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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짱 Feb 17. 2022

다시 새로 만난 서정초

서정초 교육일기 1(2022.02.17.)

오늘부터 서정초 교육일기를 시작하려고 한다. 앞으로 4년, 꾸준히 서정초 교육일기를 기록하여 남겨볼까 한다. 솔직하게 쓰고 싶은데 쉽지는 않을 것 같다. 내 글은 이제 개인적인 글이 아니란 생각을 해야 할 것 같다. 하고 싶은 이야기 다 못하더라도 기록은 의미가 클 것 같다. 어떤 매체를 사용할까 하다가 브런치를 선택했다. 좋은 선택이었으면 좋겠다.

큰 아이 데려다 주고 둘째 데려다 주는 걸 계산해서 학교에 도착하니 8시15분이었다. 아침마다 둘 다 데려다 줄 수 있을 것 같다.

학교 도착해서 한 바퀴 돌아보니 예전 근무할때와 다른 시설들이 눈에 들어왔다.  전임.교장샘들께서 만들어 놓으신 시설들이다.

교장샘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처음으로 서정초 전체 교직원들과 첫 만남을 가졌다. 서로 조심스러운 기대를 하면서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작년 공모할때는 아는 분이 한 분 밖에 없었는데 오늘 가 보니 꽤 많은 분들과 인연이 있었다. 혁신학교 서정초를 함께 일구었던 친구가 함께 이번에 옮겼고 오랫동안 활동했던 고양시 협동학습 연구회에서 함께 했던 선생님들도 계셨다. 혁신학교 아카데미 전문가 과정을 함께 한 선생님도 타시도에서 오셨다. 교무부장님은 날 보고 인복이 많으시다면서 새로 오신 분들이 참 좋으시다고 했다.


선생님들께 코로나 19로 무너진 교육력과 공동체성의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 아이들을 자치로 만날 것이고 혁신교육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고민하고 천천히 실행해 나가겠다, 마지막으로 서로 환대하며 만나서 따뜻한 학교를 만들자고 했다. 교직원들께 어떤 이야기를 할까 고민하다가 다음과 같이 작성해서 이야기 했다.


안녕하세요. 서정교직원 여러분!!


반갑습니다. 여러분과 소중한 인연을 맺게 된 서우철입니다.

이렇게 서정교육공동체 소속이 되어 참으로 감사하고 가슴이 참 벅차 오르는 걸 느끼게 됩니다. 아침에 와서 한 바퀴 돌아보았습니다. 서정초를 개교하면서 혁신학교를 열심히 일구어왔던 기억도 새록새록 나기도 하고 동료들과 갈등을 겪으면서 힘들었던 기억도 나더군요.


한편으로는 낯설기도 합니다. 공간만 그대로이지 사람은 다 다르니 그렇겠죠. 작년 공모 심사 왔을때는 같이 근무했던 선생님이 한 분도 안 계신 것 같아 너무 어색했었습니다. 그런데 한 분 같이 근무했던 분을 만났습니다. 바로 돌봄 전담사로 근무하시는 윤OO 선생님이십니다. 2010년에 제가 3학년 담임일때 저희 반 보조교사로 함께 근무하셨습니다. 너무 반가웠습니다. 돌봄전담사로 근무하시는 줄 정말 몰랐습니다.


그런데 오늘 다시 오니 정말 아는 분이 너무 많아지셨습니다. 같이 혁신학교 서정초를 일구던 선생님도 오셨고 고양시 협동학습 연구회에서 함께 했던 선생님들도 계시고, 혁신학교 아카데미 전문가 과정 1기를 같이 이수하셨던 선생님도 계시네요. 저도 교장이 처음이라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되고 떨리는데 함께 하셨던 분들의 존재만으로도 든든해집니다.


