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은 행동이라고 했다. 그래서 행동에는 감정이 있다. 다시 말해 내가 하는 행동에는 감정적 원인이 있다.
과음을 하는 것은 슬픈 감정 때문일 수 있다. 집에만 틀어박혀 뒹굴거리는 것은 두렵기 때문이다. 마구 먹는 것은 우울함을 잊기 위해서이다. 필요 이상으로 계속 소비를 하는 것은 결핍을 채우고 싶기 때문이다. SNS를 계속 돌려보는 것은 현실을 회피하고 싶기 때문이다. 즉, 내가 이 행동을 하는 바탕에는 감정적 원인이 있다.
따라서 감정의 근원을 회피하는 식의 대응은 문제를 절대 해결하지 못한다. 회피행동은 일시적으로 기분이 잠시 나아지는 듯 보여도 결국 장기적으로 나를 망치는 행동일 뿐이다. 그리고 계속 이런 회피행동에 의지하다 보면 특정 감정에 중독되어 버리고, 일시적인 마약 처방처럼 악순환을 계속하게 된다. 감정의 중독이다. 그래서 우리는 익숙한 감정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SNS를 보고, 뒹굴거리고, 소비를 하고, 과식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감정의 근원으로 내려가야 한다. 원인인 감정을 마주 보고 감정을 해소 시켜야 한다. 감정이 행동이기 때문에, 감정이 바뀌면 행동도 바뀐다.
심리학자 폴 에크만(Paul Ekman)은 인간의 보편적인 기본 감정을 7가지로 구분했다. 사람의 얼굴 표정을 통해 이를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이다. 7가지 감정은 공포, 분노, 혐오, 멸시, 놀람, 슬픔, 기쁨이다. 이를 각각에 해당하는 다양한 세부 감정으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공포(두려움) (Fear) - 불안, 걱정, 긴장, 무력감, 경계심
분노 (Anger) - 짜증, 원망, 실망, 좌절감, 적대감
혐오 (Disgust) - 거부감, 불쾌함, 불결함, 회피
멸시 (Contempt) - 경멸, 비하, 불신, 냉대, 무시
놀람 (Surprise) - 충격, 당황, 혼란, 경이로움
슬픔 (Sadness) - 절망, 상실감, 외로움, 좌절, 우울, 후회
기쁨(행복) (Happiness) - 만족감, 희열, 사랑, 안도, 평온함, 감사
※ 혐오 : 불쾌하고 역겹고, 멀리하고 싶은 감정
※ 멸시 : 타인을 자신보다 열등하다고 여겨 무시하는 감정
참고로 감정을 명확히 정리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우리가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도 매우 많고, 그 느낌도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그래서 감정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 따라서 이런 정리들은 유쾌와 불쾌의 감정 스펙트럼 사이에 존재하는 미묘하고 다양한 느낌을 개략적으로 표현하고 구분한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어쨌든 우리는 감정에 대한 개략적인 구분을 했다. 이제 이를 바탕으로 감정의 원인을 찾아 볼 수 있다. 바로 이 감정이 생기게 된 근본 원인에 대한 질문을 통해서 말이다.
다음은 감정의 근원에 대한 핵심 질문이다. 다시 말해, 내가 왜 이 느낌을 느끼게 되었는지 원인을 찾는 것이다. 핵심 질문은 근원적 이유를 알게 함으로써 감정의 발현을 깨닫게 할 수 있다.
■ 감정의 근원에 대한 핵심 질문
공포 (Fear) - 무엇에 위협을 느끼는가?
분노 (Anger) - 무엇이 침해당했는가?
혐오 (Disgust) - 무엇이 가치관과 충돌하는가?
멸시 (Contempt) - 무엇이 우열을 판단하는가?
놀람 (Surprise) - 무엇이 기대와 다른가?
슬픔 (Sadness) - 무엇을 잃어버렸는가?
기쁨 (Happiness) - 무엇이 만족하게 하는가?
우리는 위협을 당했기 때문에 공포를 느낀다. 내가 가진 것이 침해당하면 분노를 느낀다. 내가 생각하는 것에 반하는 것을 보면 혐오를 하고, 나보다 열등하다고 느끼면 멸시를 한다. 예상한 것과 다른 결과가 나오면 깜짝 놀라고, 내가 가진 것을 잃어버리면 슬픔을 느낀다. 나를 만족시키면 기쁨을 느낀다. 따라서 핵심 질문을 던지면 내가 왜 이것을 느끼는지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감정 영역이 이렇게 침범을 당하면 감각이 일어난다. 이에 대한 반응을 통해 신경반응과 화학반응이 일어나고, 나의 신체에도 변화가 시작된다. 아드레날린이 분비되고, 교감신경이 깨어나면 심장 박동과 혈액순환이 빨라지고, 몸이 떨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에 대한 말과 행동으로 느껴지는 감정을 표현하게 된다. 이것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감정의 발현 경로다.
■ 감정의 발현 경로
우리는 감정을 단순히 느끼는 것을 넘어서 왜 이런 감정을 느끼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그러면 내가 무엇을 해결해야 이 감정을 제거할 수 있는지, 혹은 어떤 경우에 이런 감정을 느끼게 되는지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삶을 더 깊게 생각할 수 있고, 삶의 모습을 교정해 나갈 수 있다. 대부분은 부정적 감정들이기 때문에 그냥 느끼고 사는 것이 아니라, 다르게 느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다르게 느낀다는 것은 삶을 바꾸는 근본적인 변화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을 잘 관찰하고 자신에게 좋은 질문을 던질 줄 알아야 한다.
이제부터 무언가를 느낀다면 그것을 관찰하고 질문을 던지는 연습을 시작해보자. 삶을 이해하는 것은 감정을 이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감정을 방치하는 것은 인생을 방치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