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는 안데르센 세계명작 _ 엄지공주
어느 마을에 마음씨 좋은 한 부부가 살았어요.
비 오는 저녁, 부부가 이웃 마을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었어요. 숲길에서 비를 맞으며 오들오들 떨고 있는 아주 작은 강아지 한 마리를 발견했어요.
“어머, 저기 강아지 아니에요?”
“왜 이런 숲길에 강아지가 혼자 비를 맞고 있지?”
“버려진 것 같은데…. 가여워라. 누가 대체 저 작은 강아지를 길에 버렸을까요.“
비도 오는데 숲길에 홀로 있는 강아지를 차마 모른 척하고 지나갈 수 없었던 부부는 강아지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참 예쁘기도 하지! 이름을 지어 주어야 할 것 같은데, 뭐라 부를까요?“
부부는 이 작은 강아지를 엄지라 부르기로 했어요. 아주 아주 작기도 했지만 그 어두운 숲길에 홀로 있던 것이 대견해 최고라는 의미로요.
엄지는 처음엔 두려움에 떨었지만, 아줌마 아저씨의 따뜻한 사랑과 보살핌 덕분에 점차 안정을 찾았어요. 엄지는 아줌마 아저씨와 한 가족이 되어 행복한 나날을 보냈어요.
어느 날, 엄지가 집 앞 뜰에 핀 꽃 사이를 날아다니는 나비를 따라 나와 놀고 있을 때였어요.
지나가던 동네 아이들이 강아지가 예쁘다면서 엄지를 번쩍 안고 어디론가 가버렸어요.
”멍멍멍, 놓아 줘! 놓아 달란 말이야!“
하지만 아이들은 엄지가 귀엽다며 머리를 쓰다듬고, 꼬리를 잡아당기며 시시덕거리며 놀았어요.
엄지는 집에 돌아가고 싶다고 엉엉 울다가 그만 오줌을 싸버리고 말았어요.
”앗, 오줌을 쌌잖아. 더러워!“
아이들은 엄지를 그냥 놓아두고는 자기들끼리 장난을 치며 떠나 버렸어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사방을 둘러보았지만 엄지는 이곳이 어디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어요. 집을 찾아 이리저리 한참을 걷던 엄지 앞에 길고양이 두 마리가 나타났어요.
”야옹, 넌 뭐야! 쪼그마한 게 왜 여길 얼쩡거리는 거야! 여긴 우리 구역이라고.“
”멍멍, 난 지금 길을 잃었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찾는 것뿐이야.“
엄지는 사납게 으르렁거리는 고양이들이 무서웠지만 당당하게 이야기했어요. 하지만 고양이들은 엄지를 그냥 보내 주지 않겠다는 듯 위협했어요.
”멍멍멍!“
엄지는 큰 소리로 고양이들을 향해 짖고는 있는 힘껏 달리기 시작했어요. 헉헉 숨이 넘어갈 것 같았지만, 고양이들이 쫒아오는 것만 같아 쉬지 않고 달렸어요.
얼마나 달렸을까요. 눈앞에 알록달록 예쁜 꽃들이 피어 있는 들판에 도착했어요.
엄지는 향긋한 꽃내음에 잠시 멈춰 서서 눈을 감았어요.
”끙끙.“
그때 멀지 않은 곳에서 누군가의 신음소리가 들려왔어요.
소리 나는 곳으로 조심조심 다가간 엄지는 채집채에 갇혀 있는 나비를 발견했어요.
”어? 우리 집 앞에서 봤던 나비잖아.“
동네 아이들에게 잡혀서 갇히게 되었나 봐요. 들판 저쪽에서 또 다른 곤충을 잡기 위해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였어요.
엄지는 지난 번처럼 또 아이들이 모르는 곳으로 데려갈까 두려웠지만, 갇혀 있는 나비를 그냥 두고 피할 수가 없었어요.
엄지는 채집채를 뒤집기 위해 이빨로 물고 힘을 썼어요. 하지만 채집채는 작고 작은 엄지에게는 너무 크고 무거워 꼼짝도 하지 않았지요.
”으…. 헉헉.“
엄지는 포기하지 않고 온 힘을 다해 채집채를 들어올렸어요. 채집채가 살짝 올려진 순간 나비는 그 틈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어요.
”강아지야, 정말 고마워! 그런데 우리 지난 번에 본 적 있지 않니?“
”응, 우리 집 앞 뜰에서 본 적 있어. 난 엄지라고 해.“
”엄지야, 넌 이 먼 곳까지 무슨 일이야?“
엄지는 집으로 가는 길을 잃어 찾는 중이라고 이야기했어요. 그러자 나비가 웃으며 말했어요.
”집을 찾는 일이라면 내가 도와줄 수 있어. 나를 따라 와.“
나비는 날개를 팔랑팔랑 흔들며 앞으로 나아갔어요. 엄지는 나비를 따라 힘차게 달렸어요. 배도 고프고 많이 지쳤지만 곧 사랑하는 아줌마 아저씨를 만나게 될 생각에 엄지의 발걸음은 그 어느 때보다 가벼웠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