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무릎수술 독과점②]수백억 예산 주무른 수상한 재단

[뉴스하다] 권력감시, 보건복지부 노인무릎수술 지원사업 카르텔 의혹

by 뉴스하다

11년째 국가 예산 약 340억 원을 주무른 노인의료나눔재단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이 재단은 ㈔대한노인회와 깊은 연관이 있다.


당시 재단 출범식 초대장에는 ‘대한노인회는 저소득노인층에게 인공관절 수술비 지원 등을 위해 재단을 설립하게 됐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주최 측으로 ‘노인회장 이심’의 성명이 박혀있다.

image.png?resize=800%2C663&ssl=1 노인의료나눔재단 출범식 초대장.


재단은 15·16대(2010년 2월 18일~2017년 7월 10일) 노인회를 이끌었던 이심 회장이 박근혜 정권 시절인 2015년 2월 23일 법인 설립 허가를 받는다.


법인 설립 후부터 재단은 보건복지부로부터 ‘저소득층 노인 무릎인공관절 수술 지원사업’을 위탁 받아 운영한다.


설립 첫해부터 재단은 힘찬병원(계열)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한다. 힘찬병원은 2015년에만 재단으로부터 수술 약 255건, 예산 3억658만 원을 받아간다.


재단이 힘찬병원에 가장 많은 예산을 내려준 해는 2016년으로 수술 약 862건, 예산 10억3천495만 원이다. 2025년까지 매년 평균 예산 3억7천860만 원을 타 가고 있다.


재단과 힘찬병원이 이런 관계를 유지하는데, 조력한 언론사가 있다. ‘백세시대’다. 이 언론사는 재단 설립자인 이심이 명예회장으로 있는 곳이다.


노년시대신문은 2006년부터 주간지로 발행하다, 이 회장이 2014년 2월 노인회장 재선이 되자, 2개월 뒤인 4월 ‘제2창간’을 선언하고 백세시대로 제호를 바꾼다.

20260105_154207-vert.jpg?resize=800%2C721&ssl=1 이심 백세시대 명예회장 인사말과 2014년 연혁. 백세시대 홈페이지 갈무리.


백세시대 홈페이지 ‘명예회장 인사말’에는 이심 회장이 전신인 노년시대신문을 노인회와 손 잡고 창간한 배경을 적시했다.


이심 회장은 “노인들 대표단체인 노인회가 공들여 펼치는 일조차 제대로 보도되지 않았다”며 “㈜노년시대사(백세시대 운영법인)가 노인회와 손을 잡고 ‘노년시대신문’을 창간한 배경”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백세시대는 힘찬병원의 무릎관절수술 사례를 지속적으로 홍보하며, 관련 기사를 100여 건 보도했다.


이 회장이 이끄는 재단과 백세시대는 노인회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그룹사’ 같은 조직인 셈.


이심 회장이 노인회를 장악하고 재단과 백세시대를 움직일 수 있는 힘은 어디서 올까. 이 회장 전임인 13·14대 故 안필준 회장이다.


이심 회장은 故 안 회장이 노인회장일 때 부회장직을 수행했고, 자리를 이어받아 15·16대 회장을 역임했다.


故 안필준 회장은 육군사관학교 12기로 1960년대 군부 사조직 하나회에 가입했다. 그는 전두환 정권 때 33사단장을 거쳐 1984년 보안사령관으로 임명됐다.


이듬해 故 안 회장은 제1야전사령관을 역임하는 등 육군 대장으로 예편했다. 노태우 정권 때인 1991년 보건사회부장관을 지냈다. 공직생활을 마치고 노인회장직을 맡았다.

image.jpeg?resize=380%2C267&ssl=1 2007년 1월 5일 노년시대신문 창간 1주년 기념식에서 이심 회장(왼쪽 세 번째)과 안필준 전 대한노인회 회장(오른쪽 세 번째)이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복지타임즈.


이 회장이 故 안 회장 서거 후 직접 발간한 추모집 <나라에 바친 영광된 외길, 78년>을 보면, 故 안필준 회장은 이심 회장의 정치적 후견인으로 봐야 한다.


추모집에는 두 사람의 관계가 개인적 친분을 넘어 조직적 승계로도 이어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이 등장한다.


추모집 202쪽에는 노인(중앙)회장 입후보 자격 심사를 6개월 앞두고 故 안필준 회장은 이심 회장에게 “경로당 회원으로 가입하라”고 지시한 내용이 담겼다.


이 회장은 “故 안 회장님 인도로 노인회에 발을 들여놓았다”며 “그 분의 경로당 가입 권고가 없었더라면 노인회는 지금과 또 다른 판의 바둑이었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故 안필준 회장의 회원가입 권고는 이심 회장을 다음 수장으로 승계를 염두에 둔 사전 작업에 가까웠다.

추모집 201쪽을 보면, 故 안 회장은 백세시대 창간도 구상했다.


“일반 언론이 노인회 활동을 보도하는데 인색했기 때문에 노인전문언론의 필요성을 절감한 안필준 회장은 아이디어를 내셨습니다. 민간 언론매체와 대한노인회의 공동 발행을 통해 기관지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노년시대신문’이 창간되었습니다.” <나라에 바친 영광된 외길, 78년>

image-1.jpeg?resize=696%2C1024&ssl=1 이심 회장이 공동 집필한 <나라에 바친 영광된 외길, 78년>


이심 회장과 故 안 회장의 깊은 관계를 보여준 사건도 있다.


2012년 이 회장은 백세시대 구독료 보조금을 서울시 예산으로 확보해주는 대가로, 서울시의원에게 총 1억 5천만 원의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재판부는 놀랍게도 故 안필준 회장이 수수료 채권자였다는 점을 참작해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당시 이를 두고 뇌물 공여·수수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제기됐다.


당시 서울고등법원이 뇌물을 받은 서울시의원에게는 징역 5년의 중형을 선고했으나, 뇌물을 건넨 이심 회장에게는 벌금형만 선고했기 때문이다.


2009년 강화된 양형 기준에 따라 뇌물공여자에게도 금고형 이상이 선고되던 당시 흐름과 비교하면, 이 회장의 벌금형은 이례적인 처벌 수위였다.


특히 이 판결로 인해 이심 회장은 ‘금고형 이상’을 받을 경우 회장직을 잃게 되는 대한노인회 정관 규정을 피해 직을 유지했다.


이와 관련, 이심 회장 측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추모집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면 故 안필준 후손들과 진행하라”며 “현재 외부활동을 하지 않고 있어 인터뷰는 사양하겠다”고 전했다.


노인회가 설립한 재단이 어떤 전문성을 근거로 사업시행 첫해부터 위탁기관으로 선정됐느냐고 복지부에 묻자, 복지부 노인건강과 관계자는 “10년도 넘은 일이라 구체적인 경위는 알기 어렵다”고 답했다.


이새벽 객원기자 dawnnews@naver.com


이새벽

영리기업에서 일하다, 비영리 대안언론 기자로 전업했다. 소셜섹터와 사회연대경제를 취재하며, 인권과 돌봄의 가치를 기록해왔다. 권력과 자본에 휘둘리지 않는 독립적 취재를 지향한다. 뉴스타파저널리즘스쿨(4기)을 수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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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무릎수술 독과점②] 수백억대 예산 주무른 ‘수상한 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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