
이는 역시 학생들에게 마을을 교육시키는 대상으로 보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의도적이라기보다는 은연중에 교육 중심의 사고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이제는 학생이 대상이 되는 교육이 아니라 주체가 되는 학습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을을 위한’ 내용이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을을 위한'의 의미는 주체의 의미가 숨어 있다. 학생들이 주체로서 삶의 터전으로서 마을을 인식하고 앎과 삶을 연결하고 이를 바탕으로 마을을 바꾸어 나가며 마을의 주역으로 성장해 나가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래서 가장 발전해 나아가야 하는 단계가 '마을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이 삶의 터전에서 일어나는 삶의 문제를 인식하고 풀어가는 노력을 스스로 해 나갈 수 있는 학습 과정들이 많아져야 하고 이를 위해 온 마을이 지원해야 한다. 여기서 지원이라 함은 함께 고민하고 길잡이를 해 주어야 하고 도전할 수 있게 공간과 자원과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를 위해서 학교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배움의 장이 학교를 넘어 지역으로 나아가야 하고 지역은 아이들이 원하는 삶을 배우는 배움터이고 스스로 학습을 추구할 수 있는 학습장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혁신교육에서 지역화란 의미를 학습자 주도성의 관점에서 정립되어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은 진정한 마을이나 지역공동체의 주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역화란 이름으로 학생을 대상화하는 교육이 주를 이룬다면 아이들이 지역을 알아야 하는 지식으로 생각하는데 그칠 뿐 지역을 삶터로 인식하기도 힘들게 되면서 학령기가 지나고 난 뒤 지역 공동체의 주체로 남기도, 돌아오기도 힘들게 된다.
이제는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것이 아니라 '한 아이가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 정도로 바뀌어야 제대로 된 표현이지 않을까 싶다.
마을혁신학교도 마을과 함께 하는 이유를 학생들을 배움의 주체로 세우고 학생들이 참여하는 교육과정을 통해 학생이 바꾸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삶의 주체로 성장할 수 있게 하는 장으로서의 관점에서 찾아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관점에서 마을혁신학교는 마이클 애플 교수의 ‘민주학교' 개념과 사례를 한 축으로 가져오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마이클 애플 교수가 제시한 민주학교는 듀이가 주창한 진보주의적 학교의 특징을 포함하되, 그것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민주주의를 고양하는 학교라고 보고 있다. 민주학교는 학교에서 민주적인 생활방식이 실현될 수 있도록 민주적인 구조와 과정들을 만들어내면서 학생들에게 민주적인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만들어 내는 일을 하는 학교라고 보았다.
대표적 사례로 제시하고 있는 시카고의 버드 아카데미는 난방이 안 되는 교실, 총알자국을 테이프로 덮어 높아 항상 어두컴컴한 교실, 너무나 지저분하고 낡은 화장실, 식당이 없어 복도에서 식사하는 등의 열악한 교육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학생들이 집단적으로 활동한 사례를 들고 있다. 학생들은 진정서에 서명 받기, 지역사회 유력 인사 인터뷰, 의원들에게 편지 쓰기, 기자회견 개최, 다큐멘터리 비디오 제작 등의 활동을 하면서 실제적으로 학교의 변화를 만들어낸 학생들은 올해의 학급상 등을 받았고 어린이 활동가로도 불렸다고 한다. 이를 위해 학생들이 이 활동과 관련하여 교육과정의 구성과 계획에 참여하였다고 한다. 이외에도 여러 사례들을 제시하고 있는데 공통점은 학생들이 교육과정의 주제로 삶의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스스로 학습주제를 선정하고 교사들과 함게 탐구하고 열악한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실천을 하였다는 점들이었다.
마을혁신학교는 마이클 애플 교수가 이야기하는 민주학교처럼 학생이 만들어가는 교육과정, 학생이 바꾸는 사회라는 철학과 교육방안을 가지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마을과 함께 만들어가는 모습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5. 마을혁신학교에서 더 과감한 상상력을 발휘해 보자.
