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하다] 검찰 금고를 열다
검찰총장이 누구에게, 언제, 어디로 줄 지 마음대로 정하는 특수활동비 행선지의 일부가 처음 드러났다.
그동안 검찰은 먹칠로 특활비 장부를 감춰, 총장이 쓰는 특활비 규모만 확인할 수 있었다. 총장 몫 특활비가 어디에 쓰이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뉴스하다가 2023~2024년 인천지검 특활비 장부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9~12월 대검찰청이 인천지검에 특활비를 내려준 것이 파악됐다.
뉴스하다, 뉴스타파 등 검찰 예산검증 공동취재단이 수년 동안 단 한번도 특활비 내역에서 찾아볼 수 없던 새로운 ‘단어’가 2024년 인천지검 장부에서 나타났다.
‘대검전수.’
그동안 검찰 특활비는 매달 초 대검찰청이 주요 부서와 전국 검찰청에 일정 금액을 배분하는 ‘정기분’과 검찰총장이 마음대로 쓰는 이른바 ‘총장 몫’ 등 크게 두 가지로 분류했다.
이 ‘총장 몫’으로 불린 특활비가 ‘대검전수’라는 항목으로 분류돼 일선 검찰청으로 내려간 증거가 처음 확인된 것.
특히 지난 9월 <뉴스타파>가 확인한 심우정 전 검찰총장이 비상계엄 선포 다음날 쓴 6천400만 원 중 500만 원이 인천지검으로 흘러들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취재 결과 ‘대검전수’는 대검찰청에서 직접 일선 검찰청에 사건을 찍어서 지휘하기 위해 현금으로 내려보내는 특활비였다.
인천지검 관계자는 “대검에서 갖고 있는 특활비를 어떤 특정 수사에 대해서 쓰라고 저희 청에 내려주시는 것”이라며 “예를 들어 어떤 사건 번호가 있으면 이 사건, 이 수사에 대해서 쓰라고 특정해서 내려준다”고 말했다.
일선 검찰청에서 요청해서 주는 것은 아니냐는 질문에는 “요청하는 건 아니라고 부속실에서 들었다”고 답했다. 대검 부속실에서 자체 판단해 지급하는 예산이라는 의미다.
이밖에 심 전 총장은 국회가 윤석열 탄핵소추안 2차 표결을 앞둔 12월 11일 500만 원, 12월 12일 250만 원 등 12월에만 인천지검에 1천250만 원을 뿌렸다.
심우정 전 총장은 2024년 11월에도 1천150만 원을 인천지검에 내려줬다. 11월 7일 300만 원, 11월 8일 250만 원, 11월 12일 100만 원, 11월 20일 300만 원, 11월 27일 200만 원 등이다.
윤석열은 11월 7일 명태균게이트에 대한 대국민 담화를 했다. 11월 20일에는 조국혁신당이 광화문에서 윤석열에 대한 ‘탄핵소추안 초안’을 공개했다.
심 전 총장은 2024년 10월 7일 100만 원, 14일 50만 원, 16일 500만 원을 인천지검에 내려줬다. 이달에는 서울고검도 10월 4일 인천지검에 100만 원을 전달했다.
인천지검 특활비 장부에 ‘대검전수’ 항목이 나오기 시작한 시점은 2024년 9월. 검찰총장이 이원석에서 심우정으로 바뀐 달이다.
이원석 전 총장은 2024년 9월 13일 퇴임했다. 윤석열은 퇴임 전달인 8월 11일 심우정 전 총장을 후보자로 내정했다.
두 차례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심 전 총장 인사청문회 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윤석열이 9월 12일 임명안을 재가했고 심우정 전 총장은 16일 임기를 시작했다.
이원석 전 총장 임기 내 확인되는 대검전수는 3건이다. 2024년 9월 2일 100만 원, 9월 11일 1천만 원, 9월 12일 200만 원 등 1천300만 원을 인천지검에 내려줬다.
특히 9월 11일 내려보낸 1천만 원은, 인천지검이 2017년부터 2024년까지 사용한 특활비 중 단일사용 건으로 최대 규모다. 9월 30일 서울고검도 100만 원을 인천지검에 지급했다.
2024년 9월 이원석 전 검찰총장이 인천지검에 내려보낸 특활비 1천만 원은, 인천지검이 쓴 특활비 중 단일 건으로 최대규모다.
당시 검찰은 안팎으로부터 마약수사 무마 의혹에 시달리고 있었다. 2024년 8월 25일 국회에서 열린 마약수사 외압 청문회에서 백해룡 경정 증언이 치명적이었다.
백 경정은 말레이시아 마약 조직원들을 검거하고 자백과 증거를 확보했는데도, 검찰이 추가 수사나 기소하지 않았다고 폭로해 검찰의 직무유기 의혹을 제기했다.
백해룡 경정은 영등포경찰서 형사2과장이던 2023년 1월 27일부터 9월 9일까지 인천공항으로 필로폰을 신체에 붙이는 수법 등으로 총 108.2㎏을 밀반입한 말레이시아 마약 조직원들을 검거했다.
심우정 전 총장이 검사장이던 인천지검은 2023년 2월 사건과 관련해 말레이시아 마약 밀수 조직원을 체포했으나 공범들을 잡기 위한 추가 수사와 출국금지 등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지난해 9~12월 매달 평균 약 925만 원씩 인천지검으로 대검전수가 있었다. 이는 검찰총장이 인천지검에 직접 수사 지휘할 사건이 있었다는 뜻으로 읽힌다.
총장이 인천지검에 특활비를 내려준 이유는 검찰이 먹칠로 가려놨다. 진실 규명을 위한 투명한 특활비 장부 공개가 절실하다.
최근 서울동부지검은 처음으로 먹칠이 되지 않은 검찰 특활비 자료를 세상에 공개했다. 뉴스하다는 동부지검 사례를 들어 대검, 인천지검 등 검찰에 특활비 자료 공개를 재요청했다.
이와 관련, 검찰은 서로 답변을 떠넘겼다. 최혁 인천지검 대변인은 “문의한 내용(대검전수)은 처음 들어본다”며 “대검에 확인해달라”고 답했다.
이진용 대검 대변인은 “(비상계엄, 마약수사 무마 의혹 등) 문의한 용도의 특활비를 지급한 사실이 전혀 없고 구체적인 내용은 해당청에 문의해달라”고 설명했다.
심우정 전 총장에게 연락했지만, 닿지 않았다.
이창호 기자 ych23@newshada.org
홍봄 기자 spring@newshad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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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aRBk4pbWa9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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