학교장으로서 서정교육공동체를 위해 무엇을 먼저 해야 할까를 고민해 봤습니다. 여러가지 각론적인 일들이 떠올랐지만 그걸 관통하는 본질적인 것이 무엇일까를 생각해 봤습니다. 제가 얻은 결론은 코로나 19로 무너진 교육력과 공동체성의 회복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코로나 19가 우리를 더 괴롭히고 있는 상황이지만 잃어버린 2년이 3년이 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의 지혜를 모아서 아이들이 배움에서 멀어지지 않고 배움의 주인이 되고 나아가 자기 삶의 주인이 될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생님들께서 더욱 온전히 수업에, 교육과정에, 아이들에 몰입할 수 있게 해 드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정초는 그런 교육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습니다만 갈수록 어렵지요. 그래도 굳건히 지켜나가고 더 교육과정 중심의, 수업 중심의 학교 운영이 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선생님들의 창의적인 교육기획력이 살아날 것이고 교육력을 더욱 올라갈 것입니다. 학교장으로서 이를 위해 지원실, 행정실과 함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선생님들께서는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해 주시면 됩니다. 그게 서정초의 가장 중요한 운영원리라고 생각합니다.  


두번째는 코로나19로 공동체성도 많이 무너져 있다는 점입니다. 서정만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모든 학교들이 다 마찬가지입니다. 소통도 줄면서 함께 하는 일도 줄어들었습니다. 어느듯 이젠 그런 문화에 적응하고 그걸 편하게 느끼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당장은 편할 지 모르지만 그 내면에는 이해의 폭이 줄어들고 신뢰가 불신으로 바뀌기 시작하게 됩니다.

신뢰가 없는 교육은 모래성입니다. 그럴싸 해 보이지만 뭔가 계기가 생기면 무너지는 건 한 순간입니다. 무너지면 학교 공동체는 치명타를 입게 됩니다. 보호장치가 너무 부실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학교에서 고작 1년 있었는데 워낙 큰 학교이기도 했고 소통과 신뢰가 무너지면서 크게 상처받는 사례를 뼈저리게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공동체성을 회복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고자 합니다. 먼저 만나고 들어야 겠지요. 선생님들도, 학부모님들도, 교직원들도 모두 만나고 소통하는데 집중하겠습니다. 함께 고민하고 함께 해결하고 함께 해 나가겠습니다. 그런 노력들을 통해 공동체성을 회복하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공동체성이 회복되면 문제가 문제가 아니게 될 것입니다. 모두가 함께 서로에게 마음을 조금이라도 열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저는 올 한 해 이 2가지에 집중할까 합니다.


아울러 아이들과는 자치로 만나고 혁신교육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꾸준히 고민하고 방법을 찾아서 실행해 보겠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차차 함께 해 나가면서 풀어가겠습니다.


혁신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다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을 움직이지 못했다면 성찰하고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혁신교육의 출발지인 경기교육이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바로 이걸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서정초에서 사람이 먼저이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혁신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얼마전에 읽었던 학교의 미래, 전문적 학습 공동체로 열다 중에서 좋은 글이 있어 소개해 드리고 마치고자 합니다.


'서로의 세상을 만날때 서로 서두르지도 다른 이를 변화시키려 애쓰지도 말자. 사람은 이해의 대상이지 변화의 대상이 아님을 잊지 말자. 내 앞의 사람에 대한 믿음을 잃지 말자. 그에게 또 나에게 기웃거릴 기회를, 머뭇거릴 수 있는 기간을 충분히 부여하자. 그리고 머물고 싶은 마음을 낼 수 있도록 나의 세상부터 환대를 준비하자."


지금 저나, 기존 계시던 분들이나, 새로 오신 분들이나 모두 서로 다른 세상을 살았고 만나고 있는 것입니다. 서로 존중하고 환대하는 걸로 시작하면 훨씬 좋은 감정과 관계를 가지게 될 것입니다. 이 학교 왜 이래? 새로 온 사람이 왜 이래? 이런 생각은 말고 좀 더 친절하게 서로를 대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훨씬 따뜻한 학교가 될 것입니다.