마을혁신학교에서 어떤 교육적 상상을 할 수 있을까? 마을이란 이름이 붙어서 마을에 관한 특화된 프로그램을 해야 하는 것일까? 주제중심 교육과정은 마을 교육과정으로 마을에 관한 내용으로 바꾸어야 하는 것일까? 마을사람들이 학교 수업에 들어와서 교사와 함께 수업을 진행하는 것을 말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마을혁신학교, 마을교육과정이란 이름이 붙었지만 마을이란 말에 구속되거나 마을이 전적으로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한 아이가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 는 관점으로 마을혁신학교를 생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자기 삶의 주체로 살아갈 수 있게 온 마을이 나서서 도와주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온 마을에는 당연히 학교도 들어가는 것이다. 학교가 마을과 동떨어진 섬이 아니라 마을안에 학교가 있는 것이다.
마을혁신학교에 대한 교육적 상상력도 그런 관점하에 펼쳐야 할 것이다. 청소년 사회 참여 역량 분석 연구에서 제시된 것처럼 삶의 주체로 살아갈 수 있게 하기 위해 먼저 학교는 지식 중심 교육과정에서 벗어나 역량기반 교육과정을 충실히 하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 지식에 그치지 않고 삶의 역량을 키울 수 있게 학생의 삶과 앎의 연결하고 삶의 문제를 앎을 통해서 해결방안을 찾고 실행에 옮길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렇다면 제일 먼저 서정초의 주제 중심 교육과정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서정초는 주제 중심 교육과정 운영 시스템을 잘 정착하여 운영해 왔다. 주제 중심 교육과정은 분절화된 교과서 중심의 교육에서 벗어나 통합 교육과정을 통해 지식의 의미적 연결성을 높이고 배움의 필요성과 자발성을 높이는데 기여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지점을 짚어보자고 이야기하고 싶다. 1) 학생의 배움에 대한 요구를 교육과정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기보다 교사 주도의 교육과정 기획이 되고 있지는 않았는가? 2) 교사의 창의적 교육 기획력을 존중하기보다 전해 내려오는 몇 몇 교육활동에 집착하지 않았는가? 또는 끌려가지 않았는가? 3) 앎과 삶의 연결을 통한 역량을 높이는 교육과정 보다 교과 통합 그 자체에 집중하지 않았는가? 4) 마이클 애플의 민주학교처럼 학생이 배움의 주체가 될 수 있게 학생이 만드는 교육과정, 학생이 바꾸는 사회란 관점을 교육과정 운영에 반영하고 있는가?
이 질문들에 대해 긍정적인 답이 나오지 않는다면 교육과정 운영에 대한 고민이 좀 더 필요한 시점이란 생각이 든다. 충분한 고민을 통해 마을혁신학교의 방향성에 맞게 학생 중심, 학생 주도의 교육과정, 역량 기반 교육과정 운영이 될 수 있게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좀 더 자세하게 이야기하자면 학생들에게 무엇을 배우고 싶은지, 무엇을 해결하고 싶은지, 무엇을 찾고 싶은지 부터 물어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것이 반영되고 앎과 삶을 연결하게 하고 삶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내용으로 교육과정을 학생들과 함께 기획하고 운영해 나가야 한다. 따라서 ‘마을교육과정’이란 표현보다 ‘학생 주도 마을 연계 교육과정’, ‘삶 중심 학생 주도 교육과정’이란 표현이 더 맞다는 생각이 든다.
초등학생도 가능하다. 물어보지 않았을 뿐이고 그 수준에 맞게 함께 해 나가는 걸 시도 안 했을 뿐이란 생각이 든다. 이는 배움의 민주성을 이야기 하는 것으로 교육과정 운영까지 학생 자치가 실현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학생 자치의 범위가 흔히 말하는 학생회 자치를 넘어 교육과정 기획 참여까지 가고 있는지도 돌아봐야 할 것이다. 배움의 민주성이 실현되어 학생들이 배움을 기획하고 주도해 나갈 수 있을 때 자연스럽게 시선을 삶터로 옮겨가게 될 것이다. 학교 안은 좁아서 못 견딜 것이다.
어른들이 마을을 알아야 한다고 주는 것은 또 다른 지식을 강요하는 것일 뿐이다. 마을은 앎과 삶의 연결지점이자 앎의 필요성을 느끼게 해주는 삶터, 이를 지원하는 조력자로서의 의미를 갖는 것이지 행정구역은 아닌 것이다.
학교 교육과정이 학생 자치를 기반으로 스스로 기획하고 선택하고 운영할 수 있을 때 학생이 배움의 자발성이 극대화되는 학생 주도 교육으로의 변화가 시작될 것이다. 바로 이 때 제안하는 두 번째는 학교와 지역사회가 연결되는 사회 참여 프로젝트부터 다양한 상상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들은 학교 교육과정에서 출발하는 학생 주도 프로젝트로도 진행되어야 하지만 마을에서도 마을학교를 통해서 국가교육과정의 테두리를 벗어나 마음껏 상상을 펼칠 수 있게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 때 학교만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마을혁신학교를 추진하면서도 우려스러운 지점은 학교를 둘러싼 마을은 학교 교육만 쳐다본다는 것이다. 마을혁신학교의 기본적 사고는 배움은 학교안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배움은 아이들이 원할 때, 필요할 때 어디든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교육학자들은 이를 학습자 주도성을 강조한 학습주의로 설명하고 있다. 교육은 학습을 위한 도구로 보고 인간의 학습 의욕을 고취하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따라서 학생들이 스스로 학습의 자발성을 느끼고 몰입할 수 있는 배움의 장을 다양하게 만들어야 한다. 마을혁신학교는 학생이 주도하는 배움의 장들의 연합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을학교들이 함께 하면서 더 많은 자발적인 배움을 지원해야 한다. 단, 전제조건은 단순 컨텐츠 제공형의 마을학교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세 번째, 마을혁신학교의 교육활동을 기획할 때 경기도교육청에서 제시하고 있는 학생 주도성 기반의 마을학교 교육원리를 적극적으로 참고하여 반영할 필요가 있다. 마을학교 교육원리는 학교 밖에서 운영하고 있는 마을학교인 몽실학교 운영을 통해서 찾아낸 학생들의 학습 자발성을 높이고 학습의 주체로 이끌어내는데 기여한 교육의 특징들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교육과정의 테두리를 벗어날 수 있어 자율성을 가지고 운영하였기에 거둘 수 있었던 마을학교 교육효과였지만 학생들이 어떻게 하면 학습의 욕구를 가지고 몰입할 수 있는지를 실천을 통해서 찾아낼 수 있었던 교육방안이었다. 마을혁신학교를 운영하면서 학교 교육내에서, 학교와 마을이 연계하는 교육 실천들 속에서, 마을혁신학교를 함께 운영하는 마을학교에서 반영해야 하는 원리라고 생각한다.
(1) 개별화의 원리
학습의 자발성은 자기 학습의 욕구가 반영될 때 발현된다. 학교 교육에서 가장 큰 문제점이 강요된 학습에 있는 것이다. 교육 자체가 인류의 지적 문화유산을 전달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상태에서 받아 안아야만 하는 학습은 자발성을 처음부터 갖기가 힘들다. 진로에 대한 기대로 모든 청소년들을 학습으로 이끌고 갈 수 없다.
학교 교육에서 모든 시스템은 학습 자체에서 학습자의 자발성을 이끌어내는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학점제를 통해 이를 바꾸어보려고 하지만 추진하는데 있어 풀어야 할 문제가 너무 많다.
몽실학교에서는 과감하게 학습의 자발성을 어떻게 이끌어 낼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었다. 기존 교육이 학습자에게 일방적으로 과목이란 형태로 제시하고 있는 문제점에 착안하여 학습자가 배울 내용을 정하는 것부터 출발하게 하였다. 이것을 배워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배우고 싶은 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물어보는 것부터 시작한 것이다.