이상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들이 새 교장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미리 준비를 하신 듯 여러 이야기를 해 주셨는데 현재 교사 문화를 짐작해 볼 수 있는 내용이었다. 길어져서 전체적으로 취합해 보고 분류를 해 봐야 할 것 같다. 바로 해결할 수 있는 내용, 시간을 두고 해결할 수 있는 내용, 오랫동안 쌓아온 학교 문화를 바꾸는 내용, 안 되는 내용 등으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전체 받아보고 잘 분류하고 해결방안을 찾아봐야겠다. 다만 예상 하지 못한 제안들을 갑자기 받게 되어 조금은 당황했지만 곧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


다른 것보다 더 깊은 고민이 요구되는 건 학교 문화와 관련된 것이었다. 처음 만들때와 달리 뒤에 오신 분들이 처음에 만들었던 취지와 내용보다 현실적인 입장을 우선시 하는 상황으로 보인다. 현실적인 상황이 많이 달라졌음을  많이 이야기 하셨다. 한 쪽 입장 중심으로 이야기 하다보니 생각의 차이를 느끼게 된다.


이 역시 과정일 것이다. 학교 문화에 대한 생각의 차이는 있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다만 학교 문화를 오랜시간동안 많은 사람들이 합의하고 지켜왔던 만큼 생각의 차이가 소통되는 시간도 꽤 걸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아셔야 할 것 같다. 학교문화의 생성 배경,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 목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생각의 차이를 발견하고 서로의 입장에 대해 생각해 보는 힘을 길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 과정을 거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과정을 거치다 보면 분명 현명한 판단과 합의가 나올 것이라고 믿어진다.


선생님들은 학부모와의 관계에서 어려운 점을 많이 고민하셨다. 퇴근  후 오는 전화나 문자에 난색을 표하신다.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저녁에 오는 전화나 문자에 대해 반감을 많이 가지신다. 투넘버 서비스가 언급되었는데 산내에서 했었지만 소통에 어려움이 있었던 사례를 말씀드렸다. 보호받으면서도 소통에 문제가 없는 시스템을 좀 더 고민해 봐야겠다. 학부모님들과 만날때마다 선생님들의 어려움들에 대해 이야기도 해야겠다.


아울러 관리자들이나 학부모가 교사간에 비교를 해서 참 많이 상처받으니 그 보다 정서적인 격려와 지지를 부탁하셨다. 지원실에서 교사 보호를 위해 노력해주어야 하는데 방관하는 것 같다고 하셔서 그건 계속 노력해야 하는 문제이지만 민원인으로부터 감정쓰레기통이 되면서 막고 순화시켜 전달하는 노력을 선생님들이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경험을 이야기 드렸다. 선생님들과 지원실간 소통의 문제일 수 있다고 했다. 지원실에서 참 서운한 이야기일 수 있다고 했다.


이후 비전과 학교 목표를 함께 보면서 고쳐 나갔다. 어색한 문장도 고치고 새로 추진하는 내용도 넣었다. 나는 자치와 상담, 마을교육공동체, 마을교육과정에 대한 내용 수정을 이야기 했다. 너무 내용이 많아서 오전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았지만 식사시간을 미루고 마무리를 했다. 곧 학년 교육과정으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오후에 구 교장샘과 인수인계를 하고 시업식, 입학식 계획을 같이 세우고 돌아왔다. 교장실 명패를 고민하고 있는데 딸들에게 선물해 달라고 부탁했다. 구교장샘은 지내보니 필요 없는 것 같다고 하셨는데 난 시작이라 그런지 한 번쯤은 갖고 싶어진다. 나도 어쩔 수 없는 꼰대인가 보다..

구교장샘께서 본인 명패를 보내주셔서 가족톡에 보여주었다. 나는 이름도 그렇지만 멋진 문구 하나가 작게 새겨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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