학습의 출발을 학습자 개개인의 흥미와 욕구에서 시작하는 개별화의 원리를 적용하였다. 개별화의 원리는 학습자의 자발성을 이끌어주는 좋은 도구가 되었다.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였다. 개별화의 원리를 적용하는데 있어 교육시스템은 기존 시스템과 전혀 다른 전환이 필요했다. 학교의 인프라에 학습자가 맞추는 것이 아니라 학습자에 학교의 인프라가 맞추어야 했다. 예산도, 교사도, 교실도, 시간도 모두 학습자에 맞추어야 했다. 개별화를 통해 발현된 학습자의 자발성은 강력한 지속력을 가지게 된다.
개별화의 원리가 적용된다고 해서 사람 수 만큼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 개별화에서 출발하지만 비슷한 흥미와 욕구를 가진 학습자를 묶어주는 과정이 있기 때문에 다시 수렴될 수 있었다. 이 때는 개별화의 욕구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또래 집단을 통해 욕구가 증폭되고 발전되는 현상을 낳게 된다.
개별화의 원리는 학습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초기부터 적용되면 자발성 발현에 제일 효과가 좋지만 중간 과정에서 적용되어도 된다. 강요된 학습일지라도 학습의 주도권과 선택권을 충분하게 보장한다면 학습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학습의 전 과정에 어떻게 개별화의 원리가 적용되게 할 것인지를 항상 교사는 고민해야 할 것이다.
(2) 참여의 원리
개별화의 원리에 의해 찾아낸 학습 주제나 사회적 문제 해결 과제를 해결해 나가는 계획을 수립할 때 학습자들이 협력을 통해 진행해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육과정을 학습자가 기획하고 만들어가는 것을 의미하며 교사 주도에서 학습자 주도로 넘어갈 수 있게 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숨겨진 교사의 의도된 교육과정이 학습자의 자발적이고 발현적인 교육과정안에서 학습자의 자발성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조화를 이룰 때 학습의 효과는 극대화 될 것이다. 학교의 공간, 교육과정 운영까지 학습자의 자치권이 보장 될 때 진정한 참여의 원리가 완성된다.
(3) 창의적인 도전의 원리
실패를 걱정하지 않고 창의적인 도전이 가능할 때 주도성은 배가된다. 이를 위해 학습자의 자발성과 의지를 지원하는 시스템과 교육철학이 필요하다.
(4) 민주적인 협력학습의 원리
사회 참여 역량은 협력학습을 통해 증폭된다. 비슷한 욕구를 가진 집단으로 모여 목표를 설정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사회 참여 역량은 제고된다. 협력학습을 통해 다양한 나이대의 또래 집단이 모여 작은 사회를 경험하고 의사소통역량을 높이고 창의적인 문제 해결력을 습득해 나가게 된다.
이 때 민주적인 의사결정과정을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 자기 의사를 밝히고 서로 다른 의견을 조율하고 합의하는 과정을 경험할 때 사회성은 제고된다. 합의된 의사결정을 따르며 함께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는 책임감도 이 때 습득되어야 한다. 사회성과 책임감은 민주적인 의사결정이 될 때 생겨난다. 학습자들은 민주성이 보장될 때 높은 주체의식을 가지게 된다.
(5) 공동체성의 원리
개별 욕구를 실현하는 동아리 활동으로는 사회 참여 의식을 이끌어 내지 못한다. 개인적 만족에 그치는 경험활동으로 끝나버리게 된다. 사회 참여 의식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공동체의 소속감과 공동체의 필요성을 느껴야 한다. 공동체의 따뜻한 배려와 관계를 만나야 공동체 의식이 싹트게 된다. 공동체의 문제를 함께 풀어가는 과정을 거쳐야 소속감은 커질 수 있다. 몽실학교에서는 소속 학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강한 소속감을 가지는 이유는 공동체 프로젝트를 통해 공동체를 지향하는 행사를 같이 기획하고 운영한다던지, 공동체가 함께 의사결정을 내리는 과정을 꼭 거치기 때문이다. 이렇게 형성된 공동체성은 자연스럽게 보다 더 큰 공동체에 대한 의식을 가지게 한다.
(6) 공공성, 공익성의 원리
사회 참여 역량은 사회 참여 의식을 반영한 활동을 할 때 제고될 수 있다. 사회 참여 의식은 공공성이나 공익성을 추구하면서 커질 수 있다. 몽실학교에서는 활동의 목적은 명확하게 공공성과 공익성을 제시하였다. 하고 싶은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것에서 출발해서 다른 사람을 이롭게 하는 활동으로 발전해 나가야 함을 제시하였다. 하고 싶은 것이 공공성, 공익성과 연결되는 확장된 사고를 할 수 있게 노력하였다. 하고 싶은 것만 생각할 경우에는 분명히 지속 가능성이나 성장 가능성은 크지 않았고 공공성, 공익성을 추구할 경우 사회적 존재로서의 보람과 성장의 기쁨이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공공성과 공익성을 제시한다고 바로 사회 참여 의식을 가지는 것은 아니였다. 몽실학교를 둘러싼 공동체의 소속감을 느끼고 민주성을 바탕으로 하는 협력과정을 경험하는 과정을 통해서 서서히 사회 참여 의식이 커졌다. 이런 과정을 통해 정리된 문장이 ‘우리가 하고 싶은 것으로 세상을 이롭게 하자’였다.
(7) 삶에 기반한 학습의 원리
앎과 삶이 연결될 때 배움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삶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프로젝트가 학습자로부터 발현되도록 해야 한다.
(8) 조력의 원리
몽실학교에서는 교사를 ‘길잡이 교사’라고 부르고 있다. 길잡이를 붙이는 이유는 교사의 역할이 티칭에서 조력으로 바뀌어야 함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조력자로서 청소년들과 함께 하면서 청소년들의 의사결정 과정을 지원해야 한다. 통념에 의한 티칭 중심의 교사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통제하고 지시하고 가르칠 경우 앞서 이야기 했던 청소년의 자발성을 깨지게 된다.
교사가 조력자로 돌아설 경우 청소년들의 주체성은 높아지는 효과를 가지게 된다. 이 때 방임을 해서는 안 된다. 조력의 정도는 상황마다, 학습자 집단마다 다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조력의 정도와 수준의 적용은 교사의 전문성이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상황과 청소년들의 참여도를 고려한 전문적인 조력과 질문이 학습자의 자발성과 어우러질 때 청소년들은 더욱 깊게 몰입하게 된다. 사회 참여 의식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사회 참여 의식을 높이는 방향으로 스스로 나아갈 수 있게 교사는 개별화된 욕구를 잘 파악하여 연결시켜 주고 함께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해 주어야 할 것이다. 필요하다면 관련 분야에 대한 지역사회의 전문가를 연결해 주는 역할도 하여 학습의 깊이를 더해 주어야 한다.
(9) 성찰의 원리
사회 참여 역량은 학교의 시험처럼 평가하기 어려울 것이다. 사회 참여 의식이 제대로 성장하고 자신들이 추구했던 학습의 과정이 사회에 기여했는지를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각자 찾아내고 활동하고 기여한 내용들을 공유하는 과정을 통해서 함께 성장하는 기쁨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네 번째, 공간에 대한 새로운 상상을 발휘해 보자. 그동안 모든 배움은 학교에서만 이루어졌다. 마을혁신학교에서 추구하는 학생들이 만들어가는 배움의 장은 학교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 것이다. 학생들이 스스로 학습을 찾아나가는 공간이 모두 배움터가 될 수 있어야 한다. 더군다나 거리가 떨어져 있는 서정초-덕양중의 연계 활동은 서로의 학교를 오고 가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함께 협력학습을 할 수 있는 마을배움터가 곳곳에 존재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서정초-덕양중은 학부모와 지역사회가 참여한 가운데 함께 마을교육공동체 협의체를 만들어 마을 배움터를 발굴하기도 하고 마을학교를 운영할 수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교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혁신교육은 이제 넘어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학교 공간도 재구조화하여 공간을 마련하여 누구나 참여하여 때로는 배우는 사람으로, 때로는 배움을 나누어 주는 사람이 될 수 있게 해 주는 상상도 필요하다. 평생교육의 개념을 도입하여 학교 내 마을 배움터가 운영될 수 있다면 학교 뿐만 아니라 마을의 교육력은 엄청나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서정초 앞에 세워질 평생학습관 같은 것이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관 주도의 시설보다 민간이 스스로 운영할 수 있는 형태의 마을 배움터가 훨씬 더 공동체성을 형성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힘은 학교의 성장을 넘어 지역의 성장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처럼 학생수가 줄어들어 학교 공간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에 의지만 있다면 학교와 학부모, 지역사회가 함께 학생들을 위한 마을 배움터, 지역 주민이 함께 만들어가고 운영하는 평생 학습터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곳은 공동체가 함께 아이들의 방과 후 교육, 돌봄까지 함께 책임지고 운영 해 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이미 많은 곳에서 학교 안 공간 재구조화를 실시하고 마을교육공동체가 참여하여 협동조합을 만들어 돌봄 및 학생 주도의 방과 후 교육을 실시하는 있는 사례가 나오고 있고 이를 위한 예산을 지원하는 곳도 많으니 참고하여 마을혁신학교 안에서 추진해 볼 것을 제안 해 본다.
6. 마치며
대안학교나 사립학교는 공립학교에 비해 일관된 교육철학으로 지속적인 교육을 할 수 있어 장점이 있다. 혁신학교 10년을 넘게 운영해 오면서 서정초와 덕양중은 대안학교나 사립학교 못지 않는 지속성을 가지고 일관되게 혁신교육을 실시해 왔다. 지속적인 성장을 해 오고 있었겠지만 중간 중간 교육주체들의 변화로 인해 어려움도 분명 많이 겪었을 것이다. 그래도 또 한 번 도약을 위해 마을혁신학교를 운영하겠다는 것은 혁신학교의 지속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산물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학교가 이 길을 감히 도전을 할 수 있겠는가? 그동안 끊임없는 고민과 토론을 통해 다져온 혁신학교로서의 운영 철학이 모두에게 내면화 되었기 때문에 서정초와 덕양중은 도전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혁신학교를 공동체가 함께 만들어 온 것처럼 마을혁신학교도 기본적인 민주적 참여구조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을 것이다. 변화가 있다면 이젠 학생을 제대로 배움의 주체로 세우고 학생이 스스로 학습을 해 나가고자 할 때 학교와 마을을 얼마든지 넘나들며 앎과 삶을 연결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학교와 마을은 이를 위한 조력자가 되어 지원해 주는 역할을 해 나가야 한다.
출발은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연계하는 수준이지만 아이들의 삶터인 마을이 함께 하기에 지역의 성장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고 나중에는 고등학교 교육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지치지 않고 줄기차게 혁신교육의 토양을 서정마을에서 다져나가면 그런 변화는 분명히 일어날 것이다. 서정초와 덕양중이 처음 시작할 때는 돌아보면 지금의 변화도 그때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발전해 온 거처럼 궁긍적인 공교육의 혁신은 더욱 발전적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진다.
아이들의 성장 속도는 빠르고 청소년 시기는 금방 지나간다. 우리 어른들처럼 경쟁에 시달리며 불행하게 청소년기를 보내게 하지 않기 위해서 지금 함께 노력해야 한다. 아이들 누구나 저마다의 배움을 추구하면서 건강한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공동체가 함께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마을혁신학교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서정초와 덕양중은 충분히 그동안 함께 잘 해 왔고 앞으로도 모든 혁신학교의 모범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며 함께 성장하는 공동체가 되기를 기원 드리